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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6

우연의 조각 [cover] ‘우연을 마주하기: 인과로서의 필연을 넘어, 존재로서의 필연으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우연을 마주합니다. 때로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전 애인을 만나 어색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우연한 아이디어로 성공해 일확천금을 얻기도 하며, 반대로 우연히 사고를 당해 다칠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경우에 우리가 스스로 마주한 우연한 사건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 우연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입니다. ‘내가 그 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당할 일이 없었을 텐데.’ 라거나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잘났기 때문이야. 라는 생각 등이 그 예시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불행을.. 2017. 11. 7.
관계의 선과 진심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많은 결정을 내린다. 그 선택이 어떤 결론을 가져오든, 본인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며, 그 모든 선택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선택 중엔 남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의 경계에 대한 선택 역시 존재한다. 어디까지 나 자신을 드러내고 보일 것이며, 어디까지 적당히 나를 숨기고 보호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너무 많은 믿음을 주었다가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다 어느 순간 상대가 보여준 진실한 모습에 벽을 허물고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듯이, 사람 사이의 관계란 것이 참 견고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는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사람 사이.. 2017. 4. 12.
<블랙 미러> - 과학의 발전과 인간다운 삶의 경계 매일 밤 우리를 괴롭히며 이불을 발로 차게 만드는 기억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잊히고 결국 머릿속 저 안쪽으로 밀려 기억을 하려 해도 잘 떠오르지 않게 된다. 아무리 진하게 박혔던 첫인상도 꾸준한 만남과 재조명의 기회가 있다면 바뀌게 될 수 있으며, 타인이 뒤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 지는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하든 타인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과 깨달음은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평이함을 잊지 않게 해주고, 서로 쉬이 공존할 수 있게 해준다. 과연 우리가 절대 기억을 잊지 않고 원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을 돌려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거울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점수를 봐야 한다면? [1] 라는 한 영국 드라마는 이런 신선한 질문에 대한 상상력 넘.. 2017. 3. 14.
너로 물들여진 시간 나의 사랑의 법칙은 단순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그 외에는 어떤 변수도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먼저 좋아하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리 나에게 잘해주고 진심을 전달해도 부담만 커질 뿐, 마음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너로 인해 나의 사랑의 법칙에 변수가 생겼다. 평범한 얼굴, 평범한 키, 그리고 평범한 성격. 학기 초 동아리 방에서 너를 처음 본 내게 남은 너의 첫인상이었다. 새로운 신입 멤버들 사이에서 넌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너는 나의 이상형과 전혀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전혀 친해질 것 같지 않았던 우리였지만, 항상 먼저 말을 걸어주던 너의 친화력 덕분에 낯가리던 나도 어느새 너와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되.. 2017. 3. 7.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그대들에게 정신없는 한 학기를 끝마치고 맞이한, 찬바람이 기분 좋던 12월 겨울 방학에 오랜만에 책 선물을 받았다. 책 중에서도 특히 표지나 일러스트가 “예쁜” 책을 좋아하는 내가 취향 저격당하게 한 이 책은, 현실적인 동시에 로망 가득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글 모음집, 이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평범하지만 잔잔한 깨달음이 남겨지는 짧은 글귀와 귀여운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어 가볍게 읽히지만 자주, 많이 들여다보게 되고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다. 워낙 책을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는 걸 즐기는 나에겐 매우 반갑고 고마운 선물이었다. 물론 유명한 작가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점이 제일 특징적이겠지만, 이 책의 특별함을 하나 더 꼽아보자면, 바로 책에 수록된 글이.. 2017. 2. 14.
UC버클리에서 새내기로 살아남기 고등학교 졸업 후, 달콤한 여름 방학도 지나고 샌프란을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항상 여름이 끝나면 고등학교에서 새 학기를 시작하려고 미국 동부 버몬트로 가는 비행기를 탔었는데,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중학교 때 대학교를 다니던 언니한테 과외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이 나에게는 너무 막연한 존재였고 멀게만 느껴져서 더 반짝였었다. 그리고 마침내 길고 길었던 고등학교 4년도 지나가고 내가 대학생이된다니 꿈만 같았다. '나의 시대가 왔다.' 근거없는 신입생 패기에 사로잡혀 상상에 잠겼다. 캘리포니안 선샤인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짭쪼름한 바다 냄새가 나는 캠퍼스에서 두꺼운 원서를 팔에 끼고 걷는 상상. 교수님과 열띤 토론을 나누고 도서관에서 밤을 새워 공부하.. 2012.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