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15 건빵과 별사탕 [cover] 언제부터인가 내 옆자리에 네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부스스한 머리로 잠에서 깼을 때,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내기를 하고 올챙이처럼 볼록 나온 배를 두드리며 한숨지은 후 격한 운동으로 죄책감을 달랠 때, 끊임없이 몰아치는 과제와 시험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댈 때 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종일 잠만 잘 때. 그 모든 순간에 언제나 나는 너와 함께였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우리 두 명은 서로의 4년간의 대학 생활을 가득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순진했던 걸까 멍청했던 걸까. 언제나 너로 가득 차 있던 내 옆자리가 공허해진 요즘, 그 텅 빈 자리를 바라보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숨을 쉬고 있는 나 자신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롱디’ 그리고 ‘고무신’이라는 단어들을 별것 아니라.. 2017. 11. 2. 너로 물들여진 시간 나의 사랑의 법칙은 단순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그 외에는 어떤 변수도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먼저 좋아하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리 나에게 잘해주고 진심을 전달해도 부담만 커질 뿐, 마음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너로 인해 나의 사랑의 법칙에 변수가 생겼다. 평범한 얼굴, 평범한 키, 그리고 평범한 성격. 학기 초 동아리 방에서 너를 처음 본 내게 남은 너의 첫인상이었다. 새로운 신입 멤버들 사이에서 넌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너는 나의 이상형과 전혀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전혀 친해질 것 같지 않았던 우리였지만, 항상 먼저 말을 걸어주던 너의 친화력 덕분에 낯가리던 나도 어느새 너와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되.. 2017. 3. 7. 2인3각 달리기 [1] 너무나도 상쾌하고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두 남녀가 사랑하는 것이 2인3각 달리기라면, 각자의 다리 한쪽에 줄을 동여매는 그 순간조차도 너무나 황홀하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너와 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그 일체감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자유를 뺏긴다는 박탈감조차 잊게 만들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두 발목에 굳게 매듭을 지었고,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다짐을 속으로 되뇌며 출발선에 섰다. 세상 모두에게 들릴 것만 같던 그 출발의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우리는 연인이라는 이름표를 가슴팍에 달고 많은 사람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묶인 두 발을 함께 내디뎠다. 열심히 달렸다. 그저 서로의 얼굴과 앞만 보며 묶인 발을 씩씩하게 옮겼다. 하지만 그 누구든 달리다 보면 숨.. 2016. 11. 30. 인연을 만드는 힘 - 20초의 용기 사람은 끊임없이 사랑을 한다. 비록 그 사랑이 끝난 후 이별의 고통을 겪을지라도 사람들은 또다시 사랑한다. 세상에는 이성을 사귀는 데에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이성의 번호를 물어본다든지,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눈이 맞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소개팅을 통해서 만나는 것은 가장 쉽게 이성과 만나는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소개팅은 두 남녀가 이성 교제를 하고 싶다는 것을 전제로 처음 만나기 때문에 이미 서로의 마음을 오픈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좋아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과연 저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일까?’, ‘괜히 대시 했다가 까이는 거 아니야?’ [1]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번의 사랑을 한다. 하지만 .. 2016. 11. 4. [500일의 썸머] 운명을 믿으시나요? "이 영화는 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1] 바로 영화 속 내레이션의 일부다. 인트로의 가장 마지막 대사이기도 하며, 영화의 전체적인 테마를 담고 있기도 한, 이 칼럼의 지표가 되어 줄 두 문장이다. 그리고 이건, '로맨틱 코미디'라는 허울 좋은 장르 이름에 속아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커플의 500일간의 연애기를 다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던지는 경고라고 해석하면 되겠다.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만남과 반복되는 우연, 착각, 기대와 실망, 그리고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담은 이야기다. 과연 '운명'은 존재할까? 라는 질문 역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의 입을 통해 들리고, 내레이터를 통해 들리고, 영화를 보.. 2016. 10. 20. 장애인 성(性)봉사, 성매매특별법의 이면 [1]※ 성매매방지특별법 현황3월 31일 오후 3시경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에 '합헌'이라는 단어가 올랐다. 그 시각 함께 떠오른 기사들이나 블로그 포스트를 살펴보면 2004년부터 자발적 성매매를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방지특별법 조항이 야기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아홉 명 중 여섯 명의 의견에 따라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내리기로 합헌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한 의견에는 '자발적 성매매' 또는 '생계형 성매매'를 향한 안쓰러움이 묻어있기도 하고, 사생활 침해 또는 직업 선택의 자유에 관한 제한이 드러나 많은 반대 의견들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 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2016. 4. 1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