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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문예 :: Literature

방백



지금보다 어렸을 때니까 스물하나 언저리 즈음 되려나. 주변의 선배 누나들을 보며 선망의 눈빛으로 동경했던 분들이 있기도 했고, 저렇게는 스타일이 아니라며 어린 마음에 감히 속으로 혀를 틱틱 찼던 그런 분들 또한 없진 않았다. 그런 와중에 한번 깜빡이고 나니, 어느덧 내가 분들의 위치에 서게 됐다는 . 그리고 , 그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야속하지만, 그렇게 됐다. 나이로는 나도 이제 서른, 그리고 어른.


항상 늦었다. 주변 사람들과 굳이 비교했을 . 특히 동갑내기 또래들과 나를 나란히 놓고 보았을 , 나는 뒤에 있었지 싶다. 대학교 입학도, 입대도 늦었다. 그리고 지금은 취업이 늦다. 그래서 어쩌면 항상 뒷자리를 좋아했을 수도. 나서는 보다 뒤에서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을 수도. 그런 와중에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이 느린 것도, 이젠 모든 것들이 나인가 싶다 남들의 1초가 나에겐 1.2초쯤 되려나혹시 다른 시공간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실없는 공상도 한다. 느린내가 또는 늦은내가 혹여나 틀리진 않았을까라는 염려 또한.


사실 누가 틀리고 누가 맞고 그런 없다. 그냥 다를 뿐이라고 믿는. 누군가 그랬었다. 거북이는 느림보의 상징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육지에서만 해당된다고. 지구의 70% 바다라고


그런 말도 있다. 세상에는 늦은 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세상에는 완성과 미완성만 있어서, 인생에서 완성 끊임없이 추구할 용기만 있다라면 늦은 시기란 절대 없는 거라고.


나이가 들어가며, 이런 구차한 글귀만 기억하고 몸에 담아 놓는다. 사실, 이런 것들을 매개로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어서 좋다. 하지만 동기부여는 잠시 오고 가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실제로, 많은 문제들을 앞에 두고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생각을 맹신하며 따를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가버렸다. 무엇인가는 믿어야 할 텐데, 하나님을 잃어버린 신자처럼 붙잡을 곳 하나 없이 밟고 있는 땅이 흔들리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해결이 필요한 상황들에 대하여 스스로의 판단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릴까 하다가도, 별것도 아닌 문제로 혼자 슬퍼하는 스스로를 보며 나 설마 망가진 사람인건가 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어른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걸까. 단순히 나이가 많은 어른인 걸까. 혹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을 , 경제적으로 독립했을 , 남들보다 많은 경험을 했을 , 선택에 책임 있을 때를 어른이라고 하는걸까. 대게, 어른에 대한 정의와 가치관은 각자만의 기준이 있다. 그리고 나만의 아집이 생긴 같다. 어른은 진짜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그래서 가끔은, 생각을 멈추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뭐가 어찌 됐고, 누가 어땠고, 어때야 하는지에 대하여 주변이 시끄럽지만 중에서도 생각 많은 소리가 가장 시끄럽지 싶다. 또한 누군가에겐 소음이 수도.


나에겐 소음이 많았다. 한숨을 쉬면 그 숨이 누군가에게 들어가 숨이 막힌다고 한다. 몰랐었다. 누군가에게 내 시커먼 감정을 쏟아내는 과정이, 한숨이 될 줄은. 내가 누군가의 숨통을 조여 가는 줄은. 그랬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기억한다. 구렁텅이 속에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악취를 풍겨도 옆에서 꾸준하게 지켜봐 준 이들이 존재했다. 참 좋은 인연이다. 가만 보면 인연이 다 귀하고 신기하다. 그래서 갚아야 한다. 행복하게 살아내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어른들은 이런 말조차 내뱉지도 내색하지도 않겠지. 이것 또한 나의 발버둥이겠거니 싶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아무렴 상관없다. 그냥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평생 오지 않을 행운일 수도 있으니까.



*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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