어색2 혼자이거나, 함께이거나 혼자 밥 먹는다고 하면 놀랄 때는 언제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혼자 사는 삶에 이상하리만치 잘 적응하기 시작했다. 5년 전 즈음만 해도 “혼밥”, “혼술” 등 홀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마치 사회적 차원의 필수적인 무언가가 결핍되어 보듬어주어야 할 구제의 대상으로 여겨지곤 했다.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면 혼밥족들은 마치 치열한 취업 경쟁과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잿빛 그늘에 놓여 어쩔 수 없이 혼자의 삶을 걷게 된 이들처럼 묘사되었다. 당시 대중에게 ‘자취’의 이미지는 한두 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 텅 빈 냉장고를 열어 별로 남아있지도 않은 반찬 한두 가지에 라면 한 봉지를 끓여 먹으며 먹는 즐거움을 잊어버린 삶이었다. 부모님과 통화하며 “나는 잘 지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알 수 없는 죄책감을 감추.. 2017. 3. 21. 나의 벗에게, 너의 친구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칼바람이 부는 추위에 길고양이마저 저 멀리 구석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게 하는 새벽, 여느 때와 같이 고된 하루를 보내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잠깐이나마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잡념에 빠져 걷던 그때, 두 손을 푹 찔러넣은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뭐하냐?"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너무나도 익숙한 안부 인사에 나 역시 아무런 고민조차 없이 습관처럼 "집 가는 중. 넌?" 하고 답장을 보냈다.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새하얀 입김 때문인지, 인적 드문 거리에 수명을 다해가는 가로등의 깜빡이는 전등 때문인지, 전화기의 밝은 불빛을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오래 바라보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이제 여느 평범한 친구들과 그저 다를 것 없는 대화에 각자 그리고.. 2017. 3.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