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필자는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이나 연수를 갔던 것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한국에서만 공부하고 생활해 온 일명 ‘토종 한국인’이다. 그러한 나에게 유학생 친구라고 하면, 버클리에 와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나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외국으로 유학을 간 몇몇 친구들이 전부. 필자의 친구 목록 중 아마 70% 이상은 대부분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도 한국 대학생, 주로 페이스북에서 보이는 게시물도 전부 한국 대학가 맛집 소개 글. 그리고 심지어 한국 대학교들의 대나무숲 페이지까지 열심히 팔로우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자연스럽게 한국 대학 문화에 대한 익숙함, 그리고 그보다 더 큰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나의 첫 유학 생활의 일상이 겉보기에는 그리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날이 갈수록 많은 차이점들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이번 글의 요지가 되겠다.
고맙게도 현재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15학번 고ㅇㅇ양과 자칭 1학년 아이돌 한ㅇㅇ군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한국 대학의 신입생들과 미국 대학의 새내기(유학생)들의 첫 학기 생활을 비교해 보는 글을 쓰겠다는 포부를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 비해서 미국의 대학교들은 각 학교마다 제도나 분위기, 그리고 문화가 천지차이인지라 미국 새내기들의 생활은 필자가 재학 중인 버클리의 한국인 유학생들에 한하여 제한을 두겠다. 이 글에서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대학 생활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공통되는 부분들 (과제나 시험, 수강신청 등)에 관한 것은 최대한 제외하고, 크게 차이가 나는 점들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꿈에 그리던 학교에 합격하고 입학하기 전까지의 이런저런 모습들부터, 입학 당시, 입학 후, 그리고 첫 학기를 시작하면서 겪는 일들까지. 나처럼 한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 사람이 흔치 않아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나, 어떠한 부분은 ‘맞아 맞아’하며 공감해주고, 어떠한 부분에서는 ‘아~ 저쪽은 저렇구나!’하고 배워가며 가볍게 쉬어 가는 마음으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야, 나 합격했어!
필자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작년 12월 당시 우리 학교 교실의 풍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한국 대학교 수시에 합격해 여유로운 걸음으로 등교하는 학생들과, 반대로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 대학교 regular application을 준비하기 시작한 초조해 보이는 학생들. 이때부터 두 부류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이미 S대에 합격한 나의 단짝 친구 A양과 미국 대학교에 지원하던 나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겨울 방학이 지나고 필자의 미국 대학 정시 지원이 겨우 끝났을 무렵, A양은 벌써부터 같은 과에 합격한 새 동기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펜션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졸업 후 아직까지 무소속이었던 나는 ‘나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서 저렇게 놀러 갈 수 있겠지…?’하는 불안감을 잔뜩 안은 채 서너 달 동안 새로운 친구들, 엠티나 오티, 마음에 드는 선배에 대한 그녀의 수다를 끊임없이 들어주며 버텼다. 대학생이 되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그녀의 화장법을 보고 감탄하며, 씁쓸한 마음을 달래려 제대로 쓸 줄도 모르는 화장품들을 이것저것 사보기도 했다.
그러나 4월쯤 미국 대학교 합격 발표가 난 뒤부터는 우리 둘 사이의 전세가 점점 역전되어 가기 시작했다. 드림 스쿨이었던 버클리에 합격한 나는 긴장감으로 풀이 죽어 있던 어깨를 한껏 펴고 본격적으로 여가 생활을 즐겼다. 마냥 설렘 가득하던 학기 초반이 지나고 금세 중간고사 기간을 맞이한 A양은 매일 같이 엄마랑 쇼핑 – TV 또는 영화 관람 – 강아지와의 산책 – 독서 등 취미 생활 – 또 쇼핑 – TV 또는 영화 관람의 일상을 반복하는 나를 보며 “나도 미국 갈래!!”라고 외치기도 했다. 평생 다시는 찾아올 것 같지 않던 여유로운 나날들을 보내며 행복해하는 한편, 시험이 끝나자 또다시 시작된 A양의 설레고 새롭게만 들리던 대학 생활 얘기에 ‘빨리 개학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감이 부풀기도 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이제 곧 부모님과 떨어져 처음으로 혼자 먼 타지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까지 한꺼번에 밀려왔다. 시간은 금세 흘러 미국으로 가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게 되고, 왠지 모르게 늘어나는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을 애써 숨기며 들뜬 마음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앞으로 한참 동안이나 만나지 못할 거라는 아쉬움에 A양과는 소주를 사들고 집에 가서 밤새도록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보며 놀기도 했다. 한국 친구들이 끝나가는 방학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개강 준비를 할 때, 나 역시 긴 시간의 비행 후 드디어 낯선 기숙사에 입성해 정신없이 짐 정리를 해댔다. 그리고는 부모님과의 헤어짐에 속상한 것도 잠시, 그간 한국 친구들한테서 전해 듣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아니 꽤나 많이 다른 듯한 첫 대학 생활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너 무슨 과야?
