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 후
"6년 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 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건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 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 게 다 그런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 때,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 게 너무 다행인 몇 가지 이유들이 생각난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진데, 그..
2012.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