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Berkop의 코어 스태프, 한상윤 군의 글입니다. 본 글의 의견은 Berkop의 의견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필자는 이따금 방학만 되면 한국으로 간다. 수많은 먹거리, 즐비한 네온사인, 북적이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성형미인들. 아. 미인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아까우므로 그냥 성형한 여자들이라고 정정하겠다. 필자는 특히 강남역 이나 압구정을 지나면 데자뷰를 느낄 정도로 똑같이 생긴 얼굴들이 많아 놀라움을 금치 못 할 때가 많다. 이건 단순 남 얘기만은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 반가운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낯선 사람들이 낯선 얼굴로 필자를 반긴다. 툭 튀어나온 이마, 억지로 접어놓은 듯한 애교살, 빵빵한 볼, 스킨 로션을 10번은 덧바른 듯한 광택 있는 얼굴, 포크 대용으로 써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뾰족한 턱.
한번은 너무 궁금해서 이들에게 왜 성형을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답변은 예상한 대로 였다. "이제는 외모도 스펙이라서 가꾸어야 취직이 잘된다", "당당해지고 싶다", "텔레비전을 보면 예쁜 애들이 많다" 등등.. 그러고는 시대가 변한만큼 이젠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는 헛소리를 읊조리는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 마냥, 달라진 말투와 태도였다. 여전히 외모지상주의가 찌든 한국 정서를 피해의식이 강한 태도로 경멸하는 이들도 있었고, 마치 자신은 신분 상승을 한 것 마냥, 너그러이 이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달라진 외모에서 나오는 변태적이고 인위적인 자신감과 피해의식은 그들의 인격과 외모를 둘다 깎아 내리는 신조어, "성괴" (이하 성형괴물) 라는 말을 탄생 시켰다.
이들은 온갖 비용이 드는 성형은 다 해놓고 반값 등록금을 외친다. 점점 짧아지는 치마, 짧아지는 가방 끈. 그들 중 일부는 오후 9시만 되면 어둠의 향락에 빠져든다. 그래 놓고 다른 성형한 여자를 보고는 "아 쟤는 너무 티 나게 했네 ..안됐다" 라며 혀를 찬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말했던 소크라테스도 이들 앞에선 두 손 두 발 다들 것이다.
이제는 지하철에서도 성형광고를 대놓고 한다. 너도 나도 성형을 한다. 이제는 성형을 안 하면 마치 유행에 뒤쳐지는 시대착오를 겪는 것 같아 짜증이 난다는 친구들도 있다. 왜일까? 한국이 언제부터 성형이 이렇게 판치는 나라가 되었을까? OECD 국가 중 성형률 1위, 3명중 1명이 성형, 성형할 의사가 있는 사람 2명중 1명. 자연미인이 성형미인을 보고 억울해서 성형을 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이다. 지하철에 가면 학원 광고와 더불어 적나라하게 <전>,<후> 사진을 붙여 성형 광고를 하는 외과들. 그런 혐오 사진을 매일 보며 출퇴근을 해야 하는 서민들의 불편함은 알까. 이처럼 광고에 나오는 성형 사진은 종종 당사자와 사전 협의도 없이 무작위 하게 올려진 경우가 많아 이들의 인권 침해에도 이바지 하고 있다. 심지어 의대 출신들 중 2번째로 인기가 많은 직종이 성형외과 의사라고 한다. 아니다 다를까, 강남에서는 매일 하루에 두 세개의 성형외과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어른들이 누누히 말하던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라는 말을 증명할 절호의 찬스다. 옛날부터 젊은이들의 시사의 무관심은 꾸준히 그 행보를 이어 왔다. '신세대' 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은 가상결혼에 열풍을 하고, 야한 패러디에 찬사를 보내며 아이돌의 연예사에 무한한 관심을 보여왔다. 개그 프로그램에선 늘 남녀가 나와 뚱뚱하거나 못생긴 여자를 놀리는게 인기 코너로 자리 잡혀 있으며 "얼짱"이라고 나온 친구들은 죄다 한결같이 생겼다. 이들의 대부분은 쇼핑몰을 차리는 것을 좋아하며 괴상한 행동으로 외계인이니 뭐니 하는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온갖 쌩쇼를 다하고는 꿈에 그리던 "준연예인"이 되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좋다고 "감동"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갖다 붙이며 훈훈한 마무리를 억지로 지어버린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뭐하고 있는걸까 이런 명배우들이 한국에 널리고 널렸는데! 브라운관에 나오며 국민의 사랑을 녹으로 받으며 살겠다는 이들이 죄다 성형을 했으니 이걸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큰 괴리감을 느꼈을까.
