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끝마치고 늦은 새벽 잠에 들며 가끔 이런 가정을 해본다. 아버지가 만약 결혼을 선택하지 않으시고 독신의 삶을 사셨다면 어떤 것을 누리고 있을까 라는 생각 말이다. 우리 집의 경제적 환경은 아버지의 외벌이로 이루어져 있다. 아파트 렌트와 식비 그리고 기타 공과금을 포함한 집안의 생활비, 나와 동생의 교육비와 그 외 자취하는 집세, 식구들의 자가용 유지비와 보험비 등, 생활하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오로지 아버지의 수입으로부터 지출하고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차는 식구마다 한 대 씩으로 총 네 대 이고, 아파트는 방 세칸 짜리에 산다. 나와 동생의 교육비는 주 정부에서 나오는 장학금과 대출 그리고 그 것들을 제한 나머지를 아버지가 지불해 주시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 가족의 경제 구조는 전형적인 미국의 4인 가족 형태이다. 만약, 아버지가 독신으로 사셨다면 그 돈으로 어떤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또다시 생각을 해본다. 자동차가 네 대에서 한대로 줄어들테니 현대 중형차가 아닌 독일의 유명 삼사의 자동차 회사들의 차를 무리없이 넘볼 수 있을 것이고, 무리 한다면 포르쉐 같은 고급 스포츠카까지 소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 뿐인가, 좋아하는 골프와 관련해 생각해본다면, 500불짜리 미즈노 골프 클럽 세트와 의류 아웃렛에서 산 골프웨어가 아닌 마루앙 클럽을 들고 독일의 보그너를 입으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그 정도 소득 수준이라면야 한달에 두어 번 정도는 미슐랭 가이드를 열어보며 맛집 탐방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의 아버지는 억만금을 준다 해도 우리 가족들을 포기하고 다시 독신으로 돌아가시진 않겠지만 가정을 해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OECD 미혼율 상위 국가, 2012
하루는 독신으로서의 삶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져 검색창을 열어 보니, 현재 한국의 남성 미혼율이 위험 수치까지 올라왔다는 기사가 보였다. 2012년 기준으로, OECD에서 미혼율 1위를 기록 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30대 후반 남성들의 미혼율은 50퍼센트를 넘었으며 30대 초반 영역대의 남성의 미혼율은 72%까지 치솟아 있는 상황이다 (2014년 30~34 남성, 통계청). 그렇다는 얘기는 앞으로 미혼율이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간단한 예측이 가능하다. 남녀 성비가 100:113 인 이유도 있지만, 남성의 미혼율이 이러한 성비보다 더 큰 것을 보면 한국 남성의 결혼 기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겨울, 한국을 방문하여 결혼이 늦어지는 많은 사촌 형들과 아는 형들을 보며, 한국에서는 나이를 먹고 결혼을 못하면 사회에선 물론이거니와 가족 구성원 내에서도 제대로 된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없는 대역 죄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모두들 결혼 얘기가 나오면 불쾌하고 창피하여 그 자리를 뜨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결혼하지 않는 남성의 개인적인 문제로 보고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선 안 된다. 그들은 능력 없는 루저가 아니며 한심한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방어하기 위해 최선의 전략을 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남성들이 결혼을 회피하며 독신을 지향할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MBC 무한도전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 세대의 여권신장은 놀랄 정도로 이루어 졌다. 하지만 책임과 의무가 여전히 그전 세대 보다도 남성에게 크게 지워지는 분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년이 서방이 왔는데 나와 보들 않아!”하는 현진건 作의 ‘운수 좋은 날’ 속 김첨지 같은 초 가부장적인 남자라던가 염상섭 作의 '삼대'에 등장하는 난봉꾼 아버지 같은 위치가 바람직하다는 말은 아니다. 출근하기 전 따뜻한 밥을 지어 아침을 차려주는 자상한 아내로서의 모습보단, 결혼 비용을 먼저 생각 해 보는 것이 요즘 세태다. 그도 그럴 것이 평균적으로 드는 결혼 비용이 2억인데 그 중에 남성이 부담하는 금액은 1억 5천. 그와 동시에 남성들은 결혼 뒤 향후 20년 동안 배우자와 자녀들을 부양해야 한다[3]. 야근을 하며 가족들을 부양해야 할 금액들을 충당하고 밤늦게 들어와 다음날 새벽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잠을 청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 했다. 그 와중, 페이스북 메인 화면에는 돈도 잘 벌지만 그와 동시에 요리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는 아빠들의 모습을 담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재생되고 있었다.
결혼에 성공한 남녀의 표준 모델, 듀오
슈퍼맨 같은 힘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이 모두 행복 할 수 있다면야 모든 남성들이 그렇게 희생 할 용의가 있겠지만, 미디어 속 슈퍼맨은 그저 꿈이라도 꿔보는 이상일 뿐이다. 먼저 ‘평범함’의 수준까지 올라가는 데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남성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결혼에 대한 사회와 상대방의 기대치는 점점 높아져 남성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혼 정보회사인 듀오에 따르면 표준 남성은 연봉이 5천만원에서 5500만원이 되어야 한다. 4년제 대학 졸업을 하고 서울 경기 수도권에 거주 하는 남성이 이상적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치에 맞출 수 있는 남성들은 한정적이다. 2015년 10월 자료 기준 한국 1인당 평균 GDP는 27,513달러이다. 그 말은 남녀의 소득 격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절반 이상의 남성이 사회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소득을 가진다는 소리이다. 아니, 사실 우리 사회는 취업조차 쉬이 허용해 주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혼은 어불성설이고 허황된 꿈이다. 결국 기대치를 맞추려면 초혼 연령이 높아 질 수 밖에 없고 미혼율 마저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1].
