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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문예 :: Literature

나는 길치다



필자는 ‘길치’다. 자랑은 아니지만, 대학에 처음 와서 길마다 넘쳐나는 골목과 건물에 혼란스러워하며 일 년 동안 자주 다니는 건물들과 기숙사 건물이 그려진 자체 제작 지도를 들고 다녔다. 학기 초에 나눠 받은 종이 지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건물이 너무 많아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스트릿마다 이름이 어찌나 다양한지, 길 이름을 순서대로 외우는 데만 2년이 걸렸고, 여전히 길 이름을 들어도 그 길이 가로인지 세로인지 헷갈리기 일쑤다. 학기가 끝나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10년 넘게 산 내 동네가 어찌 그리 새로워 보이는지, 근 일주일간은 동생 손을 붙들고 다니며 길을 다시 배워야 했다. 가끔 가다간 항상 다니던 길도 이상해 보인다. 그럴 땐 스마트폰 지도를 켜서 아무리 아는 길이라도 맞게 가는지 확인하면서 간다.


길치는 도대체 왜 길치인 걸까? 길을 잘 찾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길을 잘 찾는 거지? 둘의 다른 점이 도대체 뭘까? 길눈이 밝은 사람들이 길치를 신기해하는 만큼 길치도 그들이 신기해 보인다. 필자의 주변엔 유독 길눈이 밝은 사람이 많은데, 그들을 보면 마치 머릿속에 지도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종종 세워져 있는 아파트 모형처럼 3D 건물들이 세워져 있다는 사람도 있고, 새의 관점으로 하늘에서 길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지도가 머리에 그려진다는 사람도 있다. 길치로서 내 머릿속의 지도를 설명해보자면, 내가 자주 다니는 길만 이어져서 그려질 뿐, 평소에는 인터넷이 느릴 때 구글맵이 로딩되기 전의 화면처럼 회색빛의 이름 없는 모르는 건물과 길 사이에 드문드문 아는 건물들이 뜬금없이 로딩되어 세워져 있다.




[1]




길치의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길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매우 무디어 길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이다. 여기에 과학적인 설명을 추가해보자면, 사람의 속엔 길을 찾는 동안 낯선 공간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있도록 도와주는나침반 뇌세포 있는데,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경우 사람이 길을 헤매게 된다고 한다. 길치는 세포가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 되겠다. “나침반 바늘이 고장 난 셈이니 심한 길치 중에 방향치가 많은지도 설명이 된다. 이제 사전적이고 전문적인 사실을 벗어나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밀어 보자면, 공통으로 필자를 포함한 길치는 대부분 성격이 둔하고 느긋하다. 길치치고 예민하게 주변 환경을 자각하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민감하게 알아챈다거나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절대 없다. 애초에 머릿속의 나침반이 심각하게 오작동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변에 민감하지 않아서 길도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혹시 본인이 길치인지 아닌지 고민하 사람이 있다면, 아래의 재미있는 테스트를 통해 검사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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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이란 길은 똑같이 생겼다.

2. 낮에 보는 길과 밤에 보는 길이 전혀 다르다.

3. 지도나 각종 표지판이 암호같다.

4. 스마트폰 지도앱은 필수다.

5. 길을 모르겠으면 무조건 직진한다.

6. 게임에서도 길을 잃는다.

7. 홀로 여행은 엄두도 못낸다.

8. 약속이 있을 잃을 고려해 미리 출발한다.



필자가 감히 판단했을 , 만약 본인이 길치라면 최소 3개는 격하게 공감할 있을 것이다. 길이 똑같이 생긴 것과 스마트폰 지도 앱이 필수인 것과 약속이 있을 찾을 시간을 계산해서 미리 출발한다는 . 세 가지 경우를 더하면 길치 필수 코스가 완성되며, 종종 웃긴 썰이 생성되고는 한다. 예를 들면, 가끔가다 스마트폰 지도 앱을 봐도 길을 찾는 길치가 있다. 그게 바로 필자가 되겠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이번 여름에 있었던 실화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3]



