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us Serez Heureuse - 당신은 행복할 거에요
자유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어떤 평범한 여자가 있었다. 스무 살 남짓한 그녀는 하늘에 떠있는 별을 좋아했고, 그 별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며 보통의 망원경으로 애쓰는, 순수하지만 어쩌면 조금은 모자란 듯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강아지가 사람을 반길 때 꼬리를 흔든다면, 그녀는 한번 웃으면 멈출 줄 모르는 특이한 방식의 웃음으로 모두를 좋아했다.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은 그녀를 빼 닮아 있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은 그녀의 여성스러움을 대변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그녀의 덤벙대는 특징을 말해주고 있었고, 매일같이 입고 있는 무채색의 옷들은 단순한 그녀의 생활 패턴과 무딘 성격을 반영하고 있었다. 달콤한 존재가 되고 싶다던 그녀는 막대사탕을 꼭 입에 물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곁을 맴돌았다. 그것은 그녀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이기도 했지만, 곁에 오랫동안 머무는 이유를,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런저런 세상의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한 개인을 이루고 있는 성장 배경과 관계로부터 오는 기본적인 감정들을 시작으로 이따금씩 떠올리게 되는 이상한 상상들이 괴롭히는 순간과 삶을 방해하는 정신적 고통 혹은 슬픔이나 불안, 두려움 까지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표정은 진심으로 그 이야기에 흥미 있어 한다는 것을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가진 그가 말을 걸어왔다. 그가 그녀를 처음 찾게 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이었을까. 미루어 짐작하건데 아마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그녀가 신기해서 였으리라. 그는 그녀와는 굉장히 달랐다. 행복하다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그녀에 비해, 그는 행복에 매우 인색했다. 그녀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뱉을 때 마다 그는 매우 불편했고 그의 표정은 어색했다. 그녀는 그런 그가 반대로 신기했다. 그는 많은 것들이 충분해도 만족하지 못했고, 지나간 것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조금 덜 불행하지 않았을까 의문을 자꾸 제기했다. 그녀는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그의 섣부른 결론이 불행하지 않은 그의 마음을 닫아 아프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를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 싶었던 그녀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행복이라는 단어에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행복은 뭘까.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전히 잘 몰랐다. 그녀는 자신이 행복하다면 왜 행복한 것이고, 그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 지를 알고 싶었지만 전혀 감도 오지를 않았다. 그녀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무엇에 행복과 불행이라는 단어를 붙이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 여행의 목적은 다른 때와는 다르게 자유를 갈망해서도 속박을 탈피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내고 싶었다. 너무나도 큰 그 만의 세계에 또 다른 작은 세계를 알려주고도 싶었다. 행복하지 않다던 그를, 사랑하게 됐으니까.
떠나기 전, 그녀는 물었다. “행복은 뭐야?” 그는 매우 거북한 표정과 조금은 불편한 듯한 말투로, 행복은 불만족에서 만족으로 가는 아주 짧은 찰나의 감정이라고 했다. 그리곤 “덧없어” 라는 짧은 한마디를 내뱉으며 조금은 무심한 듯이 그녀를 배웅했다. 그녀는 그가 했던 대부분의 말들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이내 끄덕이며 여행길에 올랐다.
#1 상대적인 것
비행기를 타기 전, 그녀는 감기에 걸렸었다. 기침과 재채기를 쉴 새 없이 했고, 코와 목이 퉁퉁 부어 숨을 제대로 쉬기 조차 어려웠다. 이륙을 하는 도중 그녀는 극심한 귀의 통증을 느꼈다. 귀가 터질 듯이 아팠다. 겪어보지 못한 통증과 고통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압 차에 의한 흔한 증상인데 감기로 인해 그 고통이 조금 더 심해지는 것이었더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괜찮음을 느꼈다. 그녀는 매우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느꼈다. 문득 그가 한 말을 떠올렸다. 아픔에서 아프지 않음은 그가 말했던 불만족에서 만족과 비슷한 것일까.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고 아직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2 현재일까 미래일까
펼쳐 놓은 일기장에 행복이라는 두 글자를 적어놓고 그녀는 그가 했던 행복에 관한 또 다른 한마디를 떠올렸다.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는 행복하다고 믿어’ 정말인지 뭐가 무엇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고,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고 또 곱씹게 되는 말이었다. 세 시간 동안이나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 그가 정의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한번 더 물어보고 싶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관점에서 다시 물음표를 던져보았다. 그의 불만족이 현재라면 만족이 미래라는 것일까?
