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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6

건빵과 별사탕 [cover] 언제부터인가 내 옆자리에 네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부스스한 머리로 잠에서 깼을 때,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내기를 하고 올챙이처럼 볼록 나온 배를 두드리며 한숨지은 후 격한 운동으로 죄책감을 달랠 때, 끊임없이 몰아치는 과제와 시험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댈 때 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종일 잠만 잘 때. 그 모든 순간에 언제나 나는 너와 함께였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우리 두 명은 서로의 4년간의 대학 생활을 가득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순진했던 걸까 멍청했던 걸까. 언제나 너로 가득 차 있던 내 옆자리가 공허해진 요즘, 그 텅 빈 자리를 바라보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숨을 쉬고 있는 나 자신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롱디’ 그리고 ‘고무신’이라는 단어들을 별것 아니라.. 2017. 11. 2.
스물 넷, 불안 (cover) 1. 스물 넷. 주위 친구들이 하나 둘 명함을 가지게 되었다. 누구는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임관을 했고, 누구는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했으며, 누구는 회계법인에 막 둥지를 틀었다. 오고 가는 인사와 축하가 정신 없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종종 일상의 표정으로 가리고 있는 의식의 저변에서 침식되는 자존감과 발아하는 불안감을 발견했다.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이룬 것 없는 내가 심술궂은 사람마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어 멈칫거렸다. 2. 사람들은 성공한 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대게 그 스토리의 주인공은 청중의 사연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여러 강의를 접하다 보면 인생의 기수가 되라는, 달리는 말의 고삐를 주도적으로 쥐라는 식의 두리뭉술한 조언만이 남는 경우가 .. 2017. 10. 7.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나는 어른일까? [cover] 만화란 참 신기하다. 성장기의 어린아이들이 주 시청자임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어른이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만화는 어렸을 때의 내가 보고 이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뜻이 되어 다가온다. 전에는 공감할 수 없었던 캐릭터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렸을 때는 표면상의 뜻만 이해하고 넘겼던 대사에서 커다란 울림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많은 어른이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인 듯, ‘키덜트 (Kidult)’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로 어렸을 적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등을 즐겨 찾는 20~30대가 많다. 아이를 뜻하는 단어, 키드 (Kid)와 어른을 뜻하는 단어, 어덜트 (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겉은 자랐어도 마음만은 아이였던 때와의 고리를 .. 2017. 9. 28.
오리온자리, 진솔함, 그리고 너 [1] 내 친구는 완벽하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잘 맞는다. -알렉산더 포프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늘을 자주 보는 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공감할 거리가 없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필자에게 파란 하늘은 그저 눈앞에 있는 더 중요한 것들을 환하게 비추는 아름다운 배경일 뿐이며, 칙칙하게 구름덮인 하늘은 그날따라 운이 없음을 무의미하게 탓해볼 분풀이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하늘이 낮의 하늘이 아니라 새카만 밤하늘이라면 나는 갸우뚱하던 고개를 들고 격하게 동의할 수 있겠다. 내게 밤하늘은 안락한 꿈속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꿈밖의 현실로 옮겨다 놓은 듯, 내면의 이상을 영원히 끊나지 않을 영화처럼 하늘이.. 2016. 3. 14.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인터뷰 "20대, 연대와 협력을 통해 복지사회로" 지난 2월 3일 진보신당 전 대표 심상정 씨를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버클리 캠퍼스 건너편 까페 밀라노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아래 질문들은 20대 실생활과 관련한 심상정 전 대표의 평소 생각을 들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먼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던져졌다. 녹취 상태가 고르지 못한 점과 분량 조절 문제 때문에, 내용 왜곡이 이루어지지 않는 선에서 편집 및 순서 변경이 이루어졌음을 밝혀둔다. 인터뷰 동안 심 전 대표가 강조했던 것은 "연대와 협력을 통한 복지사회 건설"이었다.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의 이민 노동자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노동을 배제한 자본의 세계화"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의 경우 "최우선적으로 이민노동자들에게 국내 노.. 2011. 2. 17.
서글픈 20대의 대학 풍경 - 등록금과 홍대 청소노동자 사태 오늘날의 20대는 힘들다. 어느 세대든 그 세대만의 이야기와 자랑거리가 있겠지만 우리의 10대 정서 형성은 굵직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이루어졌다. 97년에는 IMF가 터져서 엄마랑 반짓고리 금반지도 같이 내다팔고 쌀도 모았고, 2000년에는 새천년을 맞아 왠지 엄마 아빠의 말씀 더 잘들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축구팀을 비롯하여 박세리, 박찬호, 김동성 같은 형 누나들 이름에 열광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마음 한켠이 뿌듯해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386 세대에 걸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 연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 교련 수업을 받았고,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에 눈물 흘리기도 했으며, 국가 전반에 퍼져있던 절대적 빈곤과 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고도.. 2011.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