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Posted by T3MP35T
2021. 12. 6. 21:21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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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소소한 걱정 이야기

2021년에는 좀 걱정에 무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워낙 잔걱정이 많은 데다 스트레스도 쉽게 받는 성격이라 남들보다 인생을 더 피곤하게 살고 있는 느낌이 계속 들었달까. 걱정을 덜한다거나 안 하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 같고, 걱정은 계속하 그 무게라도 조금 덜어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살면서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하도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지 돌이켜보면 95% 이상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설령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해도 그 순간 잠깐 힘들 뿐 막상 시간이 흐르고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니었더라. 하지만 걱정이라는 게 너무 중독성이 강해서 이렇게 대부분은 불필요하단 걸 알고 있어도 끊임없이 하게 돼버린다. 결론적으로 올해를 보내고 나니 걱정에 무뎌지는 것조차 나에겐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부터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일상이 걱정으로 물들어있었고, 매번 무디긴커녕 세상 예민하게 모든 걱정을 떠안아버리곤 했다. 그래서 앞으론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걱정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에 집중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걱정을 맞이하다 보면 언젠간 지금보다 걱정에 무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주 소소한 커피 이야기

추운 계절에 카페에 가면 시키는 메뉴가 주로 정해져있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토피넛 라떼, 핫초코, 티 종류 거의 대부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시럽이 들어가지 않은) 그냥 라떼를 올해 8월 전까지 마셔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개학 직전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라떼를 주문해 마셔보았다. 구글 맵 후기에 적혀있기로는 우유를 Oat milk로 바꾸면 더 맛있다고 해서 그렇게 그대로 시켜 집으로 들고 가져왔다.

노트북을 켜고, 정말 아무 기대도 없이 조금 식은 라떼를 한 모금 마시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왜 그동안 라떼를 마시지 않았는지 너무 후회되면서, 시럽이나 파우더가 들어가지 않아도, 커피만 마셔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전에는 커피는 꼭 디저트랑 함께 먹어야 하는 이상한 강박이 있었다). 소중한 후기를 작성해 준 그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로 학교 주변에 아직 가보지 않은 카페들을 돌아다니면서 라떼를 사 마시는 것이 이번 학기 나의 소확행이었다.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달달한 게 마시고 싶을 때엔 핫초코, 그 외엔 늘 따뜻한 라떼를 마셨다. 보바의 성지 버클리에 온 첫 학기는 분명 버블티의 학기였던 것 같은데, 이번 학기는 내게 라떼와 핫초코의 학기로 기억될 것 같다. 입맛과 취향은 역시 계속 변하나 보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똑똑똑.

단결! 상병 (이름), 행정반에 용무 있어서 왔습니다. 저 잠이 안 와서 그러는데 혹시 행정반에서 독서 좀…”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렬에 당직 사관 모 중사님과 나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었다. 이번 주자의 창의력을 평가하자면 조금 부족한 80, 독서라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그 책인 어떤 책인지 그는 설명하지 못했다.

탈락! 다른 거 생각해와!” 내 옆에 일찌감치 자리 잡고 앉아있던 내 동기가 웃느라 정신없는 나와 당직 사관 님을 대신해 진행을 이어갔다.

1150, 행정반은 어느새 20명 남짓 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는 소리, 20여 명의 수다 소리를 뚫고 TV 속 개그맨들의 애드리브들이 속속 들려왔다.

“1분 남았습니다!”

채널을 돌리자 보이는 재야의 종과 2021년 새해를 향한 카운트다운, “5, 4, 3, 2, 1,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그렇게 대한민국 육군 모 부대에도 새해가 찾아왔다.

그리고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행정반의 인파들, 남아있는 건 짬뽕 라면의 알싸한 냄새와 왼쪽 팔에 노란 딱지를 달고 있는 두 명, 그리고 침묵이었다.

새해 첫 흡연하러 가시겠습니까?”

그래, 가자!”

 

 

 

이미지 출처

<1> https://www.freeimageslive.co.uk/free_stock_image/plain-2021-new-yea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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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 2021.12.07 23:41
    예아 안될거 뭐있노. 축하한다 게이야 근데 일베에다시 올려서 ㅁㅈㅎ준거 미안하다 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