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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12

계모가 신데렐라에게 너를 마지막으로 본지도 어느덧 3년이 흘러간다. 나도 늙어가고 있어서 그런가, 요즘 따라 네 생각이 많이 나더구나. 길에서 아이들을 보면 특히 그래. 가끔가다 키가 내 허리까지밖에 안 오는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내 인생에도 저런 행복이 있었지, 어렴풋이 회상한다. 네 언니들에게도 한때 넘어지면 안아달라고 팔 뻗을 온화한 엄마가 있었단다. 네 큰언니가 치킨 너겟과 햄버거 사이에서 큰 고민에 빠져있을 때, 당신이 치킨 너겟을 주문할 테니 딸아이에게는 햄버거를 주문하겠느냐고 물으며 웃어주던 아빠도 있었지. 이제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을 어디에선가 보고 있을 아이들 아빠와 나도 예전엔 그런 사람들이었단다. 신데렐라 너의 아버지처럼, 아이들이 험난한 잿빛의 현실 속에서 무지갯빛을 볼 수 있도록 항상 .. 2016. 10. 27.
연극 "Aubergine" ㅡ 음식에 담긴 진정한 의미와 사랑 저녁노을이 지던 다운타운 버클리. 우연히 초청받아 오게 된 본 공연의 윌콜에서 우리의 티켓을 찾은 뒤 객석을 비집다 무대와 가까운 두 좌석을 발견해 착석하고 아직 입장 중이던 다른 관객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국계 이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연극임에도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희끗희끗한 머리의 백인 노부부들은 각자 관련 팸플릿을 손에 쥔 채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렇게 시끌시끌한 분위기 가운데 좌석이 꽉 찰 때 즈음, 소리 없이 무대 위로 걸어 나온 한 여배우는 말없이 무대의 중앙에 털썩 앉았다. 조명이 어두워졌고, 순간 숨을 죽인 관객들 앞에서 그 배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던 샌드위치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평소에는 딸에게 .. 2016. 3. 10.
<동물농장>의 삼순이를 아시나요? - 야생 동물 보호법과 그 이면 오랜만에 한가로움을 맞이한 주말 저녁,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심코 페이스북을 둘러보던 중 눈에 들어온 영상 하나가 있었다. 원숭이 한 마리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사람의 팔에 매달려 있는 장면과 “ 삼순이를 주인의 품으로 돌려주세요”라는 캡션이 눈에 들어온 나는 호기심이 생겨 영상을 끝까지 보고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11년 동안이나 주인과 보낸 시간을 뒤로하고 동물원에 보내지는 원숭이의 슬픈 표정도, 주인이 밤새 보인 눈물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댓글을 통해 표출되는 사람들의 성화와 짧은 영상에 전체적으로 다 담기지 않은 실질적인 사건의 내용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셜 미디어 상의 수선이 아닌, 조금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법한 주제라는 결론으로 나를 이끌어갔다. 나는 원숭이 삼순이가 단.. 2015. 11. 13.
사십 년 후, 서울 팔월 하루 아침, 여름 창공 아래 귀가 찢어져라 울어대던 매미소리를 벗 삼아 나는 색채 없는 육층 아파트 비상계단 입구에 우두커니 서 차가운 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십분. 이십 분. 갑갑한 더위 속이었지만 콘크리트 그늘 아래 여름 향내가 아무래도 좋아 그새 미적지근해진 커피를 연신 홀짝대며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등굣길 한 남고생, 여고생이 저만치 가로수들 사이로 손을 잡은 채 걸어가고 있었고, 시야 속 바삐 날갯짓을 하던 녹색 잠자리를 따라 시선을 치켜세우니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여객기가 작열하는 태양을 소리 없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꽤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가 아침을 만들고 계셨다. 좁은 아파트 부엌, 이리저리 움직이시던 아버지 사이로 들어간 나는 젓가락이나 그릇 같은 것을 .. 2015. 10. 21.
아이들의 얼굴을 지켜주세요 [1] 와 , 그리고 . 누구나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갔을 법한 한국 예능 TV 프로그램들이다. 요즘 방송계에 셰프(chef) 바람이 불어 "쿡방"이라 불리는 요리 프로그램들이 잔뜩 생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장 ‘핫’했던 방송 소재는 바로 '육아'였다. 방송인을 떠나 사회적으로 유명한 위치에 있는 가장을 둔 가족들이 모여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방송하는 프로그램부터, 엄마와 아빠 모두가 잘 알려진 가족들이 모여 일상적인 모습들을 서슴없이 공개하는 프로그램까지. 비록 다양한 플랫폼을 자랑하며 차별화를 두고 있다고는 해도 앞서 말했던 세 프로그램이 공통적으로 방송을 통해 그려내고자 하는 궁극적 테마는 같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모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법한 '부부 사이의 소소한 갈등과 아이들.. 2015. 10. 14.
동거는 결혼의 예행 연습이 될 수 없다 이번 여름, 대학로 길 모퉁이에 붙어 있던 한 문구가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살아보고 결혼 하자”라는 한 연극의 전면 광고 전단지였다.현대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인류는 이전에 겪었던 수많은 변화보다도 큰 엄청난 사회, 문화적 변화의 충격을 경험했다. 불과 수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신개념 전자 제품들이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 잡는 동안 우리 삶의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핵가족이 대세인 우리세대의 연애와 결혼은 우리 부모세대의 그것과 결코 같지는 않을 것 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바로 젊은이의 무분별한 동거 문화이다. 현대 사회의 날로 증가하는 이혼률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가 결여된 결혼은 마냥 행복한 미래가 아닌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실이라는.. 2011.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