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20대는 힘들다. 어느 세대든 그 세대만의 이야기와 자랑거리가 있겠지만 우리의 10대 정서 형성은 굵직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이루어졌다. 97년에는 IMF가 터져서 엄마랑 반짓고리 금반지도 같이 내다팔고 쌀도 모았고, 2000년에는 새천년을 맞아 왠지 엄마 아빠의 말씀 더 잘들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축구팀을 비롯하여 박세리, 박찬호, 김동성 같은 형 누나들 이름에 열광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마음 한켠이 뿌듯해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386 세대에 걸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 연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 교련 수업을 받았고,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에 눈물 흘리기도 했으며, 국가 전반에 퍼져있던 절대적 빈곤과 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고도 경제 성장 정책들 안에서 커오신 세대이다. 또한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이루어낸 세대이기도 하다.
20대가 힘들다는 이야기에 앞서 장황하게 우리 세대와 부모님 세대를 비교하는 까닭은, 2011년 현재 우리 20대와 우리 부모님 세대는 너무나 다른 배경에서 성장해 왔고, 너무도 다른 프레임 안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부모님 세대의 유년과 청춘을 장식하는 많은 어귀 중 "잘 살아 보세"와 "민주주의여 만세"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쌀밥 도시락 챙겨오는 친구보다 못 챙겨오는 친구가 더 많던 그 시절 다 같이 잘 살아 보자는 말은, 지금 우리가 7분 김치찌개로 유명한 새마을식당 간판을 볼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같이 수업듣던 친구가 데모하다가 끌려가 고문당하고 때론 "탁 치니 억 하고" 죽기도 하던 시절, 민주화라는 단어는 디씨인사이드 철없는 유저들이 "아따 홍어랑 민주화됐당께"라 지껄일 때와는 무게가 달랐을 것이다.
그렇다. 가난과 독재정권이라는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적이 보였던 옛날과 달리 우리는 풍요롭고 민주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열정과 낭만이 가득해야 할 대학생활은 취직고민으로 가득하고, "여자친구와 손잡고 파스타집가서 DSLR로 음식사진 찍고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는" 소소한(?) 취미 외에 우리를 뜨겁게 하는 그 무엇인가는 사라져버렸다.
대학졸업생 평균 빚이 1천만원, 대학들의 적립금은 총 10조원을 돌파
근 몇 년 사이 대학들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허울좋은 구호를 부르짖으며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른바 국제화 지수를 올리겠다는 것인데, 무리하게 영어와 하등 관련도 없는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이름난 교수를 한 학기에 몇 번씩 초빙하는 등 전시행정에 돈을 퍼부었을 뿐 딱히 국제화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족: 국내 대학에 외국인 학생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자국 내 교육 서비스의 질이 낮기 때문이며, 이는 대부분 후진국과 개발 도상국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구제역 바이러스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묻어 들어왔다느니 외국인 노동자는 흉악범죄의 근원이라느니 하는 제노포비아가 만연한 국가적 분위기에서 그런 외국인 학생들이 선뜻 한국행을 택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몇 안되는 거점 국립대학들을 제외하면 거대 사립대학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또한 4년제 대학에 가야만 제대로 대접받는다는 사회적 통념이 뿌리깊은 현실에서, 20대는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에 비싼 돈을 갖다 바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통제 없이 고등교육이 계속 시장에 던져진다면 사립대학들은 학생들이 "대학에 가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길을 찾겠다"고 결심할 수준까지 계속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수준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정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은, 대학 졸업생 10명중 7명이 평균 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현실에서 조삼모사식 대안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 재학중에 빚을 지느냐, 졸업 후에 빚을 지느냐의 문제에 불가할 뿐이다. 정부는 전국 대학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교육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및 재단들이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돈벌이만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학생과 교수진에 투자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감세와 보조금 지원을 베풀고, 건축기금이나 적립금 증액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영리목적의 기업과 똑같거나 그 이상의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보수진영에서 법인세율 인하론이 줄기차게 터져나오는 요즘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이야기긴 하지만, 이 방법외에 돈맛들린 학교들을 정신차리게 할 방법이 있을까?
