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노랑셔츠
재근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어젯밤 설친 잠으로 인한 피곤함은 올라간 그의 입 꼬리를 다시 내릴 만큼 무겁지 못했다.
창문에 모습을 비춰보니 평소보다 손질이 잘 된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몇 번의 샤워와 왁싱의 반복으로 만들어낸 머리던가.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일어 머리끝을 일일이 다시금 세워본다.
"촌스럽진 않으려나."
유일한 불만거리였다. 미션이랍시고 문자로 통보 받은 것이 노란색 드레스코드. 흰색 검은색의 클래식한 배합을 추구하는 그의 옷장에 옐로우가 많을 리 없었다. 룸메이트에게 빌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십중팔구 데이트냐 물어올 것 같은 느낌에 일찍이 포기했었다. 결국 입고 나온 것이 마음에 차지 않는 톤 다운된 노랑 스트라이프 셔츠였다. 괜스레 어색한 느낌에 깃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한창 자연스러운 미소를 연습하고 있는 중에 어깨에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다. 그 찰나의 순간 번지려는 함박웃음을 애써 참으며 재근은 오늘 그의 디너버디, 아니 디너레이디를 맞으려 몸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재근의 불그레하던 볼이 차갑게 식어내린 순간이었다. 여자의 것이라 하기엔 과하게 굵직한 목소리. 이미 익숙해진 억양. 그리고 자신과 같은 실망이 담뿍 담긴 까만 눈동자. 박성규였다.
뭐라 인사말을 건네오는 성규에게 재근은 성의 있는 답변을 해줄 수 없었다. 몰아치는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그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얼굴을 마주침과 동시에 밀려온 성규에 대한 원망부터 털어내려 애썼다. 그의 눈에서 읽힌 감정은 지금 자신의 것과 같은 성질이었다. 아마 그도 자신이 미울 터였다.
'그래. 원망의 대상은 이다예다.'
MT때부터 그리 외롭다 언질을 줬건만 벌써 삼년째로 접어든 인연을 반하고 자신에게 이런 대우를 한 이다예의 처신이 용납되지 않았다. 자신에게 디너버디 프로그램에 신청하라 따로 말까지 해두고선. 염치 없단 말이 부족하지 않았다.
성규가 조심스레 스티브의 비비큐 가게가 어떠냐 물었다. 저녁 메뉴 따위는 이미 안중에 없는 재근은 굳이 이견을 표하지 않았다. 스시냐 파스냐를 두고 한 시간 넘게 갈팡질팡했던 재근의 고민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어제도, 그제도 먹은 한식이었으나 재근은 망설임 없이 육개장을 주문했다. 썩 좋지 않은 기분에 입맛이 동하지 않는지라 뜨거운 국물이라도 몇 술 뜰 요량이었다. 역시나 비슷한 생각인지 성규 역시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이미 말을 많이 나눠본 성규였지만 오히려 더 어색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마 서로에 대한 명백한 실망을 모른 체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리라 재근은 생각했다.
‘간만에 파스타나 먹어볼까 했더니……’
다시금 배신자 이다예를 떠올리며 재근은 애꿎은 김치 조각만 연신 찢어댔다.
**현재 학교를 떠나 한국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버콥의 두 멤버에게 응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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