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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5

오늘 내게 주어진 선물 "인생은 빠르게 변한다.인생은 한순간에 달라진다. 저녁식탁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이 끝나기도 한다. 자기연민의 문제." [1], [2] 미국의 저명한 작가 조앤 디디온의 베스트셀러 ‘상실’ (The Year of Magical Thinking)은 이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4줄의 메시지와 함께 시작된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했던 남편과의 이별을 맞이한 조앤 디디온은, 상실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한계를 고찰하였다. ‘존이 돌아올지 모르니 그의 신발을 버릴 수 없었다’며 남편의 죽음을 부정하는 단계를 거쳐, 그녀는 ‘마법’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한 해를 보낸다. 그녀는 홀로 그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자신에게 다가온 비참한 현실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상실로 인한 비통함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 2017. 10. 19.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나는 어른일까? [cover] 만화란 참 신기하다. 성장기의 어린아이들이 주 시청자임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어른이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만화는 어렸을 때의 내가 보고 이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뜻이 되어 다가온다. 전에는 공감할 수 없었던 캐릭터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렸을 때는 표면상의 뜻만 이해하고 넘겼던 대사에서 커다란 울림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많은 어른이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인 듯, ‘키덜트 (Kidult)’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로 어렸을 적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등을 즐겨 찾는 20~30대가 많다. 아이를 뜻하는 단어, 키드 (Kid)와 어른을 뜻하는 단어, 어덜트 (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겉은 자랐어도 마음만은 아이였던 때와의 고리를 .. 2017. 9. 28.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그대들에게 정신없는 한 학기를 끝마치고 맞이한, 찬바람이 기분 좋던 12월 겨울 방학에 오랜만에 책 선물을 받았다. 책 중에서도 특히 표지나 일러스트가 “예쁜” 책을 좋아하는 내가 취향 저격당하게 한 이 책은, 현실적인 동시에 로망 가득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글 모음집, 이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평범하지만 잔잔한 깨달음이 남겨지는 짧은 글귀와 귀여운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어 가볍게 읽히지만 자주, 많이 들여다보게 되고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다. 워낙 책을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는 걸 즐기는 나에겐 매우 반갑고 고마운 선물이었다. 물론 유명한 작가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점이 제일 특징적이겠지만, 이 책의 특별함을 하나 더 꼽아보자면, 바로 책에 수록된 글이.. 2017. 2. 14.
한국 문학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얼마 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한 한국의 작가 한강. 그전까지는 여러 서점의 베스트셀러 랭킹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다가 이 수상 소식이 들려온 직후, 그녀의 연작소설 가 단번에 1위에 오르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대외적으로 잠잠했던 한국 문학계에 한국 문학 작품의 수상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을 터. 출간 이후 판매량이 3만 부에 그쳤던 책이 수상 후 3일만에 32만 부를 돌파해버리는가 하면, 한강의 다른 소설들도 덩달아 판매량이 급증하며 베스트셀러 차트의 반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이토록 긍정적인 반향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것과 달리, 사실상 많은 한국인들이 작가 한강이 아닌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에게 그 영광을 돌렸다. 생.. 2016. 10. 10.
짖궂은 농담, 성숙한 웃음 인생은 어떤 심오한 계획도 감추고 있지 않고 어떤 믿음직한 약속도 해주지 않는다. 인생은 우리에게 그저 섬뜩하거나 짖궂은 농담을 던질 뿐이다. 인생은 농담을 던지고, 인간은 웃음으로 응수한다. 순수하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자가 성숙한 자이다. (김영하) 中 시원한 바람 사이로 햇살이 따스하게 피부에 내려앉는 오후였다. 나는 숨길 수 없는 관광객 티를 있는 대로 내며 오른손에는 카메라를, 왼손에는 스페인어가 빽빽한 지도를 들고 오백 년 가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길을 걸었다. 바닥에는 무채색의 모난 돌들만이 끝도 없이 깔려있었지만, 양옆으로는 은은한 파스텔톤의 붉은색, 노란색, 아이보리색 단층집들이 새파란 하늘 아래 자리 잡고 있었다. 잔혹했던 스페인 식민시대에 세워졌다고는 믿을.. 2016.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