75만원 월급에 점심값으로 300원 받는 어머니들 편을 들지 못하는 우리들
얼마 전 홍대 청소노동자 어머니들의 부당 해고 사태가 이슈화 되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도 보도된 바 있지만, 교묘히 노동법규를 피해 값싸게 청소노동자를 부리려는 용역업체와, 무조건 저가입찰을 하려는 홍익대 재단 사이에서 피해자가 된 어머니들의 이야기였다. 월급으로 75만원, 점심값으로 한 끼당 300원을(!) 받고, 게다가 제대로 된 대학 내 노동자로써 대우받지 못한 청소노동자 문제는, 물론 이전 경희대 패륜녀 우유사건도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크게 불거저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이슈화된것은 적극적으로 청소노동자 편에 서지 않은 홍익대 총학생회와 홍익대 학생 커뮤니티에 대한 질타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때를 기회로 "개념없는 20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언론은 홍대 총학생회와 재학생들을 비난하는 내용을 실어나르느라 바빴다. (현재 어머니들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총학생회의 이름으로 걸렸으며,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질겁한 총학 측은 가급적 언론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홍대 총학생회가 이런 인간적으로 당연한 문제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은 어떠한 까닭이었는지 아무도 따지지 않았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홍대 학생 커뮤니티측에서 청소노동자 어머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까닭은 첫째, "외부 세력"의 개입이 꺼려진다는 점과 둘째, 반기업적인 학교로 낙인찍혀 취직에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라고 볼 수 있다. "외부 세력"이란 이른바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들과 강성 노조들, 그리고 관련 정치인들을 뜻할 것이다. 최근 10년간 비운동권 총학이 대학가를 대부분 차지한 점과도 연관이 있다. 이는 비교적 근래 불거졌던 민주노총 간부 성추행 사건, 대한항공 등 귀족 노조의 도덕적 해이, 아직도 운동권을 떠도는 주사파의 망령,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노동운동세력 등에도 책임과 원인을 물어야 하지 않나 싶다. 둘째로 "반기업적"이라는 낙인이 얼마나 큰 문제가 되는지는 두산그룹의 중앙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다가 재판에까지 서게된 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벌백계라는 말이 정말 들어맞게도, 당장 취직이 급한데 누가 재판을 무릅쓰고 뛰어들 자신이 있을까? 홍대 학생처가 대자보 붙인 학생을 학생처로 불러 문초하고 부모에게 연락하여 징계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은 왜 무시하는지?
같은 20대로써,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역시 선뜻 나서지 못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최근에나마 청소노동자 지지를 선언한 홍대 총학생회를 응원하고 변호한다. 각종 공인영어시험과 자격증과 입사시험을 준비해야 하고 외모까지 스펙에 들어가는 이 세상에서 평가받는건 우리고 죽어라 노력하는것도 우린데, 이렇게 우리만 나쁜 사람으로 모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헷갈리지는 말자. 확실한 것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머니들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후원계좌 012-559-02078818 우체국, 이숙희)
잉여인간, 슬픈 우리의 자화상
