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표지1 사십 년 후, 서울 팔월 하루 아침, 여름 창공 아래 귀가 찢어져라 울어대던 매미소리를 벗 삼아 나는 색채 없는 육층 아파트 비상계단 입구에 우두커니 서 차가운 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십분. 이십 분. 갑갑한 더위 속이었지만 콘크리트 그늘 아래 여름 향내가 아무래도 좋아 그새 미적지근해진 커피를 연신 홀짝대며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등굣길 한 남고생, 여고생이 저만치 가로수들 사이로 손을 잡은 채 걸어가고 있었고, 시야 속 바삐 날갯짓을 하던 녹색 잠자리를 따라 시선을 치켜세우니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여객기가 작열하는 태양을 소리 없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꽤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가 아침을 만들고 계셨다. 좁은 아파트 부엌, 이리저리 움직이시던 아버지 사이로 들어간 나는 젓가락이나 그릇 같은 것을 .. 2015. 10.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