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속의 강압: 한미 대학생들의 음주 문화

Posted by 희씨
2014. 11. 26. 20:41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20. 파릇파릇한 나이답게 창창한 앞 날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대학에 진학한 필자와 친구들. 밤새도록 도서관에서 학구열이 넘치는 같은 과 친구들과 토론을 일삼으며 지적 양분을 채우고, 우연한 기회로 눈이 맞아 생긴 애인과 생기 넘치는 캠퍼스를 행복하게 거니는 상상. 대학을 다니면서 상상은 상상일 뿐이라는 것과, 대학이 한국에 있건 미국에 있건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익숙하고 친숙해지는 것이 바로 음주 문화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최근 몇 년간 술에 관련된 사고로 죽은 대학생들의 목록을 끊임없이 찾아낼 수 있다. 그만큼 음주 문화가 대학생들의 생활에 깊숙이 연관이 되어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필자의 대학 생활에서도, 필자의 친구들과 주고받는 연락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학기 초반에는 신입생 환영회나 동아리나 과 OT, MT 등등 서로를 알게되고 친해질 기회라는 명목 하에 술자리를 가지게 되고, 학기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소속된 동아리의 단합 술자리나 여러가지 이벤트의 뒤풀이로 술자리를 가지게 된다. 주말이나 가능하다면 주중에까지 가지게 되는 친한 친구들과 선후배 간에 친목용 술자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일주일 간 묵은 스트레스의 해소용으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취기가 올라 살짝 알딸딸한 기분일 때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아는 사람들과 더욱 친해지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한다. 모두 납득 가능한 이유들이고, 술을 마시는 행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적정량을 지키지 않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치사량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대학생들의, 아니 굳이 대학생들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음주 문화가 비뚤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한국의 음주 문화에 대한 생각을 말하라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한국의 음주 문화는 강압적이다라는 사실일 것이다. 위계 질서에 대한 집착이 술자리로까지 퍼져나가, 윗 사람이 권하는 잔은 거절하지 못하고 마셔야 한다거나, 한국의 특징적인 음주 문화 중 하나인 술게임도중 심한 벌칙에 걸렸을 때도 거부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 기분 좋자고 가지는 술자리의 의도나 분위기가 비뚤어지면서 자연스레 술자리를 기피하게 되는 학생들도 생기고, 부정적인 인상이 심어지게 된 듯 싶다. 강압 속에 주고 받던 술잔들에 의해 소중한 꿈을 꽃 피우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두는 대학생들도 생기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한국 대학과 미국 대학 사이에 음주 문화의 차이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이 강압적인 권함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겠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다니는 버클리 대학 근처 프랫 (Fraternity: 남자 대학생들의 사교 클럽. 전문성을 띄는 곳도 있지만 사교가 목적인 그룹이 많다) 에서 남학생 한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학교가 들썩였다. 비공식 프랫이었던 그 그룹의 이름과 함께 사망한 학생의 의식 불명을 일으킨 문제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불확실하다는 기사가 며칠에 걸쳐 수십개가 올라왔고, 아직 사인에 관해 경찰의 명확한 입장 발표가 나지 않은 덕에 결국 사람들은 가장 그럴듯한 이유가 마약이나 술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자기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은 정도의 양을 마시는데까지 과연 본인 이외의 다른 사람은 아무도 관여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미국 대학의 음주 문화에도 자유를 가장한 강압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례라고 칭하진 채 과다 음주로 이어지는 사교 클럽 안에서의 행위나, 무엇을 얼마나 마시는지에 대한 제한이나 절제가 없는 상황에서 끝도 없이 서로 권하고 받는 과정에 이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한국처럼 술게임 문화라도 있다면 벌칙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은 숨 돌릴 틈이라도 있으련만, 한 번 모이면 일단 마시고 보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이 없는 카오스로 들어가게 되는 미국 대학의 음주 문화 역시 그리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겠다.


물론 한국 대학이건 미국 대학이건 모든 술자리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끊임없이 화제가 될 만큼 많은 이목을 끄는 사건들이 평범하다고는 볼 수 없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는 음주 문화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완화시킬 방도를 찾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즐기려고 모이는 술자리에서 즐기기 위해 하는 게임은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서는 안 되며 기피 대상이 되서는 안 된다. 마시면서 배우는게 술이라는 말도 있고, 타고나길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이나 매번 충분한 자제력을 가지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고수하는 사람들 또한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정선을 넘는 음주 문화가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될 수는 없다. 친목의 목적으로, 스트레스 해소 용으로, 다양한 이유로 술을 마시는만큼 무엇보다 그 자리에 모인 이유에 충실하고, 대학 생활이 술로 지배되게 하거나, 학생 본인의 학업과 생명에 영향을 끼칠 정도까지 비뚤어진 음주 문화가 바로잡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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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푸릿백언
    • 2014.11.30 22:58
    굿잡
    • DJ푸릿백언
    • 2014.11.30 22:58
    굿잡
    • DJ푸릿백언
    • 2014.11.30 22:58
    굿잡
    • 2014.11.30 23:49
    너무 공감가는 글이네요. 술 한잔 하면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도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다 좋아하지만, 술은 역시 조심히 과하지 않게 마셔야 될 것 같아요. 물론, 가끔 아예 취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자주는 안 좋겠지요?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