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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PRESS/유형별로 알아보는 버클리 인간구성 - 完 -

(4) 연휴를 맞이하여

버클리 人들이여, 추수감사절이 드디어 오셨다. (10월 초부터 땡스기빙만 바라보며 살아 온 필자다.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미국에서 가장 길고도 가장 중요한 추수감사절을 앞둔 시점에서 이 황금 같은 연휴를 맞이하는 유학생 인간 유형을 겸허하고 숙연한 자세로 나눠보고자 한다.


1. 시간은 상대적이지


블랙홀과 비견되는 귀차니즘의 중력장에 갇힌 사람들. 일반인들과 다르게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남들 공부하고 여행가고 쇼핑하고 돌아올 때 쯤에야 연휴를 맞았음을 알아차린다. 불운하게도 '어어.. 연휴였나?' 깨닫는 순간 학교갈 준비를 해야한다. (5차원 존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설이 있다.)


2. 여행을 떠나요


추수감사절이든 뭐든 빨간 날은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는 타입. 최소 이 주일 이전에 연휴 여행을 세세히 계획해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소수의 경우 탐험가 정신의 극의를 배워 오게 된다.) 유씨 버클리에 1년 이상 재학할 경우 높은 확률로 발병하는 버클리 포비아로 인해 학년이 올라갈 수록 '여행을 떠나요' 유형이 급격히 늘어난다.


3. 칠면조는 됐고 내가 살 게 좀 있어


추수감사절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 있는 기념일이자 공휴일이지만 매년 추수감사절 연휴의 금요일마다 행해지는 "Black Friday" 세일 행사는 그 파격적인 가격인하 폭으로 많은 유학생들을 설레게 한다. 요즘은 이 날 한국에서도 해외구매를 한다더라. 평소 욕심 났지만 가벼운 주머니로 인해 가지지 못한 많은 것들. 통장 잔고 생각 없이 무아지경으로 탐하는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많은 이들이 12월 한 달 동안 굶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삭막한 기말고사 기간의 몇 안 되는 재미다.)


4. 아이고, 의미 없다


본래 자신의 성격이 어떻든, 양심 없는 교수님을 만나면 얄짤 없이 4번 유형의 운명을 걷게 된다. 연휴 내내 숙제 및 프로젝트에 시달려야 하는 인간 유형이 바로 그것. 특히 버클리의 컴퓨터 공학 전공생들이 자주 고통 받는데, 교수님들의 악취미로 인해 연휴 직후의 월요일에 대형 프로젝트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휴를 즐기다 왔다면 괜히 그들을 자극하지 말자. 


재미로 여러 인간 유형을 나눠 보았지만, 사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은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 아니던가. 집이 학교 근처에 있는 럭키 가이들은 가족과의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가족과 떨어진 유학생들은 풀 죽지 말고 집에 전화라도 한 통씩 해보면 어떨까. 모두들 각자에게 유익한 연휴를 보내길, 해피 땡스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