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6 건빵과 별사탕 [cover] 언제부터인가 내 옆자리에 네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부스스한 머리로 잠에서 깼을 때,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내기를 하고 올챙이처럼 볼록 나온 배를 두드리며 한숨지은 후 격한 운동으로 죄책감을 달랠 때, 끊임없이 몰아치는 과제와 시험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댈 때 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종일 잠만 잘 때. 그 모든 순간에 언제나 나는 너와 함께였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우리 두 명은 서로의 4년간의 대학 생활을 가득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순진했던 걸까 멍청했던 걸까. 언제나 너로 가득 차 있던 내 옆자리가 공허해진 요즘, 그 텅 빈 자리를 바라보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숨을 쉬고 있는 나 자신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롱디’ 그리고 ‘고무신’이라는 단어들을 별것 아니라.. 2017. 11. 2. 관계의 선과 진심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많은 결정을 내린다. 그 선택이 어떤 결론을 가져오든, 본인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며, 그 모든 선택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선택 중엔 남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의 경계에 대한 선택 역시 존재한다. 어디까지 나 자신을 드러내고 보일 것이며, 어디까지 적당히 나를 숨기고 보호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너무 많은 믿음을 주었다가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다 어느 순간 상대가 보여준 진실한 모습에 벽을 허물고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듯이, 사람 사이의 관계란 것이 참 견고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는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사람 사이.. 2017. 4. 12. [500일의 썸머] 운명을 믿으시나요? "이 영화는 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1] 바로 영화 속 내레이션의 일부다. 인트로의 가장 마지막 대사이기도 하며, 영화의 전체적인 테마를 담고 있기도 한, 이 칼럼의 지표가 되어 줄 두 문장이다. 그리고 이건, '로맨틱 코미디'라는 허울 좋은 장르 이름에 속아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커플의 500일간의 연애기를 다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던지는 경고라고 해석하면 되겠다.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만남과 반복되는 우연, 착각, 기대와 실망, 그리고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담은 이야기다. 과연 '운명'은 존재할까? 라는 질문 역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의 입을 통해 들리고, 내레이터를 통해 들리고, 영화를 보.. 2016. 10. 20. <무지개 곶의 찻집>-인간관계 속의 '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서로의 단점만을 부각시키며 서로를 갉아먹다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잃게 만드는 관계도 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며 서로의 발판이 되어주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서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하는 관계도 있다. 모든 사람을 웃고 울게 만드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과연 좋은 관계인지 나쁜 관계인지 판단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점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감히 그것이 '내가 얼마나 나다워지는가'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1]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름 방학을 지나 새 학기를 맞은 많은 사람들이 새 인연을 만들고, 본래 가지고 있던 관계들의 변화를 겪으며 정신없는.. 2016. 9. 29. <동물농장>의 삼순이를 아시나요? - 야생 동물 보호법과 그 이면 오랜만에 한가로움을 맞이한 주말 저녁,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심코 페이스북을 둘러보던 중 눈에 들어온 영상 하나가 있었다. 원숭이 한 마리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사람의 팔에 매달려 있는 장면과 “ 삼순이를 주인의 품으로 돌려주세요”라는 캡션이 눈에 들어온 나는 호기심이 생겨 영상을 끝까지 보고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11년 동안이나 주인과 보낸 시간을 뒤로하고 동물원에 보내지는 원숭이의 슬픈 표정도, 주인이 밤새 보인 눈물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댓글을 통해 표출되는 사람들의 성화와 짧은 영상에 전체적으로 다 담기지 않은 실질적인 사건의 내용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셜 미디어 상의 수선이 아닌, 조금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법한 주제라는 결론으로 나를 이끌어갔다. 나는 원숭이 삼순이가 단.. 2015. 11. 13. "이 안에 너 있다"?? 남자들에게 권하는 여자를 대하는 자세 남자친구가 있는 친한 친구여자와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 앞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여자가 내려서 집에 가려한다. 뭔가 너무 아쉽다. 이대로 보내긴 너무 아쉽다.. 멋지게 차에서 내린다. 남자답게 문을 닫고, 여자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머리속엔 이미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같은 풍의 BGM 이 깔리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영희야!" 영희는 돌아본다. "응, 왜" 아.. 저 초롱초롱한 눈. 분명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것이다. 내가 멋지게 고백하는 지금 이순간. 그녀는 분명 감격에 젖어서 펑펑 울고 말것이다. 확신에 가득찬 난 그녀의 팔목을 덥썩 잡는다. "이 말을 안하면 후회할것같애. 이런 내가 얼마나 나쁜놈인지 알아. 하지만 나 자나깨나 너 생각밖에 나질 않아.. 일.. 2011. 10.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