한국 대학교와 미국 대학교의 제도상의 가장 큰 차이점을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면 우선 ‘과 개념’을 들 수 있다. 2월부터 3월 초까지, 필자가 친구들로부터 지겨우리만큼 많이 들었던 바로 그 단어 – 과방, 과톡, 과팅, 과 엠티, 과 친구들. 한국 대학교 같은 경우, 대부분 입학할 때부터 합격 당시 정해진 학과 아래로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은 같은 과, 같은 학번의 사람들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합격 발표가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과 동기들끼리 ‘과톡’을 만들어 즉흥적으로 술자리를 갖거나 이곳저곳을 놀러 다니는 것은 물론, 캠퍼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아 한 학번 위의 선배들과 함께 ‘과 엠티’를 떠나기도 한다. 개강 후에도 수업의 공강 때나 강의가 끝난 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과방’이고, 수업 역시 교양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전공 과목을 과 친구들과 함께 들으며, 특별한 약속이 없는 이상 밥도 항상 같이 먹으러 다닌다고 한다. 또, 학기 중에 과마다 개별적으로 주최하는 '일일호프' 역시 빠질 수 없는 주요한 과 활동 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본인이 애써서 혼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한국 대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과 친구들과 가장 친해지고 남은 학기를 같이 보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반대로, 필자가 재학 중인 미국 대학교 같은 경우, 사실상 새내기들 사이에 과 커뮤니티라는 것이 없다. 전공이 뭐냐고 물으면 늘 “심리학이랑 정치학 복수 전공 하려구요!”라고 대답하는데, 나 같은 경우 학교에서 제공하는 공식적인 프로필에 undeclared (학과가 정해지지 않음 – 필자가 속해 있는 인문 과학대는 모든 1학년 학생이 undeclared 상태로 입학하고 3학년 때 학과를 결정한다) 상태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처음부터 전공이 정해진 채로 입학하는 다른 단과 대학의 학생이라고 해서 딱히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전공이라고 해도, 개인마다 스케줄이 너무 달라서 한국처럼 수업을 같이 듣는 경우가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과방’이나 ‘과톡’처럼, 같은 과끼리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아예 없으며, 일일호프 같은 경우도 보통은 '일락'이라고 불리는, 다른 미국 대학교들과 함께 주최하는 대규모의 술파티 비슷한 형식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올해 여름, 필자는 버클리와 NYU가 함께 열었던 일락 파티에서 서빙을 맡기도 했다). 아무튼 이러한 환경 덕에, 미국의 새내기 유학생들은 학기 초반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적극성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주로 같은 기숙사에 살게 된 한국인들끼리 친해지고 무리를 이루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워낙 밖에 나가서 사람들 만나는 일에 능통한 성격도 아닌데다, 유독 한국인이 적은 기숙사에 살게 된 나는 결국 입학한지 두 달만에 혼자 공부하기와 혼자 밥 먹기에 완벽히 적응해 버렸더랜다 (특히나 올해는 신입생들끼리의 교류가 이전에 비해 굉장히 적다고 알려졌다).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들으며 친해진 신입생 손ㅇㅇ양 같은 경우 심지어 동아리조차 하나 들어가지 않은 바람에 필자보다 더하다면 더할 ‘독립생활’의 고수가 된 지 벌써 오래. 그래도 밥 먹자, 같이 공부하자, 혹은 어딘가로 놀러 가자며 종종 연락 오고 찾아주는 몇몇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그렇게 외로움을 느낄 일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MT, OT, 그리고 동아리
처음 시작하는 대학 생활, 새내기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말로만 듣던 '엠티'가 아닐까? 실제로, 한국 대학이나 미국 대학 둘 다 엠티나 오티 등의 행사에 있어서는 비슷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조금 차이 나는 점이 있다면, 한국 대학이 신입생들이 참가할 수 있는 엠티나 오티를 좀 더 다양하게 여러 가지를 제공한다는 점. 예를 들어, 필자의 한국 친구인 고ㅇㅇ양이 재학 중인 학교 같은 경우, 합격 발표가 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신입생 환영회를 열고, 개강 전에는 ‘새터’라는 오티를 통해 선배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함께 술 마시고 노는 자리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교에는 없는 과 엠티, 개강 파티, 동기들끼리 모여 가는 엠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또한 동아리 역시 공식적인 것만 50여 개 정도이고, 비공식적인 것들까지 합치면 무려 200가지가 넘어간다고 하니...나의 대학 첫 학기 생활을 어떤 동아리와 함께 보낼지 선택하고 지원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넓다. 물론 카테고리도, 굉장히 메이저 한 것들부터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 두 세명이 모여 결성한 아주 작고 소박한 동아리까지 다양하다. 학기 초반에는 어딜 가나 벽마다 붙어 있는 수십 장의 형형색색의 동아리 홍보 포스터들을 보며 어떤 동아리에 들어갈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하니 말이다.
