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Posted by 희씨
2019. 11. 20. 15:46 EDITORIAL/문예 :: Literature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유난히도 말을 많이 날엔, ‘오늘 내가 너무 많이 말했나?’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괜히 무겁다. 과거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 가끔 일기장을 펼친다. 남자와 여자는 왜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일까 가끔 궁금하다. 주변에 고맙다는 말을 자주 못했던 건 아닐까 문득 휴대폰을 들어 안부를 묻는다. 불편한 얘기를 꺼내 놓은 친구의 표정이 신경 쓰인다. 그냥 적당히 웃어 넘길 걸 그랬나,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모두 생각하는 대한 순간들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대표적인 문구다. 철학에 문외한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하려면 많은 시간과 깊은 사고가 필요하겠지만, 그의 생각은 이러하다. 내가 느끼는 감각은 상대적인 것이라 존재를 증명할 없으며, 수학적 지식 또한 신의 장난이라면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무엇을 의심하고 있을 때, ‘내가 의심하고 있다 사실을 나는 의심할 없다. 고로 생각하고 있는 나는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호기심과 모든 것에 대한 의심이 마음에 들었다. 그와 그의 삶에 대한 책을 읽기 까지 감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알고 보면 데카르트는 꽤나 매력적인 철학자였다.

 

철학이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식이 많은 이에게 지혜롭다 하지 않는다. 지식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습득의 과정이며, 철학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비판적 고찰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해하기로 깊은 통찰과 해석을 요하는 지혜는, 마음과 정신적 능력이 필요하지 않는 지식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지식인에 대한 선망과 동경이 늘고 그것이 경제적인 부와 연결이 되면서 우리는 점점 생각을 덮는다. 남들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고 성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생각을 사치로 만든다.  

 

남들은 괜찮대혹은 다들 그래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근거 없는 설득을 위한 가장 쉬운 말이다. 그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말이다. 소셜 미디어의 빨간 하트에 굶주린 모습 또한 값싼 인정에 대한 안주다. 불특정한 보편에 기대려는 생각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여긴다. 그래, 혹여  누군가가 나는 방구석 공상가는 되고 싶지 않아라며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면, 나는 그들에게 나와 니체의 세상을 한번 꺼내어 보겠다.

 

니체는 삶과 운명과  고통의 깊이까지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생각한다는 것이 결코 지루하고 나태한 것이 아님을 말하는 듯 했다. 니체는 상냥하지 않았고 인생에 대해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그의 운명과 사랑론은 신선했고 자극적이었으며 그것이 나름의 삶의 방향과 오묘하게 닮아 있어 나는 좋았다. 신을 부정했고 천국 보다는 존재의 윤회에 조금 기울어 지는 가치관도 나의 그것과 비슷했다.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 선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인지하고 갈등하며 인정하는, 그대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의 사상을 나는 선호했다.

 

무거운 것에서 벗어나 영화 미드나잇 파리를 잠시 떠올려 보겠다. 우리는 낭만도 잊고 사는 날들이 많으니 잠시 낭만의 생각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영화의 배경과 음악과 로맨스는 꽤나 낭만적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덧붙여매혹적이라는 수식을 해보겠다. 그야말로 상실의 시대 속에 살았던 예술가들의 음주 가무와, 1920년대 현란한 불빛 아래서 오고 가는 지식의 풍요로움은, 보기만 해도 매력적이더라. 영화 주인공이 모습에 나도 같이 신이 났으니까. 아, 다시 정신차리고 돌아와서, 미드나잇 인 파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헤밍웨이 때문이었다. 당신이 니체를 알고,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면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의 헤밍웨이를 볼때 혹시 헤밍웨이도 니체를 흠모했을까 궁금했나 해서. 혹시 그대도  소설 물고기와 노인에 니체의 투쟁에 대한 사랑이 담겼나 생각했을까 그게 궁금해서. 그가 머물렀던 파리에 가면 조금 느낄 있을까 하며 프랑스를 가본 사람은 있을까, 키웨스트를 못갔던 못내 아쉬운 사람은 없나.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또 엮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고 그런 사람은 꼭 나뿐일까 해서.

 

우리는 놀랄 만큼 비슷하고 다른 각자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니까. "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혹시 나만 그런 거야? 이상해?" 라고 묻는 친구의 말이 떠오르면 나는 꼭 마음이 든든하니까고로 나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야 존재함을 느낄 있을 테니. 나의 생각의 끝에는 항상 길을 잃고 '이게 어디서 부터 시작했더라' 하며 생각의 꼬리를 물며 되돌아 오다가 벌써 10분이 지났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여전히 생각은 좋다. 잡생각이든 심오한 생각이든 그것이 과거에 대한 상념이든 미래를 위한 상상이든. 나는 생각하는 내가 좋다. 그리고 지금 생각을 하고 있는 너도 마음에 든다. 계속 생각하자, 그럼 우리는 계속 존재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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