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세계화? 김치 마케팅이 봉착한 문제들

Posted by 초유니
2013.09.25 22:12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또 한 번의 큰 명절을 치렀다삼국사기에 따르면 한韓민족이 공식적으로 추석을 지낸 지 근 9세기가 다 되어간다. 아홉번의 백년 동안 우리 민족은 대대적으로 추석을 맞아 제를 올리고송편을 빚고벌초를 하고 반보기를 하였다올해도 어김없이 버클리 근처의 자그마한 한인 마켓은 덩달아 복작이고추석맞이 특가세일부터 평소에는 보기힘든 송편이 가득 든 박스들까지 그리운 고향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눈에 들어온다한인 반타 아시아계 반으로 크게 나뉘어지는 마트 안의 손님들의 장보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여느 서울시내 할인마트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하지만 양손 가득 기분좋게 먹거리를 사들고 출구를 나서는 순간 마트의 보안 직원이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Happy Chinese Thanksgiving!”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네 것내 것을 나누는 소유물 분담 전쟁은 이제 당연하다못해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다심지어 혹자는 이 괜한 분란의 조장을 견딜 수 없어하며, 조급한 역사의식을 가진 채 껍데기뿐일 평화나마 구경하고 싶어한다물론 수 천년 간 흘러내려온 역사를 마시고 사는 우리들에게 누가 무엇을 흘려보냈고 누가 무엇을 가로채었는지는 분명 중요한 문제다하지만 자신들이 타고 온 물줄기를 잊은 채 쉬이 바다로 나아가기만을 꿈꾸는 맹탕들이 대다수인 오늘날 이 문제를 반복해 상기시키기란 쉽지 않다첫째로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동아시아사 ㅡ특히 한국사ㅡ에 대해 무지한 상태이고두번째로는 유대인들도 이미 독일과 서양 국가들에게서 적절한 사과를 받아낸 이 시점에 또다시 한국과 일본 사이의 사과 받아내기 한판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줄 이들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어물쩡 지나가게 된 일에 대해 제대로 잘잘못을 지적하고 사과와 관용을 주고받는 과정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나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와 유쾌하지만은 않은 모양새 탓에 당국가들이 아닌 타국들이 이 과정에 굳이 관심가질 확률은 사실 낮다재미가 없으면 라이크조차 안찍히는게 요즘 트렌드니까그렇기에 우리는 역사가 더 흘러버리기 전에 조속히 과거의 문제들을 해결하여야 하고, 서양국가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원만을 바라기 전에 그들을 파악하고 더 세련되게 어필하여야 한다.

논지는 이거다우리 한국이 얼마나 유명한가또 우리 한국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오늘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한국 음식한식코리안 푸드어쩌면 돌로된 섬 독도나 웅장한 고궁 경복궁과는 가장 거리가 있어보이는 주제일지 모르나또 어쩌면 가장 쉽고도 효과적으로 서방 세계로부터 역사문제에 대한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경로일 수 있다새로운데 맛있는 음식은 늘 원초적인 궁금증을 유발하니까뭐가 들어간걸까? 누가 만들었을까? 애초에 왜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디서 왔을까?

   다문화에 대한 자부심 자체가 하나의 문화인 미국에서 이국적인 음식은 우선 관심을 받고 본다이를 대표적으로 잘 이용한 사례가 일본음식과 중국음식그리고 베트남음식과 태국음식이다최근 몇 년 새 웰빙 바람과 무제한 고깃집의 여파를 타고 한식바람이 불긴 하였으나 현재 미국 내 한식업계의 실태를 보고있자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첫 술에 배부를 리 없지 않느나며 비판과 반성들을 섣부르다 타이르려는 이들도 있지만사실 이명박 정부부터 한식세계화를 대대적으로 지향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우린 이제 한 서너 술 쯤은 떠먹은 상태다그렇기에 지금이 바로 진정한 한식 세계화를 위한 고민과 수정을 거쳐야 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식 세계화를 염원하는 우리,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씹어삼키려다가 어리석게 체하지 말고, 잠시 함께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며 잘못된 자세와 습관을 돌아보도록 하자.

