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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3

나는 달린다, 오늘도 요즘 달리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나는, 실제로도 달리고 있다. 물론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들여다봤을 땐 그것은 절대 온전한 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다. 반 강제 반 자의다.오전 05시 50분이 되면 핸드폰 알람 소리에 깨어나 겨우 눈을 비비고 몸을 일으킨다.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그리고 다시 드러눕는다. 다음, 06시 00분 알람이 울린다. 미치겠다. 눈은 감겨있고 몸은 자고 있지만 머리는 생각한다. 갈까 말까. 더 잘까 말까. 다음 생각이 일기 전 결국 벌떡 일어난다.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에 비친 헝클어진 머리를 보며 샤워부스에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데운다. 김이 모락모락 나면 손으로 물을 만져보고 적정 온도가 됐다 싶으면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무작정 들이밀고 감는다. 그리고 말린다. 06시 1.. 2018. 9. 27.
2인3각 달리기 [1] 너무나도 상쾌하고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두 남녀가 사랑하는 것이 2인3각 달리기라면, 각자의 다리 한쪽에 줄을 동여매는 그 순간조차도 너무나 황홀하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너와 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그 일체감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자유를 뺏긴다는 박탈감조차 잊게 만들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두 발목에 굳게 매듭을 지었고,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다짐을 속으로 되뇌며 출발선에 섰다. 세상 모두에게 들릴 것만 같던 그 출발의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우리는 연인이라는 이름표를 가슴팍에 달고 많은 사람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묶인 두 발을 함께 내디뎠다. 열심히 달렸다. 그저 서로의 얼굴과 앞만 보며 묶인 발을 씩씩하게 옮겼다. 하지만 그 누구든 달리다 보면 숨.. 2016. 11. 30.
나체로 학교 도서관을 질주한다. Naked Run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주립대이다. 필자는 이번 학기가 처음이기 때문에, 다소 생소한 학교의 축제나, 풍습들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인 Naked Run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필자가 어제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이걸 겪었기 때문이다. Naked Run은 말 그대로 모든 옷을 벗고 달리는 행위. 캠퍼스 내에서의 Naked Run이라면 주로 도서관, 그것도 기말고사 직전의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서관에서 오후 11시쯤을 기하여 수십 명의 학생들이 나신으로 제마다 약간의 코스튬 플레이 – 예를들면 모자나 약간의 속옷, 신발 – 를 하고 괴성을 지르며 도서관 이곳 저곳을 질주한다. 당연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 2010.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