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임기 초 윤창중 사태부터 세월호 참사, 그리고 이번 이완구 총리 뇌물 수수 의혹까지 정말 바람 잘날 없는 정부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정권 하나 없었다지만, 필자는 다른 문제보다 박근혜 정부가 걷고 있는 외교 정책에 큰 우려를 표하고 싶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중국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임기의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단 한차례도 없었던데 반해 중국 시진핑 주석과는 이미 여러 차례 회담을 가지며 ‘역대급’ 친밀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역사인식(그리고 영토분쟁)에 대한 입장에서 이해관계의 일치를 찾은 것이 주요했다. 양국은 일본의 역사 인식에 우려를 표하면서 위안부 공동연구에 착수하고 위안부 백서를 창설 제작하는 등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제재를 가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친중 외교가 일본의 우경화를 견제하는 데에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를 보았을 때 돌아올 수 있는 대답은 NO이다. 일본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역사 다시 쓰기 작업에 본격 돌입했으며, 출판되고 있는 모든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인신매매” 등의 파렴치한 표현을 쓰며 역사를 부정하고, ‘가슴 아프다’ 정도의 얼버무리기로 세계대전의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동아시아 3국 중 한국과 중국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저처럼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튼튼하고 확고한 미〮일 동맹이다. 최근 동아시아의 정세를 보면, 한〮미〮일 동맹을 확고히 하여 중국의 세력확장을 막으려는 미국의 의도와는 반대로, 대한민국은 중국과 강력한 결속을 형성하여 한〮중 vs 미〮일 구도를 만들어냈다. 강력한 삼각 동맹 속에서 중국을 견제하려고 했던 미국으로서는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본은 물 들어 왔을 때 노를 젓는 뱃사공처럼, AIIB 가입 거부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외교 역량을 모두 쏟고 있다. 지금까지 아베의 외교노선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미국이 노골적인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에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4월 25일 한국 방문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위안부 문제는 전쟁 중이었음을 가만하더라도 끔찍하고(terrible) 지독한(egregious) 인권유린”이라고 강하게 말했던 것과 매우 대치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오늘(27일) 일본은 또 하나의 외교적 성과를 내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총리는 18년 만에 미〮일 방위지침을 개정하는데 합의하여 미군과 자위대의 연합작전의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시켰다. 일본이 2차 세계 대전의 전범국임을 감안하였을 때, 이번 미〮일 방위 지침 개정은 일본의 자위대가 자유롭게 파병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포함한 여러 전범국 피해국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이런 점을 모르고 방위 백서를 개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외교의 패배임이 틀림없다.
이제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미 올해 초 미국은 한반도 사드(THAAD)배치로 한국 정부의 외교노선을 가늠하려고 했다. 사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 밀집지역을 방어하는 일종의 미사일 방어체계인데, 사실 이 장비는 굳이 한국에 설치하지 않고 대만이나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설치해도 중국이나 북한의 움직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게 사드 배치 의향을 타진한 것은 “더 이상 한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두고 저울질하지 말고 선택하라” 라는 미국의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필자는 박근혜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전통적 삼각 동맹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기본 설립이념을 봤을 때, 중국과의 동맹은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중국이 북한을 내팽개치고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도와줄 리 만무하다. 즉, 정치적으로 한〮중 동맹은 일본의 몰지각한 우경화 행보 때문에 생겨난 매우 일시적인 관계일 뿐이다. 일시적인 이해 일치로 인한, 그것도 미-일 동맹 심화로 별다른 소득도 챙기지 못한 친중 외교가 과연 친미 노선보다 이득인지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이전처럼 삼각 동맹 형성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미국은 지금보다 위안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일본은 역사왜곡 등을 수반한 우경화를 우악스럽게 밀고 나가는데 있어 미국 눈치가 제일 많이 보이지 않을까. 즉, 한국의 친미에 기반을 둔 삼각 동맹의 회복은 동아시아 역사 문제 해소에 있어 지금처럼 미국을 등지고 중국과 협력하는 것보다 일본의 우경화를 막는데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한테 이를까 고르자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냉정히 말해 전쟁을 벌여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일본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현실적인 외교해법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분해도 당장 저질러지는 파렴치한 역사왜곡을 제재하기 위해 삼각동맹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 강력히 믿는다.
'EDITORIAL > 사회 :: Current Issu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I Don't Want to Go To Hakwon (0) | 2015.05.10 |
---|---|
아니, 국민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2) | 2015.05.08 |
Healing Korea (0) | 2015.04.22 |
삐뚤어진 국민들. (14) | 2015.04.21 |
Rebuttal: Justifying the Termination of the Adultery Clause (0) | 2015.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