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홍석천 커밍아웃, 그리고 한국 동성애 18년

[커버 포토]




2000년 9월, 당시 잘 나가던 배우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하면서 동성애가 처음으로 한국 사회의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그리고 2018년 현재, 동성애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필자는 지난 18년 동안 일어난 각종 동성애 관련 사례들을 파헤침으로써 한국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하고자 한다.




배우 홍석천 커밍아웃 (2000)



[1]




개요:

한국 최초 연예인 커밍아웃 사례이다. 홍석천 이후로 커밍아웃한 거물급 연예인은 아직도 단 한 명도 없다. 당시 배우 및 방송인으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사하고 있던 홍석천은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출연하고 있던 MBC “뽀뽀뽀”에서 강제 하차하게 되었고 방송 출연 정지를 처분받았다. 그 이후로 그는 2000년도 후반까지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중요성:

동성애라는 개념을 한국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했다. 세계적으로 동성애는 항상 암묵적으로 존재해 왔지만 1900년대 후반 퀴어학의 발달과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커밍아웃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비교적으로 일찍 친숙해진 서구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홍석천이 커밍아웃하기 이전까지는 일반 대중들이 동성애라는 개념을 마주할 계기가 전혀 없었다.


칼럼니스트 생각:

커밍아웃이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커밍아웃이란 시스젠더,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에 대한 사실을 한가지 공개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홍석천은 커밍아웃 이전에도 동성애자였고 이후 지금까지도 동성애자인데 커밍아웃 전후 대중들의 태도와 시선은 180도 바뀌었다는 것에 독자들이 주목했으면 한다. 이것이 대다수의 동성애자가 자신들의 성적 지향을 평생 숨기고 살아가는 이유이다.





한국퀴어문화축제 (2000~)



[2]




개요:

2000년에 처음 개최된 이후 현재까지 매년 진행되고 있는 축제다. 퍼레이드가 가장 유명하지만, 각종 부스와 뒤풀이 파티 등 구성이 다양하다. 퀴어문화축제 인만큼 동성애뿐만이 아니라 양성애와 트렌스젠더 등 모든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대변한다. 매년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있고 참가 인원도 점점 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기존 개최지인 서울뿐만이 아니라 대구, 부산, 그리고 제주도에서도 개최되었다.


중요성:

안타깝게도 일부 참가자들의 과도한 노출과 축제의 진한 정치적 색깔 때문에 많은 대중에게 동성애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한몫했다. 특히 과도한 노출의 경우 “동성애자들은 문란하다” 또는 “동성애자들은 성범죄자들이다” 같은 주장들을 밑받침 하는 데 일조했다.


칼럼니스트 생각: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킨 데 어느정도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애초에 동성애에 대해 무지한 일반 대중들의 책임이 더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퀴어문화축제의 메시지가 "다 같이 동성애에 대해 배우고 이해해보자"처럼 교육적이고 긍정적이지 않고 "성 소수자들끼리 뭉쳐서 싸우자"에 가까운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성 소수자거나 성 소수자의 친한 친구 또는 가족이 아니면 참가하긴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은 차별과 싸운다는 기존 메시지에 대해서 역설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동성애에 어느 정도 이미 친숙한 대중들에겐 이해심을 키워줬을지 모르지만, 평소에 동성애에 대해 잘 몰랐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겐 더 안 좋은 인식을 심어주지 않았나 싶다.




군 동성애 색출 논란 (2017~)



[3]





개요:

2017년 초, 한 육군 장교가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 혐의로 기소 되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다음이다:

(군인이나 군인에 준하는 자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추행이 아닌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기 때문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해당 형법은 위헌 판정이 내려졌다.


중요성:

여러모로 중요한 사건이다. 일단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개개인의 성적 생활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엄연한 인권 침해이다. 해당 형법은 추행이 아닌 합의 안에 이뤄진 항문 성교도 금지 했다. 또 해당 법이 동성애자 군인들을 색출하는 데 쓰인 간접적으로 차별적인 법이라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성애자보다는 동성애자가 항문 성교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과 남자가 절대다수인 군대의 특성상 이성보다는 동성 간의 성행위가 더 잦다는 점을 이용한 위헌적인 법안이다. 더군다나 해당 법안이 조명이 되면서 동성애와 항문 성교를 연관시키는 무분별한 주장도 더 힘을 얻게 되었다.


