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의 법칙은 단순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그 외에는 어떤 변수도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먼저 좋아하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리 나에게 잘해주고 진심을 전달해도 부담만 커질 뿐, 마음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너로 인해 나의 사랑의 법칙에 변수가 생겼다.
평범한 얼굴, 평범한 키, 그리고 평범한 성격. 학기 초 동아리 방에서 너를 처음 본 내게 남은 너의 첫인상이었다. 새로운 신입 멤버들 사이에서 넌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너는 나의 이상형과 전혀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전혀 친해질 것 같지 않았던 우리였지만, 항상 먼저 말을 걸어주던 너의 친화력 덕분에 낯가리던 나도 어느새 너와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항상 밥은 먹었냐는 너의 연락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고, 잘 들어갔냐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하루를 끝내게 되었다. 너는 나를 기숙사에 데려다주기 시작했고, 그렇게 함께 공부하는 시간도 늘어났으며, 둘이 함께하는 시간 또한 늘었다. 사실 처음엔 즐겁고, 고맙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의 행동이 고맙기보단 부담스럽게 다가왔고, 나는 그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너에게 나는 아직 그냥 좋은 친구였고, 혹여나 너의 마음이 우리의 좋은 친구 관계를 망치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네가 날 집에 데려다 줄 때면 난 네가 고백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
[1]
그런 사이로 우린 계속 함께 지냈다. 너는 나에게 좋은 친구로, 그리고 나도 너에게 좋은 친구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너의 연락이 익숙해질 때쯤, 너의 연락의 빈도수가 갑자기 줄기 시작했다. 먼저 연락하지 못하는 나의 성격 때문에 우린 그렇게 같이 공부하는 시간도 줄게 되었고, 늦은 밤 무서운 길도 혼자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인 것 같다. 나의 마음이 헷갈리기 시작한 건.
만석인 도서관에 들어서면 항상 나의 자리를 맡아주던 네가 생각났고, 밤늦게 혼자 기숙사로 돌아갈 땐 무서워하는 날 위해 옆에서 재잘재잘 얘기하며 웃겨주던 네가 생각났다. 부담스럽고 귀찮게만 느꼈었던 너의 관심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잘해주는 너의 모습을 보면 질투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애써 내 마음을 부정했다. 내 이상형과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널 내가 좋아할 리는 없다고, 내가 느끼는 감정은 사랑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의 연락이 반갑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부담스럽게 느꼈던 너의 행동들은 점점 설레게 다가왔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네가 친구 아닌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고, 나의 마음을 숨기기 힘들어져만 갔다. 그때부터 나는 네가 고백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음에도 너는 고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난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에 대한 마음이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며, 우린 이제 정말 친한 친구가 된 것이라고, 애써 날 위로하고 달랬다.
그렇게 어느 날 기숙사로 날 데려다주던 넌 평소완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기숙사 앞에서 넌 한참을 서성이다 쑥스러워하며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나에게 고백했다. 난 갑작스러운 고백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그 서툰 고백에 나도 모르게 네 옆으로 다가가 널 안아주었다.
[2]
그렇게 우린 연인이 되었고, 내 인생은 점점 너로 물들여지기 시작했다. 항상 받는 행복만 알던 나에게 너는 주는 행복을 가르쳐주었고, 주는 사랑만 알던 나에게 넌 받는 사랑을 가르쳐주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넌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행복한 추억들을 안겨주었고, 너의 따듯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도 소중했다. 어느덧 넌 나의 이상형이 되었고, 우리의 연애는 매일 퍼즐처럼 한 조각 한 조각 맞춰져 갔다. 넌 항상 내가 먹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좋아했고, 난 또 그렇게 너에게 익숙해져 갔다.
졸업이 다가올 무렵, 넌 장거리 연애를 불안해하던 날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아낌없이 해주었고, 그런 널 보며 난 우리의 사랑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행복하고, 완벽했던 우리의 연애는 졸업 후 180도 달라져 버렸다. 시작된 장거리 연애에서, 날 향한 너의 마음은 희미해져만 갔다. 그렇게 우리는 맞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엇나가기 시작했다. 매일 밤 서로의 일과를 공유하며 잠들던 날들은 줄어만 갔고, 매일 밤 서운함에 눈물을 흘리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난 점점 지쳐갔다. 매일 난 이 관계를 고민하게 되었고, 너무 힘이 들어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넌 내 마음을 읽는 듯, 사랑한다는 말로 이 불안한 관계를 이어가게 했다. 몇 번의 반복 끝에 넌 그 가끔 전하던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기 힘들어졌는지, 나에게 이별을 통보해왔고, 난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헤어졌다. 풀려버린 카세트 테이프처럼, 우리의 관계를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도 늦었다.
[3]
헤어진 후 며칠은 이상하리만치 슬프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해서였을까. 혹은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어서였을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던 나였는데, 며칠이 지나니 나는 미칠 듯이 괴로웠다. 술을 마셔도 봤고, 친구들과 네 욕도 해봤다. 그리고 널 잊기 위해 너의 전화번호부터 함께 찍었던 사진까지 모두 지워버렸다.
이렇게 난 너무나도 힘든데, 우연히 마주한 SNS 속 너의 모습은 내 옆에 있던 너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다. 언제나 따듯하고, 배려 넘치는 너였는데, 이별 후 너의 모습은 너무나도 차가운 사람이었다. 이별한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전혀 슬픔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너의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나니 추스르고 있던 내 마음이 미어져 왔다. 난 이렇게 힘들고 아픈데. 너는 왜 나만큼 힘들지 않은 걸까. 너무 분하고 억울했다. 3년간 함께했던 그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사랑이 마치 너에게 속은 기분이었다.
이별 후 친구들은 나에게 너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며, 소개팅 권유를 해왔고, 남자는 남자로 잊는다는 말을 믿고 싶은 마음에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난 다른 남자들과 밥도 먹고, 영화관 데이트도 하며,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새로운 남자들에겐 너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고, 비로소 난 그때 깨달았다. 네가 나의 첫사랑이었음을.
너와 헤어지고 난 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땐 항상 너에게 비교하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너와 닮은 모습을 보면 너와 같은 결말이 찾아올까 두려워 그 관계에서 뒷걸음질 치곤 했다.
오늘 길을 걸어가다 너와 너무나도 닮은 사람을 봤다, 그리고 그 옆엔 어떤 여자가 있었다. 난 혹여나 너일까 해서 뒤돌아 그 모습을 한참 쳐다보고 서 있었다. 그 사람이 너이길 바라며, 또 네가 아니길 바라며. 아직도 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너와 헤어지고 3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또 누군 시간이 약이라고 했지만, 나한텐 다 거짓말처럼 들린다. 난 아직도 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생각나고, 너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날 다시 나로 바꾸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만 같다.
그래도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나에게 첫사랑을 가르쳐준 너였기에.
남자의 관점이 궁금하시다면, 이 칼럼을 읽어보세요!
http://berkeleyopinion.com/743
출처:
[1]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6009433&memberNo=33546458&vType=VERTICAL
[2] http://blog.naver.com/brobrojw?Redirect=Log&logNo=220445250852
[3] http://blog.naver.com/ii_popo?Redirect=Log&logNo=220458888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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