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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8

오늘 내게 주어진 선물 "인생은 빠르게 변한다.인생은 한순간에 달라진다. 저녁식탁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이 끝나기도 한다. 자기연민의 문제." [1], [2] 미국의 저명한 작가 조앤 디디온의 베스트셀러 ‘상실’ (The Year of Magical Thinking)은 이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4줄의 메시지와 함께 시작된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했던 남편과의 이별을 맞이한 조앤 디디온은, 상실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한계를 고찰하였다. ‘존이 돌아올지 모르니 그의 신발을 버릴 수 없었다’며 남편의 죽음을 부정하는 단계를 거쳐, 그녀는 ‘마법’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한 해를 보낸다. 그녀는 홀로 그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자신에게 다가온 비참한 현실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상실로 인한 비통함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 2017. 10. 19.
If I die tomorrow 늦은 밤, 한 여자가 고통을 호소한다. 옆의 남자는 안절부절못한 채로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간다. 여자는 점점 더해가는 고통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남자는 조심스레 그녀를 차에 태운 뒤, 교통 위반 딱지 따위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듯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한다. 드디어 도착한 병원에서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과 함께 여자가 분만실로 들어간다. 뒤따라 들어간 남자는 아파하는 아내를 본다. 아파하는 그녀를 위해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온 힘을 다해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뿐. 긴 산통이 지나고 한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본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양가 부모님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듯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마치 지금까지의 고통.. 2017. 4. 11.
혼자이거나, 함께이거나 혼자 밥 먹는다고 하면 놀랄 때는 언제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혼자 사는 삶에 이상하리만치 잘 적응하기 시작했다. 5년 전 즈음만 해도 “혼밥”, “혼술” 등 홀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마치 사회적 차원의 필수적인 무언가가 결핍되어 보듬어주어야 할 구제의 대상으로 여겨지곤 했다.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면 혼밥족들은 마치 치열한 취업 경쟁과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잿빛 그늘에 놓여 어쩔 수 없이 혼자의 삶을 걷게 된 이들처럼 묘사되었다. 당시 대중에게 ‘자취’의 이미지는 한두 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 텅 빈 냉장고를 열어 별로 남아있지도 않은 반찬 한두 가지에 라면 한 봉지를 끓여 먹으며 먹는 즐거움을 잊어버린 삶이었다. 부모님과 통화하며 “나는 잘 지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알 수 없는 죄책감을 감추.. 2017. 3. 21.
흙냄새, 사람냄새 my favorite thing about you is your smellyou smell like earth herbs gardens a little more human than the rest of us - Rupi Kaur [1]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저녁이었다. 런던의 밤거리는 여덟시가 넘어서도 따뜻한 불빛이 스며 나오고 있었고, 처음으로 홀로 나선 여행에 들뜬 나의 설렘은 그 불빛에 혹했다. 이상하게 그날은 우산 없이 맞는 빗방울이 차갑기보다 포근했고, 온종일 시내를 누벼서 지친 두 발목의 저릿함마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분에 휩싸일 만큼 나는 런던에 잔뜩 취해있었나 보다. 며칠 안 남은 그곳에서의 시간이 아쉬웠던 마음도 있었던 걸까. 숙소로 향.. 2017. 2. 22.
모녀의 이탈리아 여행기 필자는 이번 겨울,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공간이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학교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그렇게 정신 사나울 수 없었던 공항이, 단 이틀 만에 엄마와의 여행이 시작하는 설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워낙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필자의 가족은 방학 때마다 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기까지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다. 하지만 필자가 미국으로 대학을 올 무렵, 아빠의 일도 바빠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셋이 떠나는 여행은 줄어들었다. 이번 겨울방학에도 역시 아빠의 바쁜 일정은 변하지 않았고, 4주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을 탓하며 어쩔 수 없이 여행을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가족과의 여행을 많이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와 나 둘이서.. 2017. 2. 18.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그대들에게 정신없는 한 학기를 끝마치고 맞이한, 찬바람이 기분 좋던 12월 겨울 방학에 오랜만에 책 선물을 받았다. 책 중에서도 특히 표지나 일러스트가 “예쁜” 책을 좋아하는 내가 취향 저격당하게 한 이 책은, 현실적인 동시에 로망 가득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글 모음집, 이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평범하지만 잔잔한 깨달음이 남겨지는 짧은 글귀와 귀여운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어 가볍게 읽히지만 자주, 많이 들여다보게 되고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다. 워낙 책을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는 걸 즐기는 나에겐 매우 반갑고 고마운 선물이었다. 물론 유명한 작가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점이 제일 특징적이겠지만, 이 책의 특별함을 하나 더 꼽아보자면, 바로 책에 수록된 글이.. 2017.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