일부는 우리 세대를 일컫는 단어로 "88만원 세대"를 꼽는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현재 소득이 없는 무산자라 그런지 공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보다 더 20대 전체를 아우르는 말은 "잉여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계획 생산된 우리들인데, 취직되지 않은(사용되지 않은) 자원은 경제학적으로 잉여 자원에 해당하니까.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 세대가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는데는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종속되어 사회 변화는 커녕 작은 흠집조차 내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더 큰 원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세대가 스스로를 그리는 자화상은 이렇게 비참하다. 지금도 포털 이미지 검색에 "잉여인간"을 입력하면 얼마나 많은 멀쩡한 사람들이 잉여인간이라는 제목 하에 자기 사진을 올려놨는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전국의 셀 수 없이 많은 잉여인간들은 보다 나른 미래를 꿈꾸며 자기 계발에 몰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동시대인들이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 여긴다는 점이며, 그 점에서 연대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를 외치며 학교 밖으로 뛰쳐나간 현수와는 달리, 우리가 속한 사회에는 뛰쳐나갈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다른 부모님에게서 태어났지만 같은 시대 같은 사회의 자녀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참으로 잉여롭게도 (한가롭게 나이브하다는 뜻) 작은 인식전환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등록금 인상으로 제 배를 채우면서 사탕발림으로 장학금을 제시할 때, 장학금을 타내기 위해 애쓸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장학금 타지 못하고 비싼 등록금을 내야하는 학생에게 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로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재테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정당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가 우선이며, "재테크는 근로소득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말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대가 힘들다는 이야기에 앞서 장황하게 우리 세대와 부모님 세대를 비교하는 까닭은, 2011년 현재 우리 20대와 우리 부모님 세대는 너무나 다른 배경에서 성장해 왔고, 너무도 다른 프레임 안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부모님 세대의 유년과 청춘을 장식하는 많은 어귀 중 "잘 살아 보세"와 "민주주의여 만세"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쌀밥 도시락 챙겨오는 친구보다 못 챙겨오는 친구가 더 많던 그 시절 다 같이 잘 살아 보자는 말은, 지금 우리가 7분 김치찌개로 유명한 새마을식당 간판을 볼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같이 수업듣던 친구가 데모하다가 끌려가 고문당하고 때론 "탁 치니 억 하고" 죽기도 하던 시절, 민주화라는 단어는 디씨인사이드 철없는 유저들이 "아따 홍어랑 민주화됐당께"라 지껄일 때와는 무게가 달랐을 것이다.
그렇다. 가난과 독재정권이라는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적이 보였던 옛날과 달리 우리는 풍요롭고 민주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열정과 낭만이 가득해야 할 대학생활은 취직고민으로 가득하고, "여자친구와 손잡고 파스타집가서 DSLR로 음식사진 찍고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는" 소소한(?) 취미 외에 우리를 뜨겁게 하는 그 무엇인가는 사라져버렸다.
KBS 심의위원회에 의해 가사내용이 문제가 되어 방송금지처분이 이루어진 "브로콜리 너마저" 의 "졸업". 가사마냥 우리는 쫓기든 어학연수를 가고 운좋게 짝을 만난 녀석들은 짝짓기에 몰두하고 그런다. 이 가사에서 문제가 된 것은 "짝짓기"라는 단어이지만 정말 문제가 된 것은 "미친 세상"이라는 현실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양산형 걸그룹과 댄스 음악으로 대중문화의 질이 떨어진다고 다들 걱정하지만, 아이유 3단 고음의 흥행에서 볼 때 대중은 음악성이라 불릴만한 작은 껀덕지에도 목말라 있다. 이런 노래들이 공중파를 더 많이 타야 우리의 문화적 목마름이 좀 가실텐데...
