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희씨
[오늘 5시 10분, FSM카페 앞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똑같은 미션을 받은 사람을 찾으세요. 만났을때 플레이 중인 음악을 확인해서 더 옛날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이 밥을 얻어먹는 걸로!]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리던 디너버디 알림 문자가 도착한 수요일 오전 9시 3분. 닥치는 대로 물어 한시라도 더 빨리 내 버디를 알고 싶었지만 단호히 “공유ㄴㄴ”를 선포하신 회장님의 명을 받잡아 기대감으로 히죽거리며 다시 잠이 들었더랬다.
첫 수업으로 향하는 길에 다시 한 번 들여다 본 디너버디 문자. 갑자기 드는 이 싸한 느낌은 대체 뭘까! FSM카페가 어디인고 하니, 바로 송곳 기린 선배의 주요 서식지가 아니던가. 아니다. 시간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왜 자꾸 저번주 오후 5시 경에 다른 디너버디와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가던 그 선배의 모습이 아른거리는걸까. 디너버디 프로그램의 모토인 “친해지길 바라”를 곱씹으며 설마하니 이미 나름 친하다고 생각되는 그 선배일까 하는 불안감을 품은 채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ㅋㅋㅋ너 디너 버디 몇시냐ㅋㅋ]
“공유ㄴㄴ” 정신을 무시한 채 오후 1시 26분에 당도한 카톡 한 줄. 역시는 역시 역시구나. 항상 이런 촉은 맞는구나. 고개를 저으며 서로의 미션을 공유해 보니 이것은 영락없는 디너버디 탄생이요! 내 촉에 놀라던 무렵 디너버디 김가원 선배 역시 2주째 들어맞고 있는 자신의 촉에 뿌듯해 하고 있었다.
[너 뭐 들을꺼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올]
[배틀 신청이다]
[탐색인가옄ㅋㅋㅋㅋㅋ]
같은 시간과 장소를 통해 서로가 디너버디임을 확신하게 된 우리는 곧 탐색전을 시작했다. “노래”는 너무나도 광대한 한계치를 자랑하는 주제였기에 정당한 승부를 위해 나름의 규칙까지 만들어 가면서 저녁을 얻어먹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규칙이래 봤자 가사가 있는 노래를 골라야 한다는 정도였지만. 뉴질랜드의 “Haka”를 들고 오겠다는 가원 선배의 의기양양함에 무시할 수 없는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양심적으로 들을 수 있는 노래로 가죠]
[ㅋㅋㅋㅋㅋㅋ걍 서로의 센스에 맡기기로]
서로의 센스와 양심을 걸고 임하기로 한 승부에 곧 파란이 이는데, 이는 바로 클라스 있는 저녁 메뉴 선정에 불타오른 승부욕이 불러 온 무리수에 의한 선곡 때문이겠다. 결정 장애를 앓고 있는 나와 가원 선배는 한참 동안 서로의 장애의 심각성을 겨루다 결국 올유캔잇 고기를 먹으러 가기로 결정을 하였고, [노래를 찾고 싶은 의지가 불타오른다]며 몇 시간 후에 있을 만남을 고대했다.
[난 양심상 우리가 알만한 노래 골랐음ㅋㅋㅋㅋㅋㅋㅋ]
올유캔잇으로 폭풍 고기 흡입을 하기로 결정한 후 승리를 위한 의지를 불태우다 선배에 의해 다시 한번 등장한 단어 “양심”. 나는 양심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정선 아리랑’을 선곡 하였는데, ‘정선 아리랑’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민요로써, 6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곡이다. 디너버디께서 선정하신 곡은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아무리 양심상 선곡을 하였다 해도 무슨 생각으로 1900년도에 발표된 곡을 고른 건지는 아직도 납득 불가.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패한 가원 선배가 혼미한 정신으로 저녁을 사기로 하였으나 내 배가 불렀기에 결국 장소는 올유캔잇 고기집이 아닌 오클랜드에 위치한 ‘평창 순두부’가 되었다.
“와 정선 아리랑ㅋㅋㅋㅋㅋ 왘ㅋㅋ 어떻게 정선 아리랑을ㅋㅋㅋㅋㅋ 정선ㅋㅋㅋ아리랑ㅋㅋㅋㅋ”
저녁을 먹으러 가는 내내 정신을 붙잡지 못하던 가원 선배는 ‘평창 순두부’에서의 순두부 맛에 감탄하며 재미진 저녁 시간을 보낸 후 주고받은 카카오톡에서까지 “양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했다.
[나는 뉴질랜드의 Haka를 가져오려 했지만 양.심.을 지키고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가져왔다는 점]
[우리는 오늘 양.심.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으며 민요란 노래에 포함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어]
라는 등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양.심.” 드립에 결국 2차 대전을 선포하게 되었고, 다음 주에 양심적인 두 번째 승부를 내기로 한다.
(그리고 그 두 번째 대전에는 승패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OFFICIAL PRESS > [Foodback] 버콥 디너버디 뒷이야기 - 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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