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10 행복해도 괜찮아, 오늘도 내일도 [cover] 당신은 금요일과 일요일 중 어떤 날이 더 기다려지나요? 금요일은 쉬지 못하는 날이고,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금요일을 선택할 것이다. 금요일이 되면 내일의 토요일을 마주하게 되지만, 일요일이 되면 한 주의 시작을 의미하는 월요일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의 기준점을 오늘보다는 내일에 두고 살아간다.[1] 우리가 그토록 찾는 행복은 항상 미래에 있다. 하지만 금요일에 도착한 뒤 바라본 우리의 미래는 토요일이 아닌 또다시 월요일이다. 고등학교를 다닐 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했고, 대학교를 다닐 땐 취직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취직이 되면 승진을 하기 위해 또 노력해야 하고, 그 후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에 또 노력을 .. 2017. 10. 3. 너로 물들여진 시간 나의 사랑의 법칙은 단순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그 외에는 어떤 변수도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먼저 좋아하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리 나에게 잘해주고 진심을 전달해도 부담만 커질 뿐, 마음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너로 인해 나의 사랑의 법칙에 변수가 생겼다. 평범한 얼굴, 평범한 키, 그리고 평범한 성격. 학기 초 동아리 방에서 너를 처음 본 내게 남은 너의 첫인상이었다. 새로운 신입 멤버들 사이에서 넌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너는 나의 이상형과 전혀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전혀 친해질 것 같지 않았던 우리였지만, 항상 먼저 말을 걸어주던 너의 친화력 덕분에 낯가리던 나도 어느새 너와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되.. 2017. 3. 7. 네가 물들인 시간 오늘 우연히 너의 사진을 보았다. 여느 때와 같이 SNS를 구경하던 중 친한 지인의 게시물에서 오랜만이지만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너였다. 너는 연애 시절부터 그 흔한 SNS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헤어진 후 너의 모습은 아직도 헤어진 그 날에 멈춰 있었다. 내 기억 속 너의 모습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너의 모습을 보니, 우리가 헤어진 후 오랫동안 접어 두었던 연애 기간의 모든 기억이 마치 빨리 감기 한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1] 친구를 따라 우연히 들어가게 된 동아리. 첫 모임 날, 문을 열고 들어간 그 순간, 내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 따위는 영화에서 만들어 낸 허구일 뿐이라고 비웃던 나에게 보란 듯이 너는 반례가 되어주었다. 그 날 이후로 나의 일과는 너로.. 2017. 3. 4. 비뚤어진 욕망, 일그러진 꿈 고교 시절, 부정부패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노라 말하고 다니던 소년이 있었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학창시절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고, 마침내 만 20세라는 어린 나이에 사법고시를 소년 급제하며 검사직에 오른다. 이제 그에게는 오랫동안 소원해왔던 사회정의를 위해 몸 바쳐 일할 일만 남아있는 듯했다. 그런데 30년 후 2016년. 놀랍게도 그는 정의의 정반대 편, 그것도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렇게 싫어하던 부정부패, 정경유착, 전관예우 등 그 모든 고질적인 사회악들 속에서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 도취된 채 끝끝내 본인의 잘못을 부인하며 버티고 있는 바로 그 한 사람, 전 민정수석 우병우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부패 척결을 외치던 그 청년이 이토록 타락하게 된 것일까? 과.. 2017. 2. 21. 나는 길치다 필자는 ‘길치’다. 자랑은 아니지만, 대학에 처음 와서 길마다 넘쳐나는 골목과 건물에 혼란스러워하며 일 년 동안 자주 다니는 건물들과 기숙사 건물이 그려진 자체 제작 지도를 들고 다녔다. 학기 초에 나눠 받은 종이 지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건물이 너무 많아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스트릿마다 이름이 어찌나 다양한지, 길 이름을 순서대로 외우는 데만 2년이 걸렸고, 여전히 길 이름을 들어도 그 길이 가로인지 세로인지 헷갈리기 일쑤다. 학기가 끝나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10년 넘게 산 내 동네가 어찌 그리 새로워 보이는지, 근 일주일간은 동생 손을 붙들고 다니며 길을 다시 배워야 했다. 가끔 가다간 항상 다니던 길도 이상해 보인다. 그럴 땐 스마트폰 지도를 켜서 .. 2016. 11. 11. 어느 4학년의 독백 버클리에서의 첫 학기 첫날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처음 캠퍼스를 거닐던 그 날,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고, 선선히 불어오던 가을바람이 상쾌하던 날이었다. 대학교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부푼 설렘을 가지고 수업을 들었고, 교수의 한 마디도 놓치기 싫어 쉴 새 없이 빳빳한 새 공책에 필기했다. 수업이 끝나고서는 많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함께 기숙사 라운지에서 어떤 수업들을 들어야 하는지, 어떤 교수가 점수를 더 잘 주는지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밤이 되면 친구들과 여기저기서 열리는 이벤트에 가서 선배들을 만나고 자기소개를 하고, 그렇게 지쳐 돌아와 시끌벅적한 하루를 마치곤 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쏟아지는 인간관계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2016. 11.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