칼럼니스트 생각:

차별적인 법안을 철폐시킨 건 분명히 잘된 일이지만 동성애와 항문 성교를 연관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한국퀴어문화축제와 마찬가지로 의도도 좋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내디딘 한걸음이었지만 반동성애 진영에게 왜곡하고 편향 보도할 기회가 쥐어졌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리고 항문 성교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1) 항문 성교는 동성애자들만 하는 게 아니라 이성애자들도 많이 한다.

2) 성행위를 즐기지 않는 이성애자들이 많듯이 성행위, 특히 항문 성교를 즐기지 않는 동성애자들도 매우 많다. 

3) 항문 성교가 문제라면 비슷한 논리로 여성 동성애자들보다 이성애자들이 더 문제가 아닌가?

4) 안전하게, 그리고 합의 하에 한다면 동성 간이든 이성 간이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선 토론 (2017)



[4]





개요:

위의 군형법 논란 때문에 2017년 대선 토론에서 동성애가 특히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당시 홍준표 전 후보가 문재인 전 후보 (현 대통령)에게 동성애를 반대하냐고 묻자 문재인 후보는 “저는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합법화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문재인 후보는 나중에 동성애가 아닌 동성혼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당 발언을 고쳤다.


중요성:

이 대선 토론은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동성애에 있어 굉장히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후에 발언은 고쳤다지만 동성애의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홍준표 후보의 질문에 대답했다. 동성애는 개개인의 성적 지향이기 때문에 규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반대로 결혼의 경우 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가능하다. 사소한 차이 같아 보이지만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라는 개념을 완벽히 이해했다면 하지 않았을 실수다.


칼럼니스트 생각:

"대통령 후보들이 동성애에 대해서 이렇게 무지하다면 일반 대중들은 어떨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해준 토론이었다. 한 줄 평을 하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수 홀랜드 데뷔 (2018)



[5]




개요:

2018년 초, 한국 최초로 가수 홀랜드가 커밍아웃 이후 디지털 싱글 ‘Neverland’로 데뷔했다. 방송 출연은 하지 않는 듯 하나 (의도적인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온라인 활동은 굉장히 활발하다. 두 남성의 키스신이 나오는 뮤직비디오가 19금 판정이 나면서 논란이 됐었다.


중요성:

한국 연예계와 대중이 동성애에 있어서 아직도 얼마나 배타적인지 보여주는 예이다. 홀랜드의 경우 원래 아이돌 그룹 연습생이었으나 소속사에서 커밍아웃 후에 데뷔하는 걸 허락해주지 않아서 혼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칼럼니스트 생각:

동성애가 마케팅 전략이 된 것 같아서 아쉬웠다. 팬들이 노래가 좋아서 보다는 가수가 동성애자라서 좋아하는 느낌이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래 실력도 썩.... 어쨌든 한국 최초로 가수가 커밍아웃 하고 난 후에 데뷔를 했다는 건 분명 의미 있었다 생각한다.



배우 홍석천이 커밍아웃 한지 어느덧 18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일어났던 굵직한 사건들은 나름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 많지가 않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그만큼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싶다. 확실히 18년 전에 비해서 동성애가 더 친숙한 주제가 되었고 동성애에 관해 이야기 하고 토론하는 것도 더 자유롭고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동성애가 정치적인 문제가 되면서 더 극단적인 주장들이 대립하게 되었고 더 중요한 동성애에 관한 근본적인 이해는 충분히 강조되지 않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여느 사회적 문제가 그렇듯 이에 대한 확실한 방안은 없다. 다만 편향 언론 보도와 오해들을 믿지 않고 개개인이 동성애가 무엇인지, 성적 지향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논쟁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동성애는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이슈이기 이전에 개개인의 정체성이다. 우리가 모두 이 점을 인지하고 이해한다면 올바른 사회적, 정치적 방안과 인식 개선을 실현 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커버포토] https://www.washingtonpost.com/amphtml/news/monkey-cage/wp/2017/05/22/are-gay-and-homosexual-the-same-heres-what-we-found/

[1] http://entertain.naver.com/read?oid=119&aid=0002090568

[2] www.womennews.co.kr/news/115667

[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9271555

[4] http://www.visualdive.com/2017/04/정체성에-찬반이라고요-대선토론으로-불거진-동성/

[5] https://www.kpopmap.com/teaser-holland-for-his-debut-single-neverland/











'EDITORIAL > 사회 :: Current Issu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프.  (0) 2018.03.15
#With You  (0) 2018.03.13
A State of Emergency  (0) 2018.03.07
비트코인, 어디까지 사봤니  (0) 2018.03.06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의 폐해와 극복 방안  (4) 2018.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