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6 고독이 필요한 시간 [커버포토] [1] Photograph by Michael Yamashita 인간은 흔히 사회적 동물이라 불린다. 살면서 우리는 여러 사람을 끊임없이 마주하며 조화롭게 더불어 살기를 기대받는다. 나 역시도 그러한 가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라왔고 사람에 대한 정열은 내 삶의 목표에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까지 큰 영향을 주었다. 서로 생각을 나누고 추억을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 삶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고 나는 살아가는 동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오랫동안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소망이 생겼다.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서로에게 좋지 않은 순간이 오더라도 나 자신이 조금 더 노력한다면 그 '불가능'이라는 틀에서 .. 2018. 3. 1. 따끈한 추억 한 그릇 다른 모든 생물에게 음식은 그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에 불과하지만, 우리 인간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요리하고 먹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문화와 예술로 생각한다. 살기 위해 매일같이 해야 하는 일치고는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먹느냐, 누구와 먹느냐 등 생각보다 많은 열정과 시간, 돈을 쏟는다.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모든 창의성과 문명은 자연히 우리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고민한 결과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만큼 음식은 우리 인생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고, 문화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꽤 깊은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릴 때면 꼭 그때 함께 먹었던 사람들이나 그 날의 에피소드, 그 장소의 분위기가 함께 생각나지 않는가. 어머니를.. 2017. 4. 22.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 ☞ 검은색으로 대표되는 어둠. [1]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검은색. 보통 우리가 느끼기에 짙고 어두우며 시커멓다고 느끼는 색이다. 하지만 이 검은색도 그 짙음과 어두운 정도에 따라 다르다. 앞이 너무 어두워 눈앞의 것조차 분간하기 힘든 밤을, 우리는 보통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칠흑(漆黑)과 같은 짙은 검은색도 있고, 차도의 아스팔트같이 그것보다는 다소 밝은 검은색도 있다. ☞ 보통 블랙홀의 색깔은 위와 같이 묘사된다. 가운데 검은 부분은 마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2] 그렇다면 존재하는 가장 짙은 검은색은 무엇일까. 빛조차 모조리 흡수하는 블랙홀의 내부 색깔이 이론적으로 가장 짙은 검은색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블랙홀의 내부 색을 직접 볼 .. 2017. 4. 18. 개헌, 급할수록 천천히 지난 2017년 3월 9일. 수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열병에 앓게 했던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게 탄핵 선고를 내린다. 선고 직후 있었던 일련의 유혈사태를 제외한다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우리 국민이 몇 달에 걸쳐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평화롭고 이성적으로 시위하며 마침내 얻어낸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이 승리는 여러 외신에서 놀랄 만큼 너무도 값진 성취였고 이를 통해서 앞으로 대한민국은 더 나은 미래를 모두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 기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은 5일 후 3월 14일, 갑작스럽게 정치권에서 자유한국당, 국민의 당, 바른 정당 간의 야 3 당 회동을 통해 개헌을 국민투표로 대선과 함께.. 2017. 3. 18. 나의 벗에게, 너의 친구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칼바람이 부는 추위에 길고양이마저 저 멀리 구석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게 하는 새벽, 여느 때와 같이 고된 하루를 보내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잠깐이나마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잡념에 빠져 걷던 그때, 두 손을 푹 찔러넣은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뭐하냐?"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너무나도 익숙한 안부 인사에 나 역시 아무런 고민조차 없이 습관처럼 "집 가는 중. 넌?" 하고 답장을 보냈다.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새하얀 입김 때문인지, 인적 드문 거리에 수명을 다해가는 가로등의 깜빡이는 전등 때문인지, 전화기의 밝은 불빛을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오래 바라보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이제 여느 평범한 친구들과 그저 다를 것 없는 대화에 각자 그리고.. 2017. 3. 11. 봄날, 벚꽃 그리고 우리 꼭! 음악 재생 후 읽어 주세요컴퓨터로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벚꽃.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날의 분홍빛 축복은 금방 또 다시 바람에 휘날려 사라지겠지만, 그 잔상만은 늘 우리의 기억에 남아 봄을 추억하게 만든다. 매년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올 때 즈음 화사하게 피어나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그 벚꽃은 야속하게도 사랑했던 옛 연인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져 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잊지 않기라도 한 듯 돌아오는 그 모습을 볼 때면 우리 마음 속에 왠지 모를 설렘이 피어나곤 한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완연하게 핀 벚꽃들 사이를 걸어 봤던 건 고등학교를 막 입학했을 즈음의 봄이었다. 깊은 산 중턱에 위치해 그만큼 계절의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났던 우리 학교는 .. 2016. 3.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