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있는 친한 친구여자와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 앞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여자가 내려서 집에 가려한다. 뭔가 너무 아쉽다. 이대로 보내긴 너무 아쉽다.. 멋지게 차에서 내린다. 남자답게 문을 닫고, 여자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머리속엔 이미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같은 풍의 BGM 이 깔리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영희야!" 영희는 돌아본다. "응, 왜" 아.. 저 초롱초롱한 눈. 분명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것이다. 내가 멋지게 고백하는 지금 이순간. 그녀는 분명 감격에 젖어서 펑펑 울고 말것이다. 확신에 가득찬 난 그녀의 팔목을 덥썩 잡는다. "이 말을 안하면 후회할것같애. 이런 내가 얼마나 나쁜놈인지 알아. 하지만 나 자나깨나 너 생각밖에 나질 않아.. 일도, 공부도 손에 안잡혀.." 그녀가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다. 이때다. 쐐기를 박자. "사랑해.. 죽을만큼 사랑한다고 이 바보야!" 덥썩 키스를 한다.. 오케이, 넘어왔구나.. 훗..
요즘 나오는 많은 드라마들속의 캐릭터들을 보면 쿨하고 터프하고 엄친아 뺨치는 남자 주인공들, 그리고 어벙벙하고 칠칠맞은 여자주인공 등장하기 마련이다. 처음엔 여자가 남자좋다고 졸졸 쫒아다니지만 남자는 초지일관 귀찮아하고 저리가라 그런다. 그러다 우리 여자님이 무슨 사정, 상황으로 인해 곁에서 떠나고, 다른남자와 엮이거나 저 멀리 해외로 가기도 한다. 그때 우리 남자주인공님은 엄청난 허전함과 공허함을 느끼고, 여자주인공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녀에게 고백하러 가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이 정리된 상태.. 그런 그녀에게 로맨틱한 분위기, 감성적인 BGM, 멋진 멘트, 그리고 뽀뽀피니쉬로 멋지게 마음을 되돌리는데 성공,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너무나 좋아보이는 두사람,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이제 관객들은 생각한다. 나도 저런 남자가 되야지. 저렇게 고백해야지. 저런 여자를 만나야지. 좀 어벙벙해도 나땜에 마음앓이 하고 기다려줄수 있는 여자 만나야지...착각하지 말자 남자들이여.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고 살자. 드라마의 캐릭터, 상황, 결말들은 현실과 거리가 상당히 멀다. 저런 인위적인 분위기 조성, 상황연출은 여자로 하여금 부담감만 느끼고 민망해함으로 그대에게 많은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인위적인 분위기 조성을 통해 넘어온 여자는 인위적인 관계로밖에 발전하지 못한다. 그대를 좋아하고 그대에게 마음이 있는 여자라면 저런거 없이도 진솔한 표현 한마디로도 충분하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여자라면 이미 당신의 행동은 충분히 인위적이다. 어서 다른 여심을 사로잡길 바란다.
한가지 더. 드라마에서 이루어진 커플들은 대부분 사귄지 한달도 채 안된 모습을 띈다. 즉, 커플들간에 "콩깍지" 씌였다고 하는 지상낙원같은 시기를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는것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의 커플들이 원활한 관계를 가지기 위해선 "백치미 같은 여친, 마냥 귀엽기만해~", "까칠한 여친, 매력적이야" 따위의 일차원적인 끌림보다 훨씬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기준이 요구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여친 너무 답답해서 짜증나, 말을 못알아들어" 따위의 불평이 나오고 싶지 않으면 좀더 이성적으로 나와 성격, 가치관, 타입, 등등이 적합한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는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과 장기적인 만남을 이어나가고 싶다면 그 여성이 자신과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지, 또는 어디까지 그 여성을 위해 자신이 변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한다. 즉, 이런 것이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닐까.
남녀간의 관계는 서로를 향한 애틋함으로 시작한다. 그 마음을 심기위해서 남자들이 해야될 일은 기습키스, 분위기있는 드라이브, 느끼한 멘트가 아니라, 정말 그녀를 책임지고 사랑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것을 어필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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