   첫번째로 아쉬운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재에 밝아도 너무 밝은 한인들이다무슨 말인가 하면미국 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있는 한인들 중 대다수는 한정식집 대신-일식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마키야키'니 '니코니코'니 일본 냄새 물씬 나는 이름이 붙은 일식집을 방문하면 입구에서 반겨주는 종업원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이럇샤이마세몇분이세요?” 본인이 한국인 티가 너무 난다거나 티셔츠에 김칫국물을 흘리고 다닌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요점은 엄청나게 많은 수의 미국 내 일식집들이 한인들에 의해서 운영되고있으며 심지어는 서버들조차 한국인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또한 이런 한인 소유 일식집들은 메뉴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살짝씩 갈비나 김치볶음밥같은 한식 메뉴도 초밥과 나란히 끼워 판다. 게다가 갈비 소스의 이름도 부연설명이 귀찮으니 그냥 테리야키 소스로 통일해버린다동아시아권 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이 모두를 같은 나라 음식, 동일한 문화권의 부산물로 혼동하는 사례가 잦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자유 경쟁 시장 체제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비즈니스 종목을 제한하라는 말은 아니지만적어도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인이라면 최소한의 애국심을 발휘해서라도 한식 메뉴와 일식 메뉴는 구분지어주는 기지를 보여주는 편이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두번째 문제가 발생한다바로 음식의 표기법이다잘나신 서양인들께서 알아서 가갸거겨를 독학해주시면 얼마나 편하겠느냐만은그건 정말 실현 가능성 제로보다도 가망없는 일이기에 우리는 우리 고유의 음식을 소리나는대로 로마자로 변환시켜 메뉴에 올린다문제는 이 표기법들이 식당에 따라주인에 따라 중구난방이라는거다가장 흔한 김치마저 Kimchi일 때가 있고 Kimchee일 때도 있으며갈비는 Galbi 에서부터 Galbee, Gal-bee로도 표기되고 비빔밥또한 Bibimbap, Bibimbop, Beebimbop이 되는 등 한마디로 엿장수 마음이다감자탕이나 전골처럼 서양에 아직 노출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음식들의 표기법은 더 그렇다어떻게 쓴들 다 똑같아 보인다고그렇다면 우리도 가지와 가재와 가제가 같아보여야 할 테다세 단어가 죄다 똑같은 뜻은 아니지 않은가. 알파벳을 통해 세상을 읽는 서양인들에게는 이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사소한 표기법 하나 통일시키지 못하는데 우리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가 올라가기만을 바라는 요행이 어리석은 것 아닐까. 심지어 발음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베트남 음식과 타이음식마저 메뉴의 스펠링과 띄어쓰기까지 어딜 가나 같은데듣기로는 몇 년 전 한식세계화재단에서 미국 내 등록된 한식당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표기법을 정정하는 프로젝트를 펼친다고 했었지만아직까지 피부로 느끼기에는 표기법들이 통일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안타깝다.

