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2 <블랙 미러> - 과학의 발전과 인간다운 삶의 경계 매일 밤 우리를 괴롭히며 이불을 발로 차게 만드는 기억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잊히고 결국 머릿속 저 안쪽으로 밀려 기억을 하려 해도 잘 떠오르지 않게 된다. 아무리 진하게 박혔던 첫인상도 꾸준한 만남과 재조명의 기회가 있다면 바뀌게 될 수 있으며, 타인이 뒤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 지는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하든 타인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과 깨달음은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평이함을 잊지 않게 해주고, 서로 쉬이 공존할 수 있게 해준다. 과연 우리가 절대 기억을 잊지 않고 원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을 돌려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거울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점수를 봐야 한다면? [1] 라는 한 영국 드라마는 이런 신선한 질문에 대한 상상력 넘.. 2017. 3. 14. 순수함, 그리고 겨울에 관해 Seiman C, Flickr 1월, 어느새 해가 진 삼성동의 빌딩 숲 속 어딘가, 십 년간의 외국 생활과 이러저러한 이유 탓에 한국의 겨울을 볼 일이 없었던 나는 열두 살 무렵 마지막으로 본 진눈깨비 사이에서 다시 한 번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 밤하늘 색과 비슷한 트렌치코트를 걸친 채 비스듬히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지하철역 상가에서 천원 몇 장을 건네고 사서 낀 검은 털 장갑이 생각보다 두터워 라이터를 켜기가 어려웠고, 오른쪽 장갑을 벗어 시린 손과 담배를 코트로 가린 채 다시 한 번, 두 번 라이터의 부싯돌을 돌렸다. 어느새 불붙은 담배는 어두운 거리에서 홀로 붉게 빛났고, 몰려오던 피곤함에 벽에 기대선 나는 담배 연기 너머로 지나가던 이름 모를 여인들과 몇 초간 눈을 마주친다던지 하.. 2016. 2.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