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3 음악과 회화 사이의 긴밀한 관계: 음악이 보이다 [1] Claude Monet, The Water Lily Pond, 1919 모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드뷔시의 음악이 떠오르곤 했다. 미묘한 색감들이 뒤엉킨 붓질들이 드뷔시의 안개같이 모호하면서도 오묘한 음정의 화성 진행을 상기시킨다. 모네의 그림과 드뷔시의 음악이 동시대에 탄생한 예술 작품이며 둘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은 회화와 음악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평면의 캔버스 위에 점과 선, 미묘한 붓 터치와 색감으로 이루어진 회화와 다채로운 음색을 가진 음정들과 공백의 조화인 음악은 매체부터 재현되는 방식까지 인간의 서로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예술의 형태이다. 연관된 것 같으면서도 동떨어진 회화와 음악. 소리를 그림으로, 그림을 소리.. 2016. 10. 29. 아름다움과 무질서함, 버클리. 12월, 첫 겨울. 갑자기 부산해진 바깥소리에 놀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던 나는 나를 만류하던 룸메이트를 뒤로한 채 운동복에 검은 재킷만을 걸치고는 호기심에 좁은 기숙사 방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 그 붉은 숫자가 하나둘씩 줄어가는 걸 가만히 바라봤고, 어느새 열린 문을 또 한번 나서며 언뜻 본 밖의 거리가 수많은 경찰차들이 어지럽게 흔들던 적색과 청색 불빛으로 물들어 있음을 보았다. 어디선가 한 여자가 확성기를 입에 대고 지르던 고함이 나의 귓가에 선명하게 울리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다,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그렇게 외롭게 외치고 있었다. 거리에 나서니 저만치 수많은 인파가 보였다. 앞이 보이지 않아 까치발을 들던 뒤쪽 무리를 헤치며 조금씩 앞으로 나서니 태어나 처음 본 전투 경찰들이 곤.. 2016. 4. 20. 도쿄, 나를 잃는다는 것 비 내리던 수년 전 서울시내의 한 작은 커피숍 안,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발밑 빗물 젖은 우산을 해진 운동화 끄트머리로 툭툭 치며 바닥에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과거의 친구 녀석은 노래가 좋으니 들어보라며 자신의 귀에 꽂고 있던 하얀색 이어폰 한 짝을 내게 건넸다. 고요한 분위기의, 구절엔가 아른함이 녹아있던 빌 에반스의 한 재즈곡이었다. 시끌벅적하던 주위에 괜히 머쓱해진 나는 무엇 하러 이런 지루한 음악을 듣느냐 짓궂게 물었다. 그때 상대방이 말해주었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재즈 카페에서는 지난 오십 년간 매일 아침, 항상 첫 번째로 이 곡을 틀었었다고. 그 작은 사실도, 노랫소리도 참 멋스럽지 않느냐고. 친구는 반세기 동안이나 매일 같은 곡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전통이.. 2015. 11.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