결혼 항목별 평균 비용 및 부담 비율, 한국 결혼 문화 연구소
현대 남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비용 부담이 자신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닌 그들의 가족에게 까지 튀는 불똥이 된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결혼에는 적어도 1억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주거비 포함). 결혼 적령기인 사회 초년기의 남성들은 절대로 이 금액을 맞출 수 없고 결국 부모님의 손을 빌려야만 한다. 결혼 비용을 대출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해결 했다 하더라도 결혼 후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결혼의 가장 큰 목적중 하나를 고르라면 하면 출산과 육아로 들 수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드는 돈이 3억이라고 한다. 이러한 금액적인 부담도 크지만 결혼은 포기한 남성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드는 생각은, 아직 만나지도 못한 누군가를 위해 이러한 기대치를 채우려 나와 내 가족들의 인생을 소모해야 될까 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결혼 당사자 자신들의 능력으로 결혼 비용을 해결해 보려는 시도를 많이들 한다[3]. 그것을 위해 크고 화려한 결혼식, 고가의 전세금을 지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반 중하위 소득 남성들로선 결혼을 위해 인생을 걸 만큼의 체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나중에 일어날 일에 대비를 할 비용을 저축 하려면 그들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절약을 하며 결국 취미생활 하나 가지지 못하는 일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한국 미혼 남녀 결혼 기피율,동아 일보
현대 결혼은 안정적이지 못하며 수많은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각고의 노력을 하여 결혼에 골인을 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이혼율은 40%에 육박한다. 자식이 없는 이혼이라면야 그 와중에 천만 다행이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동안 살며 쌓아 놓은것들이 무너질 수 있는 큰 리스크이다. 물론, 그 후에 지불해야할 위자료와 양육비는 덤이다.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그것에 대한 보상은 안정성이 결여 된 것이다. 결국 최초로 남성의 결혼 기피율이 여성을 추월하는 사태까지 왔다. 실제로 국토 계획 제 43권에 나온 정창무 교수의 자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주변의 결혼 불화가 남성의 초혼연령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미혼율과 유의미한 상관성이 있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가정을 꾸리게 되고 그 가정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행복 할 수 있다고[2] 하지만 사회가 보여주는 수치만 따르면 결혼은 안정적이지 못하며 인생에 있어 불행의 씨앗이 될 수 도 있다. 결국 200만원에서 300만원에 해당하는 급여로는 자신의 미래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부양할 능력이 안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없으며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결혼을 포기하고 저축 보다는 자신의 여가생활을 위해 지출하게 되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더 보내게 되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면 결혼에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비용이 소모 되는데 그것에 대한 이득은 불안정 하며 자신의 인생을 건 것보다 크게 보이지도 않는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말했다. 결혼을 포기하면 열심히 노력 안하고 큰돈 벌지 않아도 충분히 떵떵거리며 산다고. 혹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며 자기 계발 하는 것의 궁극적 목적은 결혼과 출산인데 그것을 포기 하면, 적은 돈으로도 여행하며 자신의 드림카를 뽑아 볼 수 도 있고 하고 싶은 취미를 가지며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행복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말이다. 마치, 도입부에 필자가 말한 아버지가 독신일 때를 대입해 가정해 봤을 때 얘기처럼 말이다.
KBS 파노라마-결혼 없는 청춘, KBS1
결국 종합하여 본다면 현대 남성들의 미혼 지향은 그들의 선택과 사회적 상황이 맞물려 발생한 최선책이지, 그들의 능력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앞서 한국 미혼율 통계에서 말했듯이 미혼율은 사회 문제를 넘어서 현대 남성들의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학창시절 성적 때문에 경쟁을 하고 대학 졸업 후 또 다른 스펙 경쟁을 하며, 취직 후에도 직장 내에서 정치를 하며 또 다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결혼은 그러한 경쟁의 연장선이며 인생의 피로감을 불러오는 하나의 강제적 계약일 뿐이다. 결혼도 두 명의 남녀 계약자가 일종의 법정 계약을 하는 것 인데 현재 남성에게 지우는 책무는 그들의 한계 효용(marginal utility)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사랑의 가치는 무한하다지만 그래도 엄밀히 따져보면 한계 효용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남성들이 비합리적 소비자가 아닌 이상 그 많은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지불하며 불확실한 개념인 사랑을 선택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혼 하지 못하는, 혹은 '않는' 남성들을 ‘찌질이’라 부를 수 없다.
참고자료
1. Jung, Chang-MU, Age at First Marriage and its Determinants in Korea, 국토계획 제 43권, 06.2008
2. 박진영, 눈치 보는 너, 착각 하는 나, 시공사, 02.05.2013
3. 조성호, 한국과 일본 미혼인구의 결혼 및 자녀양육에 대한 태도, 보건 복지 Issue & Focus 제 267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1.21.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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