반면 미국 대학교 같은 경우, 전체 신입생들을 위한 학교의 ‘진짜 교육적인’ 오리엔테이션과 설명회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한국처럼 ‘놀고 마시기 위한’ 공식적인 엠티나 파티가 딱히 없다. 학교에서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채 5%가 될까 말까 한데,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가 아니겠는가. 덕분에, 한인 학생회나 몇몇 동아리들에서 자발적으로 주최하는 ‘한국인들만 모이는’ 소규모의 오티에 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선배들과도 친해지는 기회를 갖는데, 분위기는 여느 한국의 오티들 못지않게 재미있고 좋다. 그치만 한국처럼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펜션을 예약하고 1박 2일로 동기들끼리 즉흥 엠티를 다녀오는 일 같은 것은, 나를 포함한 이곳의 신입생들은 모두 상상 속으로만 꿈 꿀 수 있는 이야기. 동아리 역시, 한국 대학교에 비하면 (한인 동아리만 고려했을 때) 그 수가 확연히 적다. 나 같은 경우 미국에 오기 전 여름에 버클리 오피니언에서 주최했던 오티에 참여했던 것이 지금까지 인연이 되어 동아리 부원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사실 입학한지 두 달이 넘은 아직까지도 알고 있는 동아리가 채 10개도 되지 않는다. 합격한 뒤로 여태까지 참여했던 엠티도, 버클리 오피니언에서 다 함께 갔던 엠티 한 번이 끝. 그래서인지, 이 동아리에 계시는 언니가 저 동아리에도 계시고, 저 동아리 회장님이신 오빠가 이 동아리에도 계시고, 사실 저번 학기에는 요 동아리에서도 활동하셨던 그런 경우를 이곳에서는 굉장히 자주 보게 된다.
과팅 나올래?
한국 대학 생활의 꽃이자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과팅’, ‘미팅’, ‘소개팅’ 등의 팅들. 필자가 A양이나 고ㅇㅇ양으로부터 지금까지 들어온 대학 생활 이야기 중 거의 3분의 2 이상은 과팅이나 미팅에서의 에피소드,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얘기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대학교에는, 아니 적어도 필자가 재학 중인 학교의 한인 커뮤니티에는 미팅과 같은 개념이 (아마도?) 없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생소하게 느껴 질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새내기들이 거의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나가곤 하는 게 ‘과팅’이라고 하는데, 나의 두 친구 역시 과팅에 참석한 경험이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각각 두세 번씩은 되는 듯하다. 과팅은 각자 다른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끼리 숫자를 맞춰서 미팅 하듯이 만나 밥도 먹고, 게임하고, 놀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애프터 신청도 하는 소위 ‘학과 미팅'이다. 보통 주변 커플들의 50% 이상은 다 과팅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정도로 한국 대학교에서는 과팅이 썸의 탄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의 친구인 한ㅇㅇ군 같은 경우 학기 초반에 나갔던 과팅에서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 현재까지 알콩달콩 연애를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아마 미국 대학교의 한국인들 사이에서 과팅이나 미팅 같은 개념이 없는 이유는 우선 앞에서 말했듯이 새내기들에게는 딱히 이렇다 할 과 구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굳이 그렇게 자리를 만들지 않아도 워낙 커뮤니티가 작아서 금방 서로서로 알게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 같은 경우 어릴 때부터 “난 미팅이나 소개팅으로 만나는 거 싫어. 아는 사람에서 연인으로 가는 게 좋아!”라는 가치관을 가진 채로 살아왔기 때문에, 가끔씩 나와 줄 수 있느냐는 친구들의 제의에도 싫다며 거절했고, 그들이 재잘재잘 대는 후기를 들으며 딱히 부럽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요새는 또 한 번쯤 나가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괜스레 들기도 한다. 가을이라 그런 걸까?
