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대한민국 남자들

Posted by lekki
2015. 3. 9. 14:26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2-3년간 초보 아빠 연예인들의 일상적 육아를 담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세로 떠올랐다. 방송 3사 가릴 것 없이 3- 7 살 아이들이 전문 예능인들보다 주가 되는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세대를 아우르는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다. 필자 또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을 매주 챙겨 볼만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48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홀로 아들딸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묻은 밥풀을 때주는 젊은 초보 아빠들의 모습에서 머지 않은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다만 이렇게 대세가 되어버린 육아 예능 몇 편을 돌려보다 보면 여러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한 가지 코드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아빠 어디가아빠,’ 혹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슈퍼맨에서 쉽게 느낄 수 있듯 최근 육아예능에 아이와 함께 출연하는 것은 아빠들이라는 것. 그리고 아빠의 육아에 초점을 둔 포맷 때문인지 종종 아빠들의 어수룩한 모습을 과장시켜 엄마의 포근함등의 자막과 함께 엄마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장면을 남발한다는 것. (물론 송일국 등의 출연자들과 같이 아빠의 모습 그 자체로 사랑 받는 경우도 분명 있다.) 20대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분명 언짢은 점이 있는 클리셰다



이런 케케묵은 클리셰는 육아프로그램에서 더욱 두드러질 뿐 어느 티비 프로그램에서나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자식들을 키우는 고통(?)에 전국민이 시청하는 주말 예능에서 눈물 콧물 빼는 모습은 하도 많이 나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물론 어머니는 나의 과거이며 미래의 나를 만들어 주실 분이다.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에 필자 또한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성애의 강력함과 순수함을 비뚤어지게 바라볼 이유는 세상 천지에 없다. 다만 필자를 역겹게 하는 것은 그 숭고한 감정을 이용해 모성애를 상업화하고 사회에 전반에 남녀 역차별의 내러티브를 심고자 하는 족속들이다.         


한국에선 언제부턴가 위와 같은 비뚤어진 클리셰를 낳은여성성의 신격화가 갑작스레 형성되었다고, 그리고 그 시점이 대략 2001년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설립 즈음이라고까지 감히 말하려 한다. 여성가족부는 올해만 6500억을 끌어다 썼다. 화분 구매와 직원 회식에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도 자세한 예산 집행내역을 묻는 질문에 남녀차별이라며 답을 피한 탓에 그 많은 돈을 어디다 갖다 썼는지는 모른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미루어 남녀역차별을 퍼뜨리는데 썼다고 짐작할 밖에.



가까이를 보자면 여성부가 밀어붙인 게임 셧다운 제도로 인해 국제 대회 중 어느 상위권 게이머의 클라이언트가 갑작스레 종료되는 불상사가 있었다. 물론 남성 플레이어 위주의 게임이었고, 게이머와 대다수 시청자 역시 남성. 조금 더 뒤로 보면 지상파 토론 프로그램에서 월 10만원에 북괴들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군인을 집 지키는 개에 비유하는 발언을 뱉기도 했다. 물론 여성 논객이었고, 사과 및 해명 따위는 없었으며, 군인 월급 십 수배의 연금을 타먹는다


(같은 행동에도 남성은 변태, 여성은 감상이 되는 마법) 


남녀역차별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순간도 보고 느끼며 경험 할 수 있다. 유교적 가부장제를 사회악마냥 대하는 분위기 덕에 남성이기에 가졌던 가정 내, 혹은 회사 내 지위는 약화되었지만 가부장제 시대의 책임감과 부양의무는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 경제불황으로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힘들고 어렵게 시작하는 돈벌이마저 군입대로 인해 2년이 늦지만 혼인을 위해선 남성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훨씬 더 크다. 근본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당연한 듯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현실 (결혼자금 남성평균 8078만원, 여성평균 2936만원. 2010 여성부. 무려 여성부 자료임에도 숫자의 차이는 극명하다), 그리고 부양을 하지 못하는 가장에 대한 손가락질은 남성에 대한 부당한 시선이자 억압이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자랑스런 정부부처의 태도가 조금의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또한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풍토로 인해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여성이 힙합을 좋아하면 멋진 여자, 꿈 있는 여자로 통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이 음악에 심취하면 백수딱지 붙이기 십상이다. 남자 간호사는 의사 못돼 여기 왔냐는 여성 간호사들의 조롱까지 듣는 사회다. 회사 생활하는 여자들이 금요일마다 생리휴가를 쓰는 마법을 부려도 용인될 때 남자들은 사회의 시선 때문에 자식새끼 얼굴 볼 시간도 뺏겨가며 일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슈퍼맨을 원한다. 남자는 무조건 고수입의 안정된 직장을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따위 한국 사람들은 무시해버린다) 얻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남자니까 힘들고 고독한 일을 해야 하며, 남자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남자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사회적 편견에 겉은 튼튼하지만 속은 곪은 남자들이 양산된다. 2000년 이후 양성평등을 달성하려 애쓰는 우리 사회에서 제도적 변화와 사회인식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극단적 여성우월주의자들 (그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르지만, 많은 여성인권 운동가들은 자신들이 그들과 동일시되는 것을 혐오하더라)이 앞장서 기형적인 여성 우선 정책을 펼치는 것은 멈춰야만 한다. 같은 노력으로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지, 자신의 성별로 다른 이를 앞장설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노력과 인생철학을 자랑스러워 하시는 어머니와 같은 여성이 고전소설 속 인물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필자는 그저 답답함을 느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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