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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14

2인3각 달리기 [1] 너무나도 상쾌하고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두 남녀가 사랑하는 것이 2인3각 달리기라면, 각자의 다리 한쪽에 줄을 동여매는 그 순간조차도 너무나 황홀하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너와 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그 일체감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자유를 뺏긴다는 박탈감조차 잊게 만들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두 발목에 굳게 매듭을 지었고,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다짐을 속으로 되뇌며 출발선에 섰다. 세상 모두에게 들릴 것만 같던 그 출발의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우리는 연인이라는 이름표를 가슴팍에 달고 많은 사람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묶인 두 발을 함께 내디뎠다. 열심히 달렸다. 그저 서로의 얼굴과 앞만 보며 묶인 발을 씩씩하게 옮겼다. 하지만 그 누구든 달리다 보면 숨.. 2016. 11. 30.
가상 현실+예술=? [1] 더욱더 자극적인 콘텐츠들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예술은 지루하고 고루한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는 듯하다. 스토리텔링과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한 이미지의 구현은 시각예술의 주요 역할이자 과제였는데, 이러한 스토리와 이미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영상, 컴퓨터그래픽, 사진과 같은 매체들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고, 예술은 그것을 찾는 사람들만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감상해야 하는 접근성과 흥미로움, 대중성이 떨어지는 매체가 되어버렸다. 예술은 그 학구적인 기반과 지식인들의 옹호 아래 고상한 문화로서의 위상은 지키고 있지만, 과거와 같이 인간에게 있어서 제1의 매체였던 예술의 전성기는 지난 것 같이 보인다. 이러한 현실이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 2016. 11. 18.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죄의 비합리성 인터넷과 여러 매체의 발달로 우리 사회는 이전에 비해서 불특정 다수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큰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과 미국에 있는 사람이 동시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간단한 메시지 프로그램으로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 펜팔을 하며 우정을 쌓을 수도 있는 사회가 되었다. 기존의 기성세대에 비해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우리 세대로 하여금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가지게 하였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언론사에 송고를 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옛날 방식이 아닌, 그저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견해를 올리고 검색을 한 사용자와의 즉각적인 피드백과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뉴스를 보며 댓글을 달고 같은 뉴스를 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쪼.. 2016. 4. 26.
지하철 풍속도 한국 남성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겨울 한국에 방문 하였을 때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1호선을 탈때마다 저는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추워서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만지며 손을 넣고 있었던 저는 지하철로 밀려 들어가는 인파에 휩쓸려 손을 뺄 수 있는 공간을 확보 할 수 없어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옆의 여성의 안녕하지 못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여기서 손을 뺐다간 더더욱 안녕하지 못할 것 같아 안녕하지 못한 채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은 성추행에 무죄 추정 원칙은 없고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가 무죄 증명을 이루어 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대로 제가 무언가 실수를 해서 성추행 범으로 몰려 미국에 있는 부모님이 출두하시는 안녕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것 같아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제 둔부.. 2016. 3. 30.
대나무숲, 대신 전해드립니다 - 익명의 위험성 최근 Facebook 페이지 중 하나인 우리 캠퍼스 내의 익명 소통의 장, "UC Berkeley 대신 전해드립니다" 또는 "벜대전"에 버클리 캠퍼스 앞 버스 정류장 근처의 흡연 행태에 대한 비판글이 올라오며 신입생/편입생 논란 이후 다시 한 번 온라인 상의 논쟁이 벌어졌다. 이와 같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의 설립은 비단 대학교들 뿐만 아니라 한국의 타 고등학교, 대학교, 더 크게는 지역 등의 많은 커뮤니티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으로, 익명성이 보장된 소통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용자들의 흥미와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익명성이라는 양날의 검은 언제나 그렇듯 어느 정도의 분란과 논쟁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들 역시 익명성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실정이다.. 2016. 2. 16.
안철수와 바람의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란 무엇일까?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치란 지난하게 계속되는 정략적 정쟁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정치란 국회파행으로 대변되는 아수라장을 의미하지만 정치학에서 가르치는 정치란 사회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굉장히 고귀한 일이다. 정의, 자유, 평등, 안보, 성장처럼 사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가치들을 배분하는 활동 - 정치 - 을 함으로써 인류는 스스로를 고무시켜왔고, 위대한 업적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에서만큼은 언제부터인가 가치 그 자체에 대해 고심하기 보다는, 가치를 정략적 도구로 이용해 왔고, 이런 가치의 부재는 反 정치주의의 팽배로 직결 되었다. 정치는 더 이상 고귀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치를 기피한다... 2011.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