그러다 보니 모든 대한민국 남자들의 여자 보는 잣대는 몸매와 얼굴이 되어 버렸다. 성격, 돈, 가치관 등은 추후에 결정할 사항으로 전락. 심지어 못생긴 친구들도 필자에게 예쁜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에라이. 이러니 성형이 판을 칠 수 밖에. 이렇게 美의 잣대를 미디어가 제맘대로 만들어 놓고서는 뉴스에선 요즘 사람들은 외모지상주의에 빠졌다며 새삼스레 오버를 한다.
성형전문 상담사 라는 직업도 인기가 한창이다. 모 그룹 유명 아이돌 전문 전담 병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는 스타 같은 얼굴로 "깎아"주겠다며 감언이설로 꼬득인다. 쌍커풀 수술만 할 생각이었던 환자에게 온갖 추가할인과 프로모션을 덧붙여 좀 더 싸게 "깎아" 줄 테니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당당히 맞서라고 속삭인다. 결국, 환자는 굳이 손을 대지도 않아야 할 곳을 고치고 만다.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환자 몫이다. 하지만 새 삶을 얻는다는 희망 아래 이러한 걱정은 긁어 부스럼이다. 심지어 이런 성형 상담사를 양성하는 학원도 그 규모가 공무원 학원 못지 않다고 하니, 참으로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다. 가장 중요한 인생의 10대와 20대에 뼈를 깎는 노력을 해보기는 커녕 돈까지 내가면서 뼈를 깎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이여. 진정한 아름다움은 일체의 인위가 결여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대들은 반박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회의 시선들이 못생긴 이들을 성형 관문에 이르게 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 조그마한 땅덩어리에 수많은 인구가 사는 눈치사회 한국에서 당신은 어쩌면 피해자일지도 모르겠다. 이 점에선 필자도 반박할 수 없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좋아하니까. 아니, 심지어 몇몇 회사들도 그러하니까. 하지만 그대들은(대부분은 아니지만) 달라진 그대 모습에 우쭐해하며 사상과 가치관까지 성형을 한 자기 모습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성형으로 인해 마치 육두품으로 신분 상승이 된 것 마냥 말투며 행동이며 몰상식하게 삐뚤어지는 것. 그대가 못생겼다고 해서 그 누구도 당신을 멸시하거나 인간 이하의 취급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변해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 혹은 있다고 치자. 과연 대한민국이 3분의 1이나 성형을 할 만큼 외모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평가할까? 성형을 했다고 해서 그대는 신분 상승을 하지도 않았고, 그 누구도 성형하기 전의 당신을 외모 하나만으로 무시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당신 스스로가 어떤 이유에서 이건 잣대를 만들고 스스로를 학대 했을지는 몰라도. 그러니 성형을 했겠지만..
그대들은 성형을 하기 전, 미리 성형 후의 칼로 난도질 당한 자신의 새로운 피조물을 의사가 보여주는 순간, 희열을 느끼는가?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내가 성형을 하든 말든 너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 라는 논리는 그 어떠한 설득력도 갖지 못한다. 그대들이 만들어 놓은 성형문화가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조성하는데 이바지하는지 알고는 있는가?
이러한 성형열풍을 예견하시고 故 신동엽 선생님은 "껍데기는 가라"고 하신 걸까.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그대의 껍데기는, 시간을 거스르며 오히려 더 아름다워지는 내면의 심성보다 절대 아름다울 수 없다. 아름다운 천에 오색 물들인 물감을 칠하여 예쁜 꽃을 만든다 한들, 향기가 나지 않는 꽃이요, 그 자체로 이미 꽃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성형, 꼭 필요한 사람만 하자.
당신은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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