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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3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그대들에게 정신없는 한 학기를 끝마치고 맞이한, 찬바람이 기분 좋던 12월 겨울 방학에 오랜만에 책 선물을 받았다. 책 중에서도 특히 표지나 일러스트가 “예쁜” 책을 좋아하는 내가 취향 저격당하게 한 이 책은, 현실적인 동시에 로망 가득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글 모음집, 이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평범하지만 잔잔한 깨달음이 남겨지는 짧은 글귀와 귀여운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어 가볍게 읽히지만 자주, 많이 들여다보게 되고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다. 워낙 책을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는 걸 즐기는 나에겐 매우 반갑고 고마운 선물이었다. 물론 유명한 작가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점이 제일 특징적이겠지만, 이 책의 특별함을 하나 더 꼽아보자면, 바로 책에 수록된 글이.. 2017. 2. 14.
나는 길치다 필자는 ‘길치’다. 자랑은 아니지만, 대학에 처음 와서 길마다 넘쳐나는 골목과 건물에 혼란스러워하며 일 년 동안 자주 다니는 건물들과 기숙사 건물이 그려진 자체 제작 지도를 들고 다녔다. 학기 초에 나눠 받은 종이 지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건물이 너무 많아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스트릿마다 이름이 어찌나 다양한지, 길 이름을 순서대로 외우는 데만 2년이 걸렸고, 여전히 길 이름을 들어도 그 길이 가로인지 세로인지 헷갈리기 일쑤다. 학기가 끝나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10년 넘게 산 내 동네가 어찌 그리 새로워 보이는지, 근 일주일간은 동생 손을 붙들고 다니며 길을 다시 배워야 했다. 가끔 가다간 항상 다니던 길도 이상해 보인다. 그럴 땐 스마트폰 지도를 켜서 .. 2016. 11. 11.
"달그닥 훅", 말 타면 학점이 오르네 레드불 몇 캔을 들이부으면서 며칠 밤을 새워 과제를 제출했다. 나름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열심히 했다고 다독이며 좋은 점수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웬걸? 막상 점수가 나와보니 밤새워 열심히 과제를 완성한 나는 B, 몇 시간 전에 대충 리포트를 끄적여 낸 친구는 A.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그 친구는 원래 똑똑한 걸 알기에 씁쓸하지만, 점수를 받아들여 보려고 한다.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내 노력의 가치를 교수님이 몰라 봐준 것 같아 계속 슬플 뿐이다. 하다못해 똑똑한 친구가 나보다 적은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아도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데, 만약 학교에 얼굴도 안 비치고 심지어 교수님이 단 한 번도 출석이 않는다며 F 확정이라고 수업 때 모든 학생 앞에서 지적했던 학생이 좋은 성적으로 학기를 마친다면.. 2016.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