필자는 이번 여름 동안 너무 펑펑 놀며 돈을 쓰는 같은 죄책감에 아르바이트를 나가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찾게 아르바이트가 2호선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구로 디지털단지 역에 위치한 회사의 번역 일이었다는 것부터가 전설의 시작이지 않았나 싶다. 애초에 가본 없는 동네에서 가본 없는 회사 건물을 찾아가는 길눈이 밝은 사람이어도 난감한 일일 것이다. 하물며 길치는 어떻겠는가. 당연히 일찍부터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찍 일어났지만, 하는 것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 만큼, 출발하는 것보단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을 우선시해버렸다. 그렇게 촉박하게 출발하며 시작된 긴장감은, 지하철이 삼성역에 멈춰서 10 지체되면서 폭발해버렸다. 구로 디지털단지 역에 도착했을 이미 인터뷰 시간 5 전이었고, 스마트폰 지도 앱 속의 예상 도착 시각은 10 후였다.


여기서 길치인 필자를 완전히 굴복시킨 것은 지도 앱의 평면성이었다. 분명 지도가 가리키는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거늘, 지도 앱에선 우회전을 하라고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오른쪽에 위치한 것은 위쪽으로 향하는 계단뿐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도는 어쨌든 계단을 올라가라고 가리키고 있었. 하지만 필자는 당연히 오른쪽으로 도는 평면 길을 찾아야 것이라고 생각하며, 쓸데없이 직진을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뻗어있는 길도 오른쪽으로 서서히 굽어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길은 옳은 길이 아니었고, 막다른 끝에 다다라서 담배를 태우고 계시는 식당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다 겁에 질려 후다닥 뒤돌아 나오고 말았다.



[4]



결국, 그제서야 지도를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계단에 올라섰고, 오르자마자 지도에 그려져 있던 신한 은행이 보였다. 아래쪽에서 신한 은행을 찾으며 힘겹게 길을 찾고 있는 내게 여긴 은행이 없다고 손을 내저으며 집에 가라고 하신 식당 골목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튼, 산을 넘은 길치에게 구원의 전화가 왔고, 대리님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회사를 찾아갈 있었다. 솔직히 순간에 지도를 믿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길치의 은근한 고집인 듯싶다. 3D 계단 따위에 홀리지 않고 꿋꿋이 평면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고집. 고집이 너무 빈번히 일어난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말이다.


길치로 살다 보면 이렇듯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이 생기지만, 마음 아픈 나날도 있다. 길치를 처음 대했을 신기해하던 사람들이 점점 지치거나 의심을 시작할 때가 바로 그런 때다. “ 진짜 길을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하는 거야?” 솔직히 아는 길을 모르는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길치도 남들은 쉽게 찾는 길을 헤매는 자랑스러워 하지는 않는다. 본인도 답답하고 이해가 때가 많다. 하지만 비록 남들보다 느리고 더딜지라도 언젠간 터득하기 마련이다. 3 다닐 때도 헷갈리던 길이 4번째에 비로소 익숙해질 수도 있고, 혼자 다닐 도무지 기억할 없던 길을 친절한 친구에 의해 세뇌당하며 걷고 나면 터득하게 수도 있다. 이미 본인이 답답함을 제일 알고 있을 것이므로, 곁에서 지켜볼 답답하더라도 잠시 마음을 접어두고 사랑으로 감싸주길 바란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게 수도 있다!


익숙한 곳의 새로운 길도 두려운 마당에 새로운 곳의 새로운 길을 배운다는 길치에게 매우 두려움과 걱정으로 다가온다. 졸업을 앞둔 필자도 역시 새로운 장소로 이사하게 됐을 동네에 익숙해지는 것이나 출근길을 알아갈 것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걱정도 팔자라더니 쓸데없이 길치라 걱정까지 해야 하다니 슬플 뿐이다. 하지만 길치인 덕분에 세상은 매일 엄청난 모험이다. 앞으로도 수없이 잃고 찾을 길을 생각하며, 머릿속의 나침반 뇌세포를 응원해 본다. 조금만 힘을 내렴!








내용 출처:

http://blog.naver.com/panaxtos/220531165607


이미지:

[1] http://img.insight.co.kr/upload/2014/12/20/ART141220122014.jpg

[2] https://i.ytimg.com/vi/ZdV2Qjockuc/maxresdefault.jpg

[3] http://img.visualdive.co.kr/story2016/2015/07/1437926179_image-1.jpg

[4] https://t1.daumcdn.net/cfile/blog/15318B514DCA6EBB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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