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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2

나의 벗에게, 너의 친구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칼바람이 부는 추위에 길고양이마저 저 멀리 구석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게 하는 새벽, 여느 때와 같이 고된 하루를 보내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잠깐이나마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잡념에 빠져 걷던 그때, 두 손을 푹 찔러넣은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뭐하냐?"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너무나도 익숙한 안부 인사에 나 역시 아무런 고민조차 없이 습관처럼 "집 가는 중. 넌?" 하고 답장을 보냈다.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새하얀 입김 때문인지, 인적 드문 거리에 수명을 다해가는 가로등의 깜빡이는 전등 때문인지, 전화기의 밝은 불빛을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오래 바라보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이제 여느 평범한 친구들과 그저 다를 것 없는 대화에 각자 그리고.. 2017. 3. 11.
네가 물들인 시간 오늘 우연히 너의 사진을 보았다. 여느 때와 같이 SNS를 구경하던 중 친한 지인의 게시물에서 오랜만이지만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너였다. 너는 연애 시절부터 그 흔한 SNS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헤어진 후 너의 모습은 아직도 헤어진 그 날에 멈춰 있었다. 내 기억 속 너의 모습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너의 모습을 보니, 우리가 헤어진 후 오랫동안 접어 두었던 연애 기간의 모든 기억이 마치 빨리 감기 한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1] 친구를 따라 우연히 들어가게 된 동아리. 첫 모임 날, 문을 열고 들어간 그 순간, 내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 따위는 영화에서 만들어 낸 허구일 뿐이라고 비웃던 나에게 보란 듯이 너는 반례가 되어주었다. 그 날 이후로 나의 일과는 너로.. 2017.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