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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PRESS/[Foodback] 버콥 디너버디 뒷이야기 - 完 -

FoodBack #5. 두 남자 이야기


#5.

두 남자 이야기

by 잠 만보


버콥에 가입한 후 처음 있는 디너버디 이벤트. 다음 날 함께 저녁을 먹게 될 상대가 누구일지 추리하며 한껏 들뜬 석진의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라 할 만했다.

 

"아 왠지 삘이 안 좋아", "다예가 무슨 짓을 했을 지 몰라" 라며 안절부절 못 하기도 하고, 갑자기 버콥의 남녀 성비를 따지고는 비율이 같기에 남자끼리 밥을 먹게 되는 일은 설마 없을 거라며 애써 희망을 가져 보기도 하는 모습은 디너버디가 한 사람을 얼마나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지 그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석진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한껏 치장을 했다. 빨간셔츠를 골라 입고 정성스레 머리도 세웠다. 남자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친구의 강한 향을 뺏어 뿌린 향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시안 게토까지 걸어가면서 석진은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 게토에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한 그는 애써 설레는 마음을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 척 디너버디 상대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어떻게 해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런 그의 헤벌레한 들뜬 모습을 목격한 이가 여럿이라고 한다.

 

그렇게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던 석진에게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어 형! 안녕하세요!”

 

아무렇지 않은 척 우연히 만나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건내는 재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재민의 인사를 건네 받은 석진의 눈빛도 흔들렸다.

 

설마.. 아닐거야..’

 

말하지 않아도 두 남자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인사를 하고 이대로 각자 서로 갈 길을 갈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현실은 차가웠다.

 

그렇게 두 남자는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기며 메뉴 선정도 귀찮다는 듯 아시안 게토 안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 묵묵히 밥을 먹었다.

 

충격적인 디너버디 이후 곧바로 이어진 버콥 미팅장소에서 일찍 온 멤버들은 다른 사람들의 디너버디 상대들을 추리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윽고 들어온 석진. 한껏 멋을 낸 머리에 딱 보아도 데이트에 어울릴 법한 와이셔츠 차림과 상반되게 그의 표정은 말 그대로 썩어 있었다. 신난 멤버들이 누구였냐며 던진 질문의 답은 그가 입을 열 새도 없이 연이어 들어온 더욱 더 썩은 표정의 재민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미팅이 시작된 후 세상을 다 잃은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며 앉아 있던 두 남자. 말 한마디 하지 않던 그들이 갑자기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번쩍들었다.



"디너버디에 건의 좀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