한식 메뉴 영문 표기의 표준 예

   세번째로 아쉬운 점은 무언가 어설픈 한식 세계화의 방향이다현재 미국 (특히 서부내에서 한식하면 다들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무제한 고깃집이다. Korean BBQ, K-BBQ 혹은 All-You-Can-Eat Meat으로도 불리는 이 무제한 고깃집들은 싼 값에 많이 먹으려는 소비자의 심리를 정직하게 반영해 특히 젊은층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있다확실히 이 코리안 바베큐덕에 한국에 대한 이야기와 관심이 더 늘어난 것도 사실이고많은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음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허나 간과된 점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가 값싸고 많이 퍼주는” 이미지인가 하는것이다미국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들중 하나에는 외롭고 데이트조차 없는 싱글 주인공이 금요일 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중국음식이나 배달해 먹으며 티비를 켜놓은 채 우울해하는 장면이 있다많은 미국인들에게 중국음식은 배달이 되는 간편하고 싼 음식이며고급스럽다는 이미지보다는 귀찮을 때 찾아먹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반대로 일식은 어떤가뉴욕 상류층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늘 한 번쯤 노출되는 일본 음식들이 미국인들의 호감을 잘 반영하고 있다심지어 이 일식탓에 많은 이들이 젓가락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을 품격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그렇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한류 붐을 따라 한식 붐까지 고조되려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할까? 강남 좋아하고 샤넬 좋아하는 우리가 싼값에 먹을만한 음식을 파는것으로 유명해지는것에 정말 이견이 없을까? 물론 장사 잘되는 아이템 찾아 지갑 여는것이 상인들의 심리라고는 하지만정부 혹은 심지어 범국민적 차원에서 비빔밥을 비롯해 건강에도 좋고 우리 이미지에도 좋은 음식들을 적극 소비하고 권장한다면, 그래서 상인들도 경제적 이익 뿐만이 아닌 민족적 이익 창출에도 동조한다면 몇 년 뒤 미국내 한식뿐안이 아닌 총체적 요식업계의 판도가 크게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한마디는우리 김치좀 그만 팔자언젠가 한국 티비 프로에서 김치 만들기 행사의 이모저모를 비춰준 적이 있다아니나다를까 함께 김치를 만들던 참가자들 중에는 멀끔하게 생긴 백인 청년이 있었고카메라는 집중적으로 그를 조명하며 인터뷰를 했었더랬다한국 문화에 대해 좋은 점을 열심히 말하던 그 친구에게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불쑥 다가오셔서는 얼굴만한 배추김치를 쪽찢어 먹여주시면서 하는 말. “김치굿 포 헬스!” 나는 아직까지 그 총각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생방송도 아닌데 편집이 불가했었나 의아했을 정도로 이상했던 그 표정

   절대 김치가 창피하다거나 맛이 이상하다고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식 이야기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김치라고 외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유감은 없다. 그저 고백하자면 나 스스로도 다른 음식 없이 김치은 잘 못먹기 때문이다김치는 단품음식이라기보다는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다짜고맵고라면 한입이나 밥 한숟갈이 생각나게 입맛을 돋구지만김치만 먹는다는 것은 다량의 염분을 일시적으로 흡수시켜야함을 뜻한다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미각적으로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다헌데 미디어에서 한식을 광고할때 강조하는 포인트를 보면, 김치만이 유일한 한식인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물론, 마치 김치가 샐러드처럼 따로 먹어도 되는 음식인양 부각시킨다.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밥과 국타 반찬과의 조화로움강조하는 반찬문화에의 알림이 많이 부족하다이는 흡사 이탈리아 대표 음식이 파스타가 아닌 마리나라 소스나 케첩이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전체적인 그림의 일부분만 부각시키는 일이 아닐까김치의 효능과 완전식품으로서의 기능성은 충분히 회자되었으니이제는 반전 매력을 노려 한가득 차려진 밥상문화와 우리만의 독특한 식사예절 자체를 구체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도 필요할 듯 하다.

싸이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비빔밥 브랜드 Bibigo

물론 메주가 무엇인지, 김치가 왜 그 고유의 냄새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비빔밥은 어떻게 비벼먹어야 하는 것인지 타국인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주었어야 했던 시기와 비교하자면 현재 대한민국의 식문화는 널리 그리고 안정성있게 퍼져나가고있다. 무한도전의 비빔밥 광고를 비롯하여 싸이의 캐릭터를 손에 잡고 더 기세등등해진 한류韓流의 고도를 마주하고있는 지금 한국 대중문화는 한껏 격양됨을 넘어서 자화자찬의 홍수에 흠뻑 젖어있는 상태다. 그러나 명심하자. 자기만족은 매너리즘을 불러오고 진부함은 곧 어설픔을 뜻한다는 것을. 한식세계화도 마찬가지다. 한가지만 꾸준히 파는것도 중요하지만 다양성이 더 많은 즐거움을 유발하는 식문화의 특성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우수한 한국 음식을 흥미로운 식사예절과 더불어 소개한다면, 덧붙여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조금만 더 길게 생각하는 기본적인 통찰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훨씬 더 맛깔나는 모양새를 띠게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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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병호
    • 2013.09.25 22:44
    우왕 정환 형님글도 임팩트가 엄청낫지만 이번엔 짜임새나 관찰력이 장난 아니네요 생각해봤던것도 있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것도 있고. 유학생 공감 짱일듯
    • 박영우
    • 2013.10.06 07:47
    글을 잃고서 정말 감동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