먹스타그램
처음으로 미국에서 혼자 유학 생활을 시작한 지 어엿 두 달, 나를 정말 ‘한국에 가고 싶도록’ 만드는 유일무이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 이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을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학가 식당 문화’를 꼽겠다. 고개만 돌려도 한눈에 들어 오는 다양한 유명 식당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들, 이색 술집, 그리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까지. 사실 뉴욕의, 그것도 그곳의 가장 중심지에 위치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의 또 다른 고등학교 동창은 강남역, 홍대 저리 가라 할 만큼 온갖 맛있는 음식들은 다 먹고 다니며 매일 같이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는 나의 마음을 슬프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이른 저녁 대학로를 걸어 다니며 페이스북에서 봤던 맛집을 발견해 들어가고, 밥을 다 먹고 나면 또 페이스북에서 봤던 디저트 카페에 들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의 대학 생활이 늘 이러한 일상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희망을 품곤 했었다. 더군다나 버클리의 유독 도드라지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은 학교 근처에 이렇다 할 맛집이 정말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 괴리감이 더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선배 오빠, 언니들이 주신 단비 같은 정보들과 버클리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오는 카페나 레스토랑 소개 글들을 열심히 참고해가며 친구들과 함께 버스나 우버를 타고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약이라도 올리는 듯 뉴스피드만 켜면 보이는 한국 대학가의 온갖 맛집 정보들과 음식 사진들에 괜스레 심통이 난다.
그래도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는 나는 한국 가면 절대 먹을 수 없는 치폴레 (Chipotle)가 기숙사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 다행히 버블티가 다양하고 맛있다는 것(필자는 버블티 덕후이다), 라부리따와 김치가든이 꽤나 나의 입맛에 맞는다는 것, 그리고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나름 맛있는 한식당들도 꽤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곤 한다. 그렇지만 한국에 있을 때 매일 같이 먹으러 다니던 엽기 떡볶이, 오겹살, 뿌링클, 치즈 닭갈비, 인절미 빙수, 싸이버거, 치즈 퐁듀 돈까스, 오리불고기, 순대국밥, 스테이크 샐러드, 7분 김치찌개… 이 모든 것이 여기에는 없다. 녹차맛 디저트를 먹으며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무지 좋아하는 필자가 마음껏 녹차 티라미수, 녹차 빙수, 녹차 카스테라를 시켜 행복감에 젖은 시간을 보낼 마땅한 카페도 드물다. 나름 비슷하다고 찾아간 식당에서 신나게 밥을 먹다가도, 친구들이 보내주는 엄청난 비주얼의 음식 사진들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 괜시리 앞에 놓인 음식들이 밉게만 느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빨리 겨울 방학이 되어 한국에 내려가서, 2주 동안 그동안 먹고 싶어서 ‘나만 보기’로 공유해 놨던 각종 맛집들을 하나하나씩 반드시 다 정복하고 오리라 굳세게 다짐한다.
나 축제 준비 때문에…
짧게 한 가지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미국에는 없는데 한국에는 있다! 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축제’이다. 예쁘게 꾸며 입고 우리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의 축제에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가서, 연예인들도 보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게임도 하면서 놀아 보는 게 고등학생 시절 내내 소원이었던 나는 얼마 전 한국 대학교 가을 축제 기간에 페이스북에 올라오던 게시물들과 축제 준비에 한창 바쁘던 주변 친구들을 보며 '나도 구경하러 가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버클리에도 축제 비스무리 한 걸 가끔씩 개최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궁금하고 경험해 보고 싶은 한국 대학교 문화를 한 가지만 더 꼽으라 한다면 아마 봄 축제, 가을 축제 등 의 대학 축제 문화를 꼽을 수 있겠다.
