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6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나는 어른일까? [cover] 만화란 참 신기하다. 성장기의 어린아이들이 주 시청자임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어른이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만화는 어렸을 때의 내가 보고 이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뜻이 되어 다가온다. 전에는 공감할 수 없었던 캐릭터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렸을 때는 표면상의 뜻만 이해하고 넘겼던 대사에서 커다란 울림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많은 어른이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인 듯, ‘키덜트 (Kidult)’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로 어렸을 적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등을 즐겨 찾는 20~30대가 많다. 아이를 뜻하는 단어, 키드 (Kid)와 어른을 뜻하는 단어, 어덜트 (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겉은 자랐어도 마음만은 아이였던 때와의 고리를 .. 2017. 9. 28. 위기의 후보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탄핵정국이라는 터널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만 같은데, 벌써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12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필자와 같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이미 재외선거 기간이 시작된 만큼 어느 후보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지 더욱 생각이 복잡해지는 시기이다. 어느 대선이 덜 중요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정치적 스캔들을 겪고 난 직후라 모든 국민이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만큼 뜨거운 국민적 관심이 대선 후보들의 행보에 몰려있다. 각 후보가 내건 10대 공약 혹은 포스터뿐만 아니라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주요 대선후보 토론회까지 매일 새롭게 뒤바뀌는 실시간 검색어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각 후보들을 예.. 2017. 4. 27. 평범한 사람, 특별한 위로 “소크라테스가 말했죠, “너 자신을 알라” .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당신,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내 인생의 구경꾼들로 인해 내 인생이 흔들릴 필요없어.” [1] 누구나 한 번쯤 이러한 위로 글귀를 읽어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도 단순하고 당연한 한마디가 많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처지에서 이러한 위로를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기감정에 솔직해지기조차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저런 글귀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존재가 된다. 어쩌면 연인에게, 친구에게, 또는 가족에게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말들을 담고 담아 망가진 그 마음을 치유해주는 유일한 치료법이 되기도 한다. 최.. 2017. 4. 6. <블랙 미러> - 과학의 발전과 인간다운 삶의 경계 매일 밤 우리를 괴롭히며 이불을 발로 차게 만드는 기억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잊히고 결국 머릿속 저 안쪽으로 밀려 기억을 하려 해도 잘 떠오르지 않게 된다. 아무리 진하게 박혔던 첫인상도 꾸준한 만남과 재조명의 기회가 있다면 바뀌게 될 수 있으며, 타인이 뒤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 지는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하든 타인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과 깨달음은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평이함을 잊지 않게 해주고, 서로 쉬이 공존할 수 있게 해준다. 과연 우리가 절대 기억을 잊지 않고 원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을 돌려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거울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점수를 봐야 한다면? [1] 라는 한 영국 드라마는 이런 신선한 질문에 대한 상상력 넘.. 2017. 3. 14. 민주주의, 그 길 위에서 [1] 지난 한 달은 필자에게 악몽 같은 나날들이었다. 그리고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년을 지내온 모국에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정치적 스캔들이 터져 온 나라가 열병을 앓고 있고, 꿈을 가지고 넘어와 공부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나라가 두 동강이 난 채 대립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많은 이들은 배신감, 허탈함, 안타까움, 분노 등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에 휩싸인 채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단이 터질 때까지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는 대통령 뒤의 한 개인이, 그것도 자격도 권리도 없는 일개 한 사람이 3년 넘게 나라를 쥐락펴락하고 있을 동안 눈치 하.. 2016. 11. 16. 어느 4학년의 독백 버클리에서의 첫 학기 첫날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처음 캠퍼스를 거닐던 그 날,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고, 선선히 불어오던 가을바람이 상쾌하던 날이었다. 대학교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부푼 설렘을 가지고 수업을 들었고, 교수의 한 마디도 놓치기 싫어 쉴 새 없이 빳빳한 새 공책에 필기했다. 수업이 끝나고서는 많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함께 기숙사 라운지에서 어떤 수업들을 들어야 하는지, 어떤 교수가 점수를 더 잘 주는지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밤이 되면 친구들과 여기저기서 열리는 이벤트에 가서 선배들을 만나고 자기소개를 하고, 그렇게 지쳐 돌아와 시끌벅적한 하루를 마치곤 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쏟아지는 인간관계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2016. 11.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