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가로움을 맞이한 주말 저녁,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심코 페이스북을 둘러보던 중 눈에 들어온 영상 하나가 있었다. 원숭이 한 마리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사람의 팔에 매달려 있는 장면과 “<동물농장> 삼순이를 주인의 품으로 돌려주세요”라는 캡션이 눈에 들어온 나는 호기심이 생겨 영상을 끝까지 보고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11년 동안이나 주인과 보낸 시간을 뒤로하고 동물원에 보내지는 원숭이의 슬픈 표정도, 주인이 밤새 보인 눈물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댓글을 통해 표출되는 사람들의 성화와 짧은 영상에 전체적으로 다 담기지 않은 실질적인 사건의 내용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셜 미디어 상의 수선이 아닌, 조금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법한 주제라는 결론으로 나를 이끌어갔다. 나는 원숭이 삼순이가 단순히 동물 보호법의 희생양이 아닌,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던 동물원과 그 관계자들의 실태에 대해 고발해 주는 매개라고 생각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삼순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자. 사건의 발단은 대한민국 국민 동물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농장>을 통해 원숭이 삼순이와 주인의 이별 이야기가 방영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인도의 한 식당에서 식용 원숭이로 사용될 위기에 처해 철창 안에 갇혀 있던 원숭이의 주인에게 돈을 주고 구해내 결국엔 ‘삼순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본인이 직접 키우게 되었다는 주인. 삼순이가 깨끗한 이불과 인형들로 가득한 자신의 우리 안에서 잠을 자고, 주인이 챙겨주는 음식과 더불어 가족이 먹는 음식까지 빼앗아 먹을 만큼 사람들이 사는 환경에 적응해간 기간은 무려 11년이다. 11년 동안 주인의 가족과 동고동락한 삼순이는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주인의 말에 대꾸도 하는 등, 감정적이고 때로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매우 잘 살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 삼순이는 주인에게서 떨어져 인근 동물원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이는 바로 삼순이가 국제적 멸종 위기 종 2급인 게잡이 원숭이, 혹은 긴 꼬리 원숭이라는 종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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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게잡이원숭이인 삼순이가 주인과 잘 살다가 더욱 알맞은 환경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인데 이 사건은 왜 큰 논란으로 자리 잡았을까? 주된 이유는 결국 삼순이가 동물원으로 옮겨지기 전 주인과 함께 거의 뜬 눈으로 안절부절 밤을 보내고, 동물원에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까지 슬픈 눈으로 멀어지는 주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삼순이가 이후 하루가 다르게 말라 가고 쇠약해져가고 있다는 근황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논란이 이어지던 와중 결국 삼순이를 집으로 돌려달라는 서명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야생 동물 보호법에 관한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그렇다면 먼저 삼순이를 동물원에 보내지게 한 야생 동물 보호법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자세히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따른 법률로써, 우리나라에서는 사이테스 1급이나 2급 중 원숭이와 같은 포유류는 일반 가정에서 사육이 불가능하도록 해놓았다. 사이테스 (CITES)란,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으로 야생동물의 밀거래를 금지하는 규약이다. 결론적으로 삼순이 같이 멸종 위기 종 2급인 게잡이 원숭이는 일반 가정에서 키워지는 건 금지되어있고, 동물원이나 다른 보호기관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방송 이후 제작진이 밝힌 주인의 숨은 사정에 의하면 장기 출장이 잦은 직업 상 더 이상 삼순이를 돌볼 수 없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삼순이가 동물원에서 나온다고 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현재 국민들의 서명운동은 무용지물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계속해서 꾸준히 야위어가는 삼순이는 어찌하란 말인가?
[2]
결국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곳은 동물원이나 여타 동물 보호기관이 아닐까 싶다. 제작진이 밝힌 삼순이의 현재 근황에서는 삼순이는 ‘동물원 관람객에게 공개되어 있는 사육장 외에 삼순이를 위해 마련된 방을 오가며 적응 과정에 올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커다란 환경 변화와 식습관 변화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을 삼순이를 관람객 앞에 내보내고 볼거리로 만드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멸종 위기인 동물을 보호하겠다며 데려간 보호 기관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가해자의 위치가 되는 건 아닌가 싶다.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동물 학대는 비단 이런 사소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테마 동물원과 일반 동물원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학대 사건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이나, 반달곰의 목을 끈에 묶어 끌고 다니는 행위부터 오랑우탄의 인대를 끊는 행위, 그로 인해 동물원 자체가 고발 당하는 사건까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동물원이 동물들을 상업적인 대상이나 학대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에게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주며, 올바른 관리를 통해 그들을 보호해주는 곳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어찌 됐든 많은 동물원들은 상업적인 이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로지 동물 보호라는 주된 목적을 가진 공식적인 보호 시설에 비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멸종 위기 동물의 보호를 위해 동물들을 일반 가정에서 사육할 수 없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항간에는 가정에서 키워지는 동물들도 학대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데, 동물원 같은 큰 기관에서마저 야생의 본능의 유지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관리조차 받지 못한다면 차라리 오롯이 관심과 사랑이라도 받으며 자란다면 더욱 확실한 동물 보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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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삼순이를 자진 신고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동물원에 떠나보냈다고 해도, 삼순이를 보내기 전 주인은 제작진을 통해 몇 번이고 삼순이의 안전과 확실한 관리를 보장받은 후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주인은 분명 이러한 결정을 내리면서 앞으로 삼순이의 보호를 맡게 될 동물원 측에서 삼순이를 잘 돌봐줄 거라는 믿음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야위어가고 밝은 모습을 잃어가는 고생스러운 삼순이의 근황을 접한다면 전 주인 또는 11년을 함께한 삼순이의 가족으로써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동물원이나 유기견 보호소와 같은 동물 보호기관에서는 동물의 확실한 안전 관리와 더불어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가지고 정성과 사랑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삼순이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 동물원에서 갑자기 바꾼 식단으로 인해 제대로 밥을 먹지 않아 야윈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동물원의 관계자들이 삼순이를 위해 더욱 애정을 들여 전 주인 또는 가족의 마음으로 삼순이를 돌보아 준다면 삼순이도 점차 마음을 열고 새로운 환경에 쉽사리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상순이의 이야기로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의 실태. 제2, 제3의 삼순이가 생겨 제대로 된 관리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동물들이 생겨나지 않게 동물 보호법과 보호 기관에 대한 정정이 계속해서 이루어 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출처:
[1] http://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5/11/2015111017102918434-540x1160.jpg
[2] http://s13.postimg.org/pbo4jk1lz/image.jpg
[3] http://fimg3.pann.com/new/download.jsp?FileID=3374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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