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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PRESS/미필자, 한국군을 논하다 - 完 -

#2-2. e스포츠 프로게임단 공군 ACE

필자의 의견은 미필자의 미숙한 의견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필자는 중학교 2학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어진 대신,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필자는 대한민국 국군 입대를 한국에 있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남성들보다는 자유롭게 결정할 수는 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입대를 미룬 것일 뿐, 대학교의 졸업이 끝나면 입대할 의지가 있다.  시작에 앞서 필자는 아직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만 23살의 대학생의 신분임을 미리 밝혀둔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군대라는 조직은 단순히 병력과 무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특성상 모든 군인들은 기본적인 훈련을 하면서도, 자신의 특기나, 장기, 직업을 살려서 군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특화된 병과에 배치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군의관이나 군종병의 시스템이 있는가 하며, 사단 내에서도 취사병, 운전병, 전산병 등 여러 가지의 임무가 병사들에게 주어지기도 한다.  또한, 홍보를 위해 연예병사라는 직업으로 국방홍보지원대라고 불리는 군 내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진행하거나 라디오 방송 등 군대 내의 사기 진작을 위한 연예인들을 위한 직업도 있다.  이는 과거에 존재한 군대들의 군악대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와는 별개로 프로 운동선수로 활동하는 선수들이 군입대를 앞두게 되며 선수 활동에 제약이 걸리자, 대한민국 국군에서는 상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농구팀이나 축구팀, 배구팀을 운영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 팀의 구성원들은 물론 기존의 프로 선수들에서 데려왔기 때문에 기존에 존재한 프로농구, 프로축구 리그의 한 팀으로서 팀원들의 제대 후 선수생명에도 어느 정도 보완을 해주는 역할을 하며, 또 그런 선수들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을 모을 수 있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군대의 이미지 재고에도 많은 역할을 해 왔다.  위와 같은 상무 팀들은 군 외부에도 꽤나 알려져 왔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 중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 군 소속 e스포츠 프로게임단 공군 ACE (사진 출처: 포모스)

2007년 4월 3일, 공군 ACE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군 상무 팀이 출범하였다.  기존의 상무 팀들이 육군에 소속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공군에서 팀을 창단한 것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e스포츠. 프로게임단.  하지만 종목은 그렇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스타크래프트와 임요환 선수는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만의 리그” 라고 불릴 정도로 아직 다른 프로리그에 비해 활성화나 대중화가 되어있지 않은 e스포츠 판이지만, 적어도 공군 ACE는 상무 팀으로서 창단후 3년이 넘게 지나간 지금까지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따라서,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할 지, 인정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프로들의 리그가 있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진 전문 선수들이 경쟁하며, 또 그 것을 관람하는 충분한 팬들이 있다면, 이런 개념의 팀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공군 ACE는 매달 e스포츠 전산병이라는 이름으로 신병을 모집한다.  프로게이머 경력이 있는 지원자들이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스타크래프트에 자신이 있고, 비교적 편한 군생활을 원하고 있다면 지원서를 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상무팀 운영의 경제성

광주 상무 불사조 축구단

다시 상무의 예로 돌아가보자.  공군 ACE를 제외한 다른 팀들을 보자면, 대한민국 국군 체육부대, 상무 야구단, 경찰청 야구단 등의 팀들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군 체육부대는 바이애슬론, 사격 등의 비인기 종목을 포함한 약 20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광주 상무 불사조, 부산 상무 (여자 축구), 신협 상무 (배구) 같은 스폰서 형식의 팀들도 존재한다.  2009년 7월 경 이명박 정부에서는 상무의 조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여론의 거센 반대를 입고 철회할 정도였는데, 이는 비전투부대임을 감안해도 이들이 가지는 중요성이나 상징성을 얼마든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저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기도 마냥 적절하지 못한 이유는, 전투부대가 주가 되어야 하는 군대에서 비전투부대에 들어가는 예산 – 예를 들면 운동용품, 급식, 출전경비 등 - 의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른 상무 팀들에 대한 경제적 효과는 자세한 조사를 할 수 없었지만, 이런 팀들이 길게는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지되어 왔다는 점은 분명히 상무 팀의 운영이 대한민국 국군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이런 스포츠 팀들을 구성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스포츠의 팬인 일반인들이 아닌 국군의 입장에서 보자면 군대의 이미지 재고나 군인들의 사기 진작, 대중에 대한 홍보 효과 등이 있을 것이다.

현재 KTF 매직엔스→KT 롤스터, 한빛→웅진, IEG 탈퇴, 온게임넷과 CJ 통합, 진영수·마재윤·박명수·신희승 영구 제명, 이윤열·임요환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 (사진 출처: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ctg=11&Total_ID=3068621)

프로게임단의 홍보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현재 프로게이머로 이루어진 전문 프로게임단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10개가 넘는다.  이 중에서 사단법인 한국 e스포츠 협회 (약칭: KeSPA) 에 등록되어 있는 기업들은 KT, STX, 삼성전자, CJ, MBC, 웅진, SK텔레콤, 위메이드, 화승 (르까프의 모기업) 등이 있으며, 프로게임단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수십억 대의 게임 대회를 지원하는 기업들도 신한은행, 동아제약, 대한항공 등 굵직한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이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의 돈을 선수 연봉과 게임단 운영비에 지원하며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 것들은 홍보 효과로 얻어지는 무형의 수익들일 것이다.  다음은 그런 효과들의 예를 잘 보여주는 기사들이다.

