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0세.
정치 경험 전무.
세 번 결혼하고 다섯 명의 자녀를 둔 부동산 재벌.
2016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 의원),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 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쟁쟁한 공화당 후보들을 제치고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클린턴이 승리할 거라는 대다수 여론조사들의 예측을 뒤엎고 대선 본선에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선에서 당선까지
트럼프는 44.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트럼프의 과격한 발언들과 행동들은 공화당 내부 인사들과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었고 급기야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까지 제기되었다.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발언들 중 하나는 2006년에 더 뷰 (The View)라는 방송에서 딸 이반카와 함께 출연했을 때 한 발언으로 “이반카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 이반카와 사귀었을 것이다” 가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에도 멕시코는 미국에 “마약, 범죄, 그리고 강간범들을 보내고 있다”라고 하는 등 여성, 특정 인종들, 그리고 특정 국가들을 폄하하거나 일반화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공화당 경선 초기에는 트럼프의 언행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도 많이 지적되었었다. 트럼프는 대선 출마 이전 오랜 기간 동안 민주당원이었고 민주당 인사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은 물론 금전적 후원도 많이 했었다. 또한 출마 이후에도 여러 주요 정치적 이슈들에 있어서 입장을 계속 바꾸는 모습을 보였고 타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유권자들이 바라는 “보수적인”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이란 슬로건을 앞세운 트럼프 캠페인은 기존의 보수 유권자들뿐만이 아니라 국가주의적, 포퓰리스트 메시지를 바탕으로 부동층과 평소에 투표를 하지 않던 많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트럼프는 본인의 약점인 적은 정치 경험을 장점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고 직업 정치인들의 부패함, 그리고 본인의 아웃사이더로서의 매력을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에 딱히 호의적이지 않던 보수 유권자들도 대부분 본선에서는 트럼프에게 표를 주었고 이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정권
당선 이후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는 많은 보수주의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선거 시기 동안 다소 불분명했던 트럼프의 정치적 이념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가 본인들의 이념과 대다수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반대 세력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기존의 정책적인 충돌에 트럼프의 언행 논란이 더해지면서 정치적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정권은 국가주의적인 성향이 굉장히 강한 보수 정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Trumpnomics (트럼프노믹스)
트럼프의 국내 경제 정책은 전형적인 시장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작년, 국회를 통과한 감세와 일자리 법안을 통해서 법인세, 소득세 등이 대폭 감소했고 무려 90개의 연방 정부의 규제를 폐지했다. 반면 솔러 패널 (태양 전지판), 세탁기, 철, 알루미늄 관세를 국내 제조업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시켰다. 또한 오바마케어 (Affordable Care Act)를 완벽히 폐지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오바마케어의 주요소인 의료보험 의무 구매 조항을 폐지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 America First (미국 우선주의)
미국의 국익이 우선이라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의 경제, 외교, 군사 정책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먼저 앞서 말한 관세 도입부터 미국의 기업, 산업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트럼프는 위 관세들뿐만 아니라 중국에 추가로 500억 달러 관세를 부여했고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한 트럼프는 오바마 정권의 이란 핵 협정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작년 초 이란의 탄도 미사일 시험에 대응하여 이란에 국가적인 제제를 시작했다.
- Build a Wall (트럼프의 이민정책)
트럼프는 선거 기간부터 강력한 반이민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멕시코-미국 국경에 장대한 장벽을 세워서 불법 이민을 막겠다고 선언했으며 대통령이 된 후, 반이민 정책들을 실행, 강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들에게 추방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2년의 시간을 주는 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를 폐지하려다가 실패했고 최근에는 출생 시민권 제도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나도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미국 정치의 현주소, 그리고 미래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러모로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들과 굉장히 달랐고 그의 주장들도 파격적이었다. 트럼프의 당선과 임기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미국 정치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정치인의 언행과 실질적인 정책 (Politician and policy)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언행마저도 “정치인 같지 않아서” 또는 “하고 싶은 말은 시원하게 다 해서” 좋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언행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고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도 그의 언행 때문이 아니라 그의 정책과 정치 이념에 공감해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록 정치인의 역할은 법을 발의하고 실행하는 것이지만 공인으로서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 나라에, 그리고 세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투표를 할 때 그 사람의 공약과 정치적 이념이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사람으로서의 캐릭터, 매력)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또는 덜 중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는 대표민주제의 핵심 요소인 이 사실을 재조명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 정치적 양극화 (Polarization)
정치적 양극화는 이미 꽤 오랫동안 진행되어 오고 있었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정치적 양극화에 날개를 달아줬다. 앞서 말했듯이 트럼프의 언행은 기존의 정책적 충돌과 대립을 넘어선 새로운 갈등은 빚었고 트럼프의 반대 세력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종 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로 내몰았다. 이는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고 다시 한번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꼭 트럼프를 절대적으로 (발언, 행동, 정책) 지지하는 것인지의 질문이 다시 한번 수면에 떠 오르게 됐다. 정치적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정치 분위기는 타협, 협상, 토론보다는 누가 집권해서 원하는 걸 최대한 빨리, 많이 이루느냐가 되었다. 이 양극화가 언제까지 어떻게 진행될 것이고 어떻게 끝이 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미국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 국가주의 (Nationalism)
최근 오스트리아의 쿠르츠와 필리핀의 두테르테 등 국가주의 성향을 보이는 리더들이 연달아 당선되었다. 하지만 이 세계적인 국가주의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트럼프다. 트럼프의 캠페인 슬로건부터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였고 트럼프는 반이민 정책, 무역 전쟁 등 다소 국가주의적인 어젠다를 표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현재 세계는 “국가”라는 단위의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독립체들로 나누어져 있고 이 구조가 단순히 좋다, 또는 나쁘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국 국가주의란 국경을 기준으로 수많은 개개인을 나누고 분류하는 사상이며 과도한 국가주의가 위험한 결과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당선은 혼란스러운 정치 분위기를 불러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중들에게 정치 이념과 정책을 넘어서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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