술, 술, 술!
마지막으로, 이는 본연 신입생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닌 듯한데 – 바로 미국과 한국의 ‘법적 음주 허용 나이’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일탈 본능’이다. 올해 1월 1일 새벽 12시 정각, 한국 나이로 드디어 스무 살 성인이 된 필자는 단짝인 A양과 평소에 가고 싶었던 칵테일 바에 가서 과일 타르트와 아이스크림만 시켜 먹으며 앉아 있다가, 열두시가 땡! 치자마자 학생증을 꺼내 들고는 짠-하고 웨이터에게 보여 주었더랬다. 처음으로, 당당하게 태어난 년도를 말하며 스스로의 능력으로 술을 시켰다는 기분에 둘 다 괜히 신나서 마냥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성인이 된 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고작 몇 달, 금세 미국으로 와 버린 나는 다시금 미성년자가 되어 버렸다. 보통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교를 입학한 친구들은 나만큼 그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할 듯하지만, 한국에서 8개월간 달콤한 자유를 만끽하다가 처음 미국으로 왔을 때 내가 체감했던 그 변화는 상당히 컸다.
한국 대학교 신입생들 같은 경우 첫 학기 초반을 요약하자면 그냥 ‘술, 술, 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친구들과, 선배들과, 아니면 관심 있는 사람과 일주일에 최소 한 번, 많으면 서너 번씩이나 술자리를 가진다. 그만큼 학교 주변에 여러 가지 분위기의 술집들이 많이 모여 있고, 요즘은 술의 종류도 자몽 소주, 복숭아 소주, 블루베리 소주 등 뭐가 뭔지 헷갈릴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미국 같은 경우, 만 21세가 넘어야만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학교 주변 술집에서 술 마시고 노는 경우가 거의 없다. 뭐, 사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필자의 학교 근처에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레스토랑이나 PUB에서 맥주를 마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딱히 그렇다 할 술집도 없는 듯하다. 올해 입학한 나를 포함해 아직 미성년자인 사람들이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은, 술을 살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개인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동아리 엠티나 회식, 한인 학생회에서 여는 파티 정도가 될듯하다. 항상 술을 마시는 장소도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식 술집 몇 군데 또는 누군가의 집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과일 소주를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는건 정말 아쉽다.
그래도 막상 술자리가 시작되면 한국 대학생들과 거의 다를 것 없이 술 게임이나 술 마시는 방법 등이 대부분 똑같다. 분위기도 한국의 술자리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그 즐거움이나 화끈함에 있어서 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처음 단체로 술을 마셨던 날, 그동안 진짜 궁금하고 배우고 싶었던 다양한 술 게임들을 알게 된 게 너무 뿌듯한 나머지 이미 각종 술자리를 통해 왠만한 술 게임은 모두 마스터한 A양 앞에서 이것저것 시범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는 후문. 여기서 굳이 마시지 못하는 술을 어떻게 해서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데, 다만 가끔 술을 진짜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마음대로 그러지 못할 거라 생각하니 조금 답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국 대학교 새내기들과 미국 대학교의 새내기 유학생들의 첫 학기 모습에서 보이는 차이점들을 큼직큼직하게 비교해 보았다. 사실, 이 글은 미국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만에 의존하여 써 내려간 것이기에, 실제와는 조금 다른 부분도, 또 필자의 로망에 비해 별것 아닌 부분도 조금씩 있으리라 예상한다. 또 미국 대학생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대부분 나 자신의 경험과 시각에 기반을 두어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는 나와 다른 생각과 관점을 느끼며 글을 읽어 내려갔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글을 다 쓰고 나서 보니, 반대로 한국 대학생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그들이 미국 대학교 신입생들에 대해 동경하는 점이 있는지, 있다면 과연 어떠한 것일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그것을 가지고 새내기 탐구 생활 2탄을 써 봐도 되려나, 싶다. 아무튼 내가 느낀 바로는, 한국 대학생들과 미국 대학생들 모두 각자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교육을 받으며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결국 다들 같은 ‘한국 땅’에서 자라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한국인’들이라는 것.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렇기 때문에 신기하게도 서로 공감 되는 부분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은 채로 글의 마무리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사진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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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 주신 분들 :
S대 서어서문학과 고ㅇㅇ양, K대 정치외교학과 한ㅇㅇ군, B대 Urban Studies Major 손ㅇㅇ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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