KT, 지난 5년간의 프로게임단 운영 홍보 효과가 468억원이라고 보고
https://www.khgames.co.kr/esports/news_i_content.htm?code=esportsnews&idx=10

CJ, 1년 동안 투자 비용 20억원 대비 132억원의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고 발표.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7040502011531671002

또한 STX는 기업 홍보를 하는 동시에 입사 지원자가 급증하는 효과를 보았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ctg=11&Total_ID=3068621

프로게임단 운영, 마케팅 효과의 10배
http://magazine.hankyung.com/apps/news?popup=0&nid=22&c1=1001&nkey=2006090400451218601&mode=sub_view

같은 의미에서 공군이 e스포츠 프로게임단 공군 에이스를 창설한 것도 일리가 있다.  현역으로 뛰는 프로게이머들이 군 생활중에도 자신들의 기량을 유지하면서, 공군 에이스라는 팀이 이길 경우엔 공군 전체에 팀 내 사기 상승에도 도움이 되며, e스포츠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대중들에 대한 홍보 효과가 있다.  다른 상무팀과 비교를 하자면, 감독, 코치, 선수들까지 합쳐서 20명이 채 안되는 인원으로 군을 홍보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 것은 분명히 경제적으로도 훨씬 효율적이다.  경제성으로 따진다면 공군의 입장에서도 공군 ACE 소속 프로게이머들에게 다른 연봉을 지급하지 않고 다른 전투부대원과 같은 임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육군이나 해군에 비해 언제나 지원자가 열세인 공군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득이 있다.  상황이 좀더 낫긴 해도 해군도 이는 마찬가지라서 최근 공군의 전철을 밟아 해군 프로게임단 창설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http://osen.mt.co.kr/news/view.html?mCode=C01&gid=G0707020043)

#다른 군필자들과의 형평성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KT Rolster (사진 출처: 네모판, http://www.nemopan.com/3568611)

하지만, 여기서 형평성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필자는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군 에이스 프로게임단의 존재 의의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불만도 없지만, 사회에서 게임을 스포츠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아무리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잘 나가고, 카트라이더 리그, 스페셜 포스 리그, 워크래프트 3 리그, 카오스 리그 등등 여러 가지 게임을 통한 전문가들의 대회가 활성화되었음에도, 이 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오락놀이인 것이사회의 현실다.  그들의 눈에는 소위 PC방 폐인과도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는데, 이런 프로게이머들에게 군복무 혜택을 국가 기관에서 제공한다는 것은 분명히 반발을 살 수도 있는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운동과 군대, 게임과 군대의 관련성을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에 무게를 둘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도 – 국방부와 청와대 – 스포츠로 분류하기가 애매한 것이 현실인 컴퓨터 게임이 군대와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최근 정권이 바뀐 뒤에는 공군 에이스의 해체에 대해 여러 번 검토를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존속으로 남게 되었다.

# 긍정적인 요소들 뒤에 숨어 있는 문제점들과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들
e스포츠를 사랑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공군의 시스템에는 약간 문제가 있다.  e스포츠도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선수들간의 실력 차가 엄연히 존재하며, 슬럼프나 실력발휘, 팀내 적응 등, 일반 스포츠에서 존재하는 모든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주전 선수가 아닌 예비 선수들.  군입대 전에도 어느 정도 실력의 하락이 있었기에 프로게이머이지만 방송경기를 뛰지 못하다가 (이는 팀내 랭킹전 등, 선수의 그때 그때 기량에 따라 출전권의 보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은퇴를 고려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이 선수들이 군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공군 에이스를 지원하는 것.  거기다가 한 때는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에 지원하기도 훨씬 수월하다는 입장을 악용한 것이다.  이는 고의성이 짙어 보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공군 에이스 입대 후 극적인 실력하락 (이것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이긴 하다)으로 출전을 하지 못하는 선수의 경우에도 통용된다.  공군 에이스 지원도 약간이지만 경쟁이 있기 때문에, 이런 악용으로 인해 정말로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 공군 에이스에 입대하지 못해 현역복무를 결정하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은퇴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아무리 군 프로게임단이라는 비전투부대원 조직이라고 해도, 그들도 엄연히 사병의 계급을 가지고 있는 병사이다.  따라서, 그들도 엄연히 신병 교육을 받았으며 훈련도 수행하는 중이다.  또한, 여타 다른 전산병처럼 군 내에서의 큰 훈련에는 거의 다 참여하고 있다는 것.  최소한 아주 놀고 먹으려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닐 것이다.  다만, 현역보다는 여전히 복무가 편할 수는 있겠다.

# 마지막, 해외 거주 한국인의 입장에서
아무리 유학생이라 하더라도 한국 내 거주자들과 비교한다면 군입대 문제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필자의 경우에는 조금 더 많은 자유를 가질 수도 있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신체 건강한 남성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영위하고 혜택을 제공받고 싶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  전자의 매력은 아무래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군대를 기피하거나 좀 더 쉽게 복무를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공군 ACE나 기타 다른 상무 팀들처럼, 팬들과 선수들, 그리고 국방부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비전투부대원들의 소규모 운용은 이 사회에서 분명히 필요한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또한, 최근 이명박 정부가 주장한 군대의 기업화 방지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