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일전에 슬픈 이야기를 봤습니다.
로봇영재의 죽음.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조모군(19)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몇몇 사람들에 의한 조모군이 힘들어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최근에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문제라는 말도 있지만, 필자는 좀더 고인이 로봇영재로서 입학사정관제도로서 KAIST에 입학했다는 것과 적응을 못했다는 이야기에 좀 더 써보려고 한다.
2.
KAIST에 입학사정관제로 들어간 최초의 실업계 출신이라면서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그가 왜 절망으로 빠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문에서는 그의 성적부진이 자살의 이유라고 하지만 필자가 궁금한 건 "어떻게 그 지경까지 가게 되었는가?"가 중요 논점이다. 몇몇은 입학사정관제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몇몇은 그가 너무 힘든 스케줄에 끝내 적응을 못했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두번째 의견에 동의한다.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제도에는 지금까지의 입학제도에서는 가지지 못했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교육에서는 지금까지 잘 표출해내지 못한 학생의 장점과 잠재력, 소질 등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그럼 이러한 좋아 보이는 제도로 뽑힌 소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잃었는가.
조모 군이 KAIST에 합격했을 당시 그의 이야기는 입학사정관제도의 성공적인 사례로서 많은 입학 설명회, 언론, 하다못해 로봇학원들이 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비화로는 그의 합격으로 대치동에 2개월만에 로봇학원이 엄청 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학입시에서는 더 이상 내신만이 중요평가 기준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조모군이 입학하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국내에 몇개 안되는 과학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자립형사립고등학교 출신을 제외한 고등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영어로만 하는 수업에 따라가지 못할수도 있기에 KAIST에서는 입학전부터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입학전 준비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보면 기초 미적분학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조모군이 실제로 낙제한 과목은 미적분학이라고 알려지면서 준비 프로그램의 효용성과 '과연 얼마나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많은 말들이 나왔다.
지인중에 한명이 조모군과 같은 학년, 같은 수업을 들은 사람이 있기에 그에 대해서 간단하게 물어보았다.
'(그는) 정말로 열심히 했어요. 근데 그런애들 있잖아요. 너무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나오는. 정말로 슬픕니다. 여자(친구)문제도 그렇고, 학점도 그렇고요.'
그는 내일 장례식 참석을 위해 부산에 내려가야한다고 해서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3.
최근 10년동안 우리나라에서 특히 언론에서 "영재"라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학생들이 많다. 그 중에는 많은 업적을 이룬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정말로 소수이다.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잘 안 보인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 그들이 어리기 때문에 세상에 내놓을만한 결과물을 못 만든 이유도 있을 테지만 정말로 궁금하다.
그리고 오는 3월에는 경기도교육청에서는 고 1,2학년 대상으로 하는 서술형 모의고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래 핵심역량을 함양하는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임용담, 경기도교육청 교수학습지원과)며 발표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교육이 항상 지향해오던 창의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교육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조용히 사라진 그들, 어린 나이에 다 피지도 못하고 저버린 조모군, 이러한 영재들이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4.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written by Simply Complex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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