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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오늘 내게 주어진 선물




"인생은 빠르게 변한다.

인생은 한순간에 달라진다. 

저녁식탁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이 끝나기도 한다. 

자기연민의 문제."



[1], [2]



미국의 저명한 작가 조앤 디디온의 베스트셀러상실’ (The Year of Magical Thinking)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4줄의 메시지와 함께 시작된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했던 남편과의 이별을 맞이 조앤 디디온은, 상실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한계를 고찰하였다. ‘존이 돌아올지 모르니 그의 신발을 버릴 없었다 남편의 죽음을 부정하는 단계를 거쳐, 그녀는마법 일어나기를 바라는 해를 보낸다. 그녀는 홀로 그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자신에게 다가온 비참한 현실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상실로 인한 비통함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하여 숙고하는 시간을 보낸다. 

“ ‘비통은달랐다. 비통에는 거리가 없었다. 비통은 파도처럼, 발작처럼 찾아왔고 갑작스런 불안 때문에 무릎이 떨리고 앞이 안보이고 일상이 지워졌다. 비통을 겪어본 사람들은 거의 모두 파도현상을 경험한다. ”

그녀에게 필름처럼 지나가는 그와의 시간은 아쉽게도 이상은 지속할 없는, 지나가 버린 시간이다. 현재 그녀의 곁에는 남편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남편의 존재는 어떠한 초월적 힘으로도 대신할 없을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4줄의 메시지의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던 나는,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하지 않을 없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서일까. 마냥 철없이 보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성인이 되어가며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살아간다. 함께하는 아름다운 나날들, 계절이 흐르고 어느새 일 년이 지나면 흐릿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내가 지금껏 만나온 소중한 사람들, 현재까지 시간을 같이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중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오고 가는 사람들, 만남과 헤어짐은 계절의 흐름처럼 당연한 것이지만 예측할 없는 이별은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예상치 못한 이별에 대담해지기를 바란다.

언젠가 책장 정리를 하다 우연히 서랍 속에 쌓여있는 사진첩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해맑던 어린 시절의 모습들 그리고 가족과의 추억을 곱씹어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린 시절, 나는 매주 주말 새로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 밤이 되면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 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자동차에서 다시 잠들었던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나는 새로운 곳에 도착해있었다. 피곤해서 투정을 부리고 고집을 피웠던 적도 많았는데 여행 아버지께서 사진을 정리해주실 때면 옆에서 조용하게 나 자신의 철없던 행동에 반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추억할 밖에 없어진 지금, 매주 나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나에게도 목표가 생겼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나중에 되돌아보았을 때 감동을 있는 추억을 만드는 . 그것이 내가 내게, 그리고 주변에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이 것이라 생각했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기 위하여, 2016 여름, 갑작스러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내게 가족과도 같은 친구와 함께할 있어 더욱 값진 여행이었다. 새벽 세시, 더웠던 여름 나는 친구와 함께 동네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즉흥적이고 현실적으로도 많은 한계가 있어 보였기 때문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고민은 매우 짧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주장을 앞세우며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하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3] 

- LA to Colorado: 17hours 

(사실 LA 돌아온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똑같은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가 가게 여정이었다. LA에서 Colorado까지 새벽 늦게 출발한 우리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선, 면허가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기 때문에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었다. LA에서 Las Vegas까지는 3~4시간이면 가기 때문에 우리는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콜로라도로 향하기로 계획하였다. 원래 여행을 할 때 앞서 계획 세우기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숙소 예약도 가면서 하고 나머지 관광계획도 먹으면서 급하게 세웠던 생에 최고로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말로 표현할 없는 피곤함이 몰려오고 매우 지쳤을 때쯤, 처음 보는 구불구불한 길들, 주변 야생동물의 출현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긴장감마저 북돋웠다. 하지만 늦은 시간 매우 높은 산악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곳에서 멈추거나 다시 되돌아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였다. 긴장감에 침묵이 흐르던 우리는 길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어둠과 바깥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은 몸을 경직시켰고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두려움도 잠시,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었을 갑자기 겨울로 듯한,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존재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더웠던 여름에서 몇 시간 만에 덮인 산들 주변에 둘러싸 우리 , 그리고 밤하늘의 쏟아질 같은 별들은 이번 여행이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며 뜻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암시를 하는 하였다. (참고로, 콜로라도는 주의 남북으로 로키산맥이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의 평균 고도가 미국 전체에서 가장 높은 산악지대이다.)

무리가 있기도 하였지만 여행을 마치고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여행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할 있었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색다름을 체험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더욱 값진 이유는 바로 우리에게 마지막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내게 가족과도 같았던 친구, 안타깝지만 우리의 다음 만남은 기약할 없다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이유는 밝히지 않기로 한다). 우리가 함께 보낸 지난 아름다운 추억들은 사진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 자신이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있었던 선물은, 나 자신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안전하고 알찬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즉흥적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어려움이 닥치기도 했지만, 여행을 가 않았더라면 얻지 못했을 추억과 배우지 못했을 세상의 신비함에 대해 배울 있었다. 또한, 우리는 함께 고난을 겪어가며 성숙해졌고 서로의 소중함에 대하여 확인할 있는 시간을 가질 있었다. 매일 같이 함께했던 우리. 같이 보낸 시간이 상당한 만큼, 오랜 시간 뚜렷하게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 만남과 이별은 내게 너무 익숙한 것으로 자리 잡았지만, 익숙하다 해서 고통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할 없기 때문에 더이상은 미련을 갖지 않기로 한다. 

세상 누구든지 앞으로 다가올 일들은 예측할 없다. 예측불가한 미래를 위하여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고 뜻깊게 보내려 노력한다면, 적어도 우리는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여 보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현실이마법처럼 변하기만을 바라며 소비하는 감정은 적을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나와 함께 오랜 시간 생각을 공유하고 추억을 만든 친구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으로 너의 인생에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우리가 용기 내서 만든 특별한 추억과 너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선물 잊지 않기를 바란다 



[4] Colorado 에서



이미지 출처:

[1] http://afflictor.com/tag/joan-didion/

[2] http://www.signature-reads.com/2015/08/joan-didions-life-is-the-story-of-postwar-america/

[3] Google Maps

[4] 개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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