대학졸업생 평균 빚이 1천만원, 대학들의 적립금은 총 10조원을 돌파
근 몇 년 사이 대학들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허울좋은 구호를 부르짖으며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른바 국제화 지수를 올리겠다는 것인데, 무리하게 영어와 하등 관련도 없는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이름난 교수를 한 학기에 몇 번씩 초빙하는 등 전시행정에 돈을 퍼부었을 뿐 딱히 국제화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족: 국내 대학에 외국인 학생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자국 내 교육 서비스의 질이 낮기 때문이며, 이는 대부분 후진국과 개발 도상국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구제역 바이러스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묻어 들어왔다느니 외국인 노동자는 흉악범죄의 근원이라느니 하는 제노포비아가 만연한 국가적 분위기에서 그런 외국인 학생들이 선뜻 한국행을 택할지는 의문이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의 명분을 물가 상승 및 대학 경쟁력 강화에 두고 있다. 그러나 서울신문의 1월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적립금을 대학의 중·장기 계획이나 대규모 투자사업 부분에 한해서만 쓰고 있다. 등록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나 물가상승분 보전비용으로 적립금을 쓰려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학 경쟁력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연구 관련 비용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 엽기. "2009년 사립대 적립금 중 건축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조 2001억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반면 연구기금 적립금은 6381억원으로 9.2%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증가율도 2008년 27.4%에서 2009년 14.7%로 줄었다." (그림출처-서울신문)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몇 안되는 거점 국립대학들을 제외하면 거대 사립대학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또한 4년제 대학에 가야만 제대로 대접받는다는 사회적 통념이 뿌리깊은 현실에서, 20대는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에 비싼 돈을 갖다 바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통제 없이 고등교육이 계속 시장에 던져진다면 사립대학들은 학생들이 "대학에 가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길을 찾겠다"고 결심할 수준까지 계속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수준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정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은, 대학 졸업생 10명중 7명이 평균 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현실에서 조삼모사식 대안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 재학중에 빚을 지느냐, 졸업 후에 빚을 지느냐의 문제에 불가할 뿐이다. 정부는 전국 대학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교육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및 재단들이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돈벌이만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학생과 교수진에 투자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감세와 보조금 지원을 베풀고, 건축기금이나 적립금 증액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영리목적의 기업과 똑같거나 그 이상의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보수진영에서 법인세율 인하론이 줄기차게 터져나오는 요즘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이야기긴 하지만, 이 방법외에 돈맛들린 학교들을 정신차리게 할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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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적립금 10조 쌓아놓고 등록금 동결 요구에 "재정압박" 반발, 조선일보, 2011-01-2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23/2011012301034.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2_01
10兆 쌓아둔 대학들의 ‘재정 떼쓰기’, 서울신문, 2011-01-24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124001009
대학졸업생 평균 빚 1125만원, 올해 ‘취업관련 이슈’ 1위, 경향신문, 2010-12-2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2221146041&code=920507
대학들, 적립금 10조 쌓아놓고 등록금 동결 요구에 "재정압박" 반발, 조선일보, 201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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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兆 쌓아둔 대학들의 ‘재정 떼쓰기’, 서울신문, 201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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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생 평균 빚 1125만원, 올해 ‘취업관련 이슈’ 1위, 경향신문, 2010-12-2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2221146041&code=920507
75만원 월급에 점심값으로 300원 받는 어머니들 편을 들지 못하는 우리들
