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7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나는 어른일까? [cover] 만화란 참 신기하다. 성장기의 어린아이들이 주 시청자임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어른이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만화는 어렸을 때의 내가 보고 이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뜻이 되어 다가온다. 전에는 공감할 수 없었던 캐릭터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렸을 때는 표면상의 뜻만 이해하고 넘겼던 대사에서 커다란 울림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많은 어른이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인 듯, ‘키덜트 (Kidult)’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로 어렸을 적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등을 즐겨 찾는 20~30대가 많다. 아이를 뜻하는 단어, 키드 (Kid)와 어른을 뜻하는 단어, 어덜트 (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겉은 자랐어도 마음만은 아이였던 때와의 고리를 .. 2017. 9. 28.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그대들에게 정신없는 한 학기를 끝마치고 맞이한, 찬바람이 기분 좋던 12월 겨울 방학에 오랜만에 책 선물을 받았다. 책 중에서도 특히 표지나 일러스트가 “예쁜” 책을 좋아하는 내가 취향 저격당하게 한 이 책은, 현실적인 동시에 로망 가득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글 모음집, 이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평범하지만 잔잔한 깨달음이 남겨지는 짧은 글귀와 귀여운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어 가볍게 읽히지만 자주, 많이 들여다보게 되고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다. 워낙 책을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는 걸 즐기는 나에겐 매우 반갑고 고마운 선물이었다. 물론 유명한 작가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점이 제일 특징적이겠지만, 이 책의 특별함을 하나 더 꼽아보자면, 바로 책에 수록된 글이.. 2017. 2. 14. 2인3각 달리기 [1] 너무나도 상쾌하고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두 남녀가 사랑하는 것이 2인3각 달리기라면, 각자의 다리 한쪽에 줄을 동여매는 그 순간조차도 너무나 황홀하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너와 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그 일체감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자유를 뺏긴다는 박탈감조차 잊게 만들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두 발목에 굳게 매듭을 지었고,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다짐을 속으로 되뇌며 출발선에 섰다. 세상 모두에게 들릴 것만 같던 그 출발의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우리는 연인이라는 이름표를 가슴팍에 달고 많은 사람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묶인 두 발을 함께 내디뎠다. 열심히 달렸다. 그저 서로의 얼굴과 앞만 보며 묶인 발을 씩씩하게 옮겼다. 하지만 그 누구든 달리다 보면 숨.. 2016. 11. 30. 가상 현실+예술=? [1] 더욱더 자극적인 콘텐츠들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예술은 지루하고 고루한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는 듯하다. 스토리텔링과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한 이미지의 구현은 시각예술의 주요 역할이자 과제였는데, 이러한 스토리와 이미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영상, 컴퓨터그래픽, 사진과 같은 매체들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고, 예술은 그것을 찾는 사람들만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감상해야 하는 접근성과 흥미로움, 대중성이 떨어지는 매체가 되어버렸다. 예술은 그 학구적인 기반과 지식인들의 옹호 아래 고상한 문화로서의 위상은 지키고 있지만, 과거와 같이 인간에게 있어서 제1의 매체였던 예술의 전성기는 지난 것 같이 보인다. 이러한 현실이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 2016. 11. 18. 인연을 만드는 힘 - 20초의 용기 사람은 끊임없이 사랑을 한다. 비록 그 사랑이 끝난 후 이별의 고통을 겪을지라도 사람들은 또다시 사랑한다. 세상에는 이성을 사귀는 데에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이성의 번호를 물어본다든지,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눈이 맞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소개팅을 통해서 만나는 것은 가장 쉽게 이성과 만나는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소개팅은 두 남녀가 이성 교제를 하고 싶다는 것을 전제로 처음 만나기 때문에 이미 서로의 마음을 오픈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좋아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과연 저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일까?’, ‘괜히 대시 했다가 까이는 거 아니야?’ [1]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번의 사랑을 한다. 하지만 .. 2016. 11. 4. 음악과 회화 사이의 긴밀한 관계: 음악이 보이다 [1] Claude Monet, The Water Lily Pond, 1919 모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드뷔시의 음악이 떠오르곤 했다. 미묘한 색감들이 뒤엉킨 붓질들이 드뷔시의 안개같이 모호하면서도 오묘한 음정의 화성 진행을 상기시킨다. 모네의 그림과 드뷔시의 음악이 동시대에 탄생한 예술 작품이며 둘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은 회화와 음악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평면의 캔버스 위에 점과 선, 미묘한 붓 터치와 색감으로 이루어진 회화와 다채로운 음색을 가진 음정들과 공백의 조화인 음악은 매체부터 재현되는 방식까지 인간의 서로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예술의 형태이다. 연관된 것 같으면서도 동떨어진 회화와 음악. 소리를 그림으로, 그림을 소리.. 2016. 10. 2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