#3 함께
그녀의 목적지는 프랑스였다. 낭만의 대표적인 그 곳곳에는 손을 잡고 팔짱을 낀 커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들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녀도 그와 함께 있는 것을 행복하다 느끼고 싶었고, 행복해서 함께 있고 싶은 것을 몸소 겪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감내한다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 했기 때문에 애써 서운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고집해도 안되는 일은 안되는 일인 것을 그녀는 벌써 알고 있었으니까.
#4 웃게 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
그녀는 같은 방을 쓰게 된 다른 여성들과 짧게나마 인사를 했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 사원, 카지노에서 딜러를 한다던 여성, 로마 유학생, 대기업 임원, 국가대표 운동선수, 등등. 사는 지역도 다르고 일의 분야도 천차만별이었다. 자연스럽게 서로서로가 어제의 행선지 내일의 목적지 등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던 그녀는 이상하리 만큼 매우 들떠 있었고, 잔뜩 신이나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포함해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모두가 그 공간에 있는 것을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웃게 만드는 것이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 행복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 그리고 그를 웃게 하는 것, 그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한번 더 그를 떠올렸다.
#5 쓸 만한 가치
늦은 저녁, 그녀는 숙소에서 만난 사람과 함께 야경을 보러 나섰다. 그녀에게는 파리가 이번이 세번째였기 때문에 전혀 어색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에게는 지하철 출구(sortie de métro) 라고 써있는 표지판도 제대로 읽을 수 없어 허둥지둥 거리게 되는 낯설기만 한 도시였다. 그녀는 그런 그 사람에게 그녀가 가봤던 주변의 맛집, 에펠 탑에 불이 켜지는 시간, 근교의 볼거리들을 알려주었다. 여행을 오기 전에 충분한 검색을 하고 왔다던 그 사람은 연신 그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곁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새삼 들은 그 사람의 감사 인사말은, 꼭 그녀가 커다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뿌듯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늦은 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행복에 관한 질문을 마지막으로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이 감정 또한 행복과 관련이 있을까? 답은 Yes였다.
#6 아름다움
그녀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기억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이 꼭 뇌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듯이 회상하는 것 또한 자유자재였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오르세라는 미술관까지 한참을 걸었다. 세느강을 건너는 실용적인 다리들 조차도 아름답구나 연신 감탄을 해대며 걸어갔다. 오후에 걸었던 샹젤리제 거리 끝, 개선문 위에서 보는 도시의 풍경은 매우 이국적이었고 아름다웠다. 하늘과 태양에 조금 더 가까워진 채 햇빛을 즐기는 것 또한 그녀가 느낄 수 있었던 또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 이었다. 자연이었다. 몸을 잠시 기대어 눈을 감고 있으니 편안했다. 눈과 귀의 즐거움이 가득했던 하루가 그날의 행복감을 가져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 행복한 자신을 또 한번 발견하고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밤. 그녀의 눈에는 예쁜 달이 담겼다. 보름 달에 소원을 비는 것이 예삿일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왠지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싶었다. 그리고 매번 똑같지만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달님에게 속삭였다.
“내가 사랑하는 모두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의 일상은 그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단조로운 생활은 반복되었고, 늘 입고 있던 무채색 옷들도, 자꾸만 무엇인가를 떨어뜨리는 습관도 그대로 였다.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쓰는 것도 비슷했다. 몇 가지 사소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자꾸만 기억하려고 노력했고 사람들의 행복에 관심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고, 여행을 조금 더, 파리라는 도시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녀는 꾸준히 그의 행복을 괘념했다. 그래서 이따금씩 마음에 두었다. 자꾸만 들여다 보고 싶기도 했고. 사실 그녀는 그가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이 싫었다. 그의 가치관을 옳다 그르다 판단을 해서도, 그것을 채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아프니까. 근데 그녀 자신이 깨달은 수많은 행복의 순간들을 그에게 전해보고자 말로 설명을 한다 한들, 그것에 대한 그의 인색함은 그 만의 특별한 이야기니까. 그래서 그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면서도 그가 조금 더 웃게 되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꼭 그녀는 그와 함께 파리를 가보겠다고 다짐하며 그의 행복을 조금 더 바랐다. 비록 그녀 자신의 행복이 조금 줄어든다 할지라도, 그녀는 정말이지 그것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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