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명 반쯤 열려있는 창문을 넘어 불어온 가을의 청명한 새벽바람이 좋아 별 이유 없이 몇 잔 커피에 기대 밤을 새울 때가 있다. 깨끗하다고 해야 할까. 고요한 가운데 옅게 흘러나오는 케이블 채널 속 유명인들의 웃음소리가 새벽의 적막 속 특유의 이질감을 주고, 비어있는 아파트 단지 거리에 이따금 들려오는, 취객의 공허한 노랫소리라든지 하는 것들의 메아리들이 세상이 조금 더 커진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혼자뿐인 적적한 집안의 그것과 가족이 곤히 자고 있어 되도록 소리 없이 움직일 때의 그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고, 나 또한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후자 쪽을 선호해 이따금 들려오는 잠꼬대 같은 것에 혼자 웃다가는 일종의 안도감 또한 느끼고는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시간의 감각을 지배하는 것은 하루치 휴식의 .. 더보기
국가적 규제와 사회적 보편성 나는 일을 처리할 때 효율성을 먼저 생각하는 성격이다. 학업도, 업무도 계획된 시간에 적절한 업무분장으로 정리가 되어야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현실 속의 사회는 답답하고 비합리적으로 느껴졌었다. 업무시간이 아닌 퇴근 이후에 사무실에 들어와 야근빈도에 따라 성실한 직원이 되는 분위기, 주어진 업무를 끝내지는 않으며 새로운 업무를 쌓아 놓기만 하는 직장 상사, 쳇바퀴가 도는 것과 같은 반복적인 회의들은 회사 전체가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판단조차 하게 만들었다. 이와 유사한 생각을 많은 실무자들이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더딘 조직문화의 변화속도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소통창구의 부재, 형식적인 의견파악, 비현실성이라는 한계로 판단해버리는 현실의 벽은 안개속에서 목표가 없이 일을.. 더보기
Vous Serez Heureuse - 당신은 행복할 거에요 Vous Serez Heureuse - 당신은 행복할 거에요 자유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어떤 평범한 여자가 있었다. 스무 살 남짓한 그녀는 하늘에 떠있는 별을 좋아했고, 그 별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며 보통의 망원경으로 애쓰는, 순수하지만 어쩌면 조금은 모자란 듯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강아지가 사람을 반길 때 꼬리를 흔든다면, 그녀는 한번 웃으면 멈출 줄 모르는 특이한 방식의 웃음으로 모두를 좋아했다.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은 그녀를 빼 닮아 있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은 그녀의 여성스러움을 대변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그녀의 덤벙대는 특징을 말해주고 있었고, 매일같이 입고 있는 무채색의 옷들은 단순한 그녀의 생활 패턴과 무딘 성격을 반영하고 있었다. 달콤한 존재가 되고 싶다던 그녀는 .. 더보기
영화 <원더> - 있는 그대로 박수 받을 자격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장 처음 마주하는 사람은 거울 속에 비친 나 자신이다. 언제부턴가 거울 속의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보단, 피곤으로 가득 차 찌푸린 얼굴이나 그날 하루를 걱정하며 울상인 모습으로 마주하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하지만 집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그 얼굴은 사라진다. 의식적으로 눈썹 사이에 자리잡은 주름을 펴보고, 입 꼬리를 말아 올려 미소를 지어본다. 그 얼굴을 마주할 다른 사람들에겐 긍정의 기운을 나눠줄 수 있도록, 다가올 하루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껏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본다.새로운 얼굴로 마주하게 되는 다음 사람들은 출근 길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서둘리 혹은 여유롭게 걸음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더보기
The Lifespan of A Day The Lifespan of a Day Wake up. What’s the first thing that you think of? You proceed to go throughout your day as normal. Everything as expected. Brush your teeth, go to class, head to work. Eat at 12pm, dinner at 5pm. Rinse and repeat. What happened? You think to yourself: when did life become so monotonous, reducing your once active lifestyle to now following an hour by hour filled google cale.. 더보기
트럼프 2년, 미국 정치의 현재와 미래 만 70세. 정치 경험 전무. 세 번 결혼하고 다섯 명의 자녀를 둔 부동산 재벌. 2016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 의원),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 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쟁쟁한 공화당 후보들을 제치고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클린턴이 승리할 거라는 대다수 여론조사들의 예측을 뒤엎고 대선 본선에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선에서 당선까지 트럼프는 44.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트럼프의 과격한 발언들과 행동들은 공화당 내부 인사들과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었고 급기야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 더보기