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2 나의 벗에게, 너의 친구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칼바람이 부는 추위에 길고양이마저 저 멀리 구석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게 하는 새벽, 여느 때와 같이 고된 하루를 보내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잠깐이나마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잡념에 빠져 걷던 그때, 두 손을 푹 찔러넣은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뭐하냐?"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너무나도 익숙한 안부 인사에 나 역시 아무런 고민조차 없이 습관처럼 "집 가는 중. 넌?" 하고 답장을 보냈다.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새하얀 입김 때문인지, 인적 드문 거리에 수명을 다해가는 가로등의 깜빡이는 전등 때문인지, 전화기의 밝은 불빛을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오래 바라보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이제 여느 평범한 친구들과 그저 다를 것 없는 대화에 각자 그리고.. 2017. 3. 11. 흙냄새, 사람냄새 my favorite thing about you is your smellyou smell like earth herbs gardens a little more human than the rest of us - Rupi Kaur [1]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저녁이었다. 런던의 밤거리는 여덟시가 넘어서도 따뜻한 불빛이 스며 나오고 있었고, 처음으로 홀로 나선 여행에 들뜬 나의 설렘은 그 불빛에 혹했다. 이상하게 그날은 우산 없이 맞는 빗방울이 차갑기보다 포근했고, 온종일 시내를 누벼서 지친 두 발목의 저릿함마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분에 휩싸일 만큼 나는 런던에 잔뜩 취해있었나 보다. 며칠 안 남은 그곳에서의 시간이 아쉬웠던 마음도 있었던 걸까. 숙소로 향.. 2017. 2.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