얼마 전 홍대 청소노동자 어머니들의 부당 해고 사태가 이슈화 되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도 보도된 바 있지만, 교묘히 노동법규를 피해 값싸게 청소노동자를 부리려는 용역업체와, 무조건 저가입찰을 하려는 홍익대 재단 사이에서 피해자가 된 어머니들의 이야기였다. 월급으로 75만원, 점심값으로 한 끼당 300원을(!) 받고, 게다가 제대로 된 대학 내 노동자로써 대우받지 못한 청소노동자 문제는, 물론 이전 경희대 패륜녀 우유사건도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크게 불거저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이슈화된것은 적극적으로 청소노동자 편에 서지 않은 홍익대 총학생회와 홍익대 학생 커뮤니티에 대한 질타였다.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2011년 1월 21일자 조선일보에 낸 광고. 이번 사태에서 청소노동자 어머니들에게 많은 힘이 된 김여진씨는 "그들이 보는 신문에 광고를 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소 도중 나오는 폐지를 모아 점심값을 마련하던 청소노동자들에게 재단측은 장학재단 설립이라는 이유로 폐지수집권을 박탈하고 대신 쌀 구입대금으로 한 달 9000원을 지급했다. (사진출처-위키트리)
아니나 다를까, 이때를 기회로 "개념없는 20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언론은 홍대 총학생회와 재학생들을 비난하는 내용을 실어나르느라 바빴다. (현재 어머니들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총학생회의 이름으로 걸렸으며,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질겁한 총학 측은 가급적 언론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홍대 총학생회가 이런 인간적으로 당연한 문제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은 어떠한 까닭이었는지 아무도 따지지 않았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홍대 학생 커뮤니티측에서 청소노동자 어머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까닭은 첫째, "외부 세력"의 개입이 꺼려진다는 점과 둘째, 반기업적인 학교로 낙인찍혀 취직에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라고 볼 수 있다. "외부 세력"이란 이른바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들과 강성 노조들, 그리고 관련 정치인들을 뜻할 것이다. 최근 10년간 비운동권 총학이 대학가를 대부분 차지한 점과도 연관이 있다. 이는 비교적 근래 불거졌던 민주노총 간부 성추행 사건, 대한항공 등 귀족 노조의 도덕적 해이, 아직도 운동권을 떠도는 주사파의 망령,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노동운동세력 등에도 책임과 원인을 물어야 하지 않나 싶다. 둘째로 "반기업적"이라는 낙인이 얼마나 큰 문제가 되는지는 두산그룹의 중앙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다가 재판에까지 서게된 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벌백계라는 말이 정말 들어맞게도, 당장 취직이 급한데 누가 재판을 무릅쓰고 뛰어들 자신이 있을까? 홍대 학생처가 대자보 붙인 학생을 학생처로 불러 문초하고 부모에게 연락하여 징계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은 왜 무시하는지?
같은 20대로써,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역시 선뜻 나서지 못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최근에나마 청소노동자 지지를 선언한 홍대 총학생회를 응원하고 변호한다. 각종 공인영어시험과 자격증과 입사시험을 준비해야 하고 외모까지 스펙에 들어가는 이 세상에서 평가받는건 우리고 죽어라 노력하는것도 우린데, 이렇게 우리만 나쁜 사람으로 모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헷갈리지는 말자. 확실한 것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머니들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후원계좌 012-559-02078818 우체국, 이숙희)
잉여인간, 슬픈 우리의 자화상
"잉여인간"이라는 단어를 실질적으로 유행시킨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장면.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현수(권상우)에게 아버지(천호진)는 뺨을 후려갈기며 소리친다. "너 대학 못가면 뭔줄알아? 잉여인간이야 잉여인간. 잉여인간 알아? 인간 떨거지 되는거야 이 새끼야!" 근데 현수 아버지는 몰랐다. 대학 가도 잉여인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일부는 우리 세대를 일컫는 단어로 "88만원 세대"를 꼽는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현재 소득이 없는 무산자라 그런지 공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보다 더 20대 전체를 아우르는 말은 "잉여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계획 생산된 우리들인데, 취직되지 않은(사용되지 않은) 자원은 경제학적으로 잉여 자원에 해당하니까.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 세대가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는데는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종속되어 사회 변화는 커녕 작은 흠집조차 내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더 큰 원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세대가 스스로를 그리는 자화상은 이렇게 비참하다. 지금도 포털 이미지 검색에 "잉여인간"을 입력하면 얼마나 많은 멀쩡한 사람들이 잉여인간이라는 제목 하에 자기 사진을 올려놨는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전국의 셀 수 없이 많은 잉여인간들은 보다 나른 미래를 꿈꾸며 자기 계발에 몰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동시대인들이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 여긴다는 점이며, 그 점에서 연대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를 외치며 학교 밖으로 뛰쳐나간 현수와는 달리, 우리가 속한 사회에는 뛰쳐나갈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다른 부모님에게서 태어났지만 같은 시대 같은 사회의 자녀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참으로 잉여롭게도 (한가롭게 나이브하다는 뜻) 작은 인식전환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등록금 인상으로 제 배를 채우면서 사탕발림으로 장학금을 제시할 때, 장학금을 타내기 위해 애쓸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장학금 타지 못하고 비싼 등록금을 내야하는 학생에게 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로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재테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정당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가 우선이